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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짜면 과학 교실] 빛이 닿아야만 나타나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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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28일 17:00 프린트하기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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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 속의 나

 

    _윤병무

 

    엄마에게 꾸중 듣고 
    혼자 있고 싶었어요

    화장실 안에 들어가
    거울 앞에 서 있어요

    거울 속의 내 얼굴이
    찡그리고 있어요

    미운 건 엄마인데
​    내 얼굴이 미워 보여요

    거울 속의 나를 
    가만 바라보아요

    찡그린 내 얼굴이 
    평소대로 펴지자

    눈물 자국 나 있는
    오른뺨이 가려워요

    오른손을 들어올려 
    오른뺨을 긁어요

    그런데 거울 속 나는 
    반대로 움직여요

    왼손을 들어올려

    왼뺨을 긁고 있는 거예요

    오른뺨이 가려운데 
    왼뺨을 긁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도 이상하게 
    오른뺨이 시원해요

    그때 누군가가 
    화장실 전등을 껐어요

    아마도 화장실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나 봐요

    화장실 전등이 꺼지자
    아무것도 안 보여요

    거울을 바라봐도
    내 모습이 안 보여요

    더듬더듬 손잡이를 찾아
    화장실 문을 열어요

    빛을 받은 타일 벽에 
    내 그림자가 ​서 있어요

 

 

 

초등생을 위한 덧말

 

그림자는 왜 생기는 걸까요? 어떤 그림자가 있다는 것은 어떤 물체가 있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 물체가 빛을 받고 있다는 것이에요. 따라서 그림자가 생기려면 물체와 빛, 이 두 가지가 꼭 있어야 해요. 그리고 빛이 물체를 비춰야 해요. 더 정확하게 말하면, 빛이 나아가는 방향에 물체가 가로막고 있어야 빛이 물체에 가로막힌 만큼 그림자가 생기는 거예요. 빛이 물체에 가로막힌다는 것은 빛이 자유롭게 휘어지거나 스스로 멈추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빛은 직진하거든요. 그것이 빛의 성질이에요.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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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힌 화장실 안에 있을 때 갑자기 정전이 되거나 전등이 꺼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이렇듯 빛이 없으면 우리는 사물을 볼 수 없어요. 눈으로 사물을 본다는 것은 사물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에요. 빛을 받은 사물이 그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사물의 모양과 색깔을 볼 수 있는 것이에요. 그래서 매일 보는 동네 거리나 앞산이나 들판도 아침과 한낮과 저물녘에 따라, 또 날씨에 따라 그 색상이 다르게 보이는 거예요. 그리고 태양의 위치에 따라 가로수의 그림자 길이와 방향이 달라지는 거예요. 때로는 조각구름의 그림자가 들판이나 운동장에 커다란 제 그림을 그려 놓기도 해요.

 

​빛을 가장 잘 반사하는 물체는 ‘거울’이에요. 거울은 물체의 모양을 자세히 비추어 보기 위해 수천 년부터 사람들이 만들어 사용한 물건이에요. 아주 옛날에는 돌이나 구리를 매끄럽게 갈아서 거울을 만들었어요. 그러다가 수백 년 전부터는 투명한 유리판을 이용한 거울을 만들어 사용했어요. 오늘날에는 유리 뒷면에 아말감이라는 금속을 녹여 발라서 만든 값싼 거울을 흔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거울이 잘 반사하는 이유는 표면이 거칠지 않고 반질반질하기 때문이에요. 아름다운 풍경이 호수에 선명하게 비치려면 호수의 수면이 잔잔해야 하는 이유와 같아요.

 

​거울은 쓰임새에 따라 그 모양을 다르게 만들어요. 가장 흔한 것으로는 물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비추기 위해 만든 평면거울이에요. 그런가 하면 자동차의 사이드미러(side mirror)나 교차로에 설치된 볼록거울처럼 비춰지는 범위를 폭넓게 하기 위해서 거울의 표면을 볼록하게 만들기도 해요. 또는 치과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의 윗니를 잘 살펴볼 수 있게끔 거울을 티스푼처럼 작게 만들어서 사용하기도 해요.

 

아무리 거울일지라도 빛이 없으면 아무 쓸모가 없어요. 햇빛이든 횃불이든 전등이든 ‘광원’이 있어야 그 밝기만큼 물체를 반사해요. 광원(光源)은 ‘제 스스로 빛을 내는 물체’를 뜻해요. 한자로는 빛 광(光), 근원 원(源)이에요. 밤하늘이 어두울수록 달빛은 환하지만, 달빛은 햇빛을 받아야만 빛나요. 즉 스스로는 빛을 내지 못하기에 달빛은 광원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석양을 받아 붉게 물든 바다 물빛처럼, 달빛도 깜깜한 밤하늘을 노랗게 밝히고 있어서 아름다워요. 눈에 보이는 모든 아름다운 풍경은 그 풍경에 빛이 닿아야만 나타나요.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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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같은 빛을 비추는 같은 대상을 보고 여럿이 각자 사진을 찍어도, 찍은 다음에 확인해 보면 네모 안에 담긴 사진들은 조금씩 달라요. 이처럼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보면서도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보아요. 같은 길거리를 바라보아도 어떤 사람은 간판을 보고, 다른 사람은 건축물을 보아요. 또 다른 사람은 그 건물 앞에서 호박잎이나 상추를 파는 꼬부랑 할머니를 바라보아요. 그리고 생각해요. 간판의 이름을 생각하고, 건축물의 특징이나 가격을 생각하고, 할머니의 연세와 살고 계신 형편을 생각해요. 이렇듯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보는 사람의 마음은 그 장면으로 채워져요. 그것이 마음의 풍경이에요.

 

 

 

※ 필자 소개
윤병무. 시인. 시집으로 <5분의 추억>과  <고단>이 있으며, 동아사이언스에서 [생활의 시선]과 [때와 곳]을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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