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안 보이는 분자 구조, 레이저 두 번이면 훤히 본다

통합검색

안 보이는 분자 구조, 레이저 두 번이면 훤히 본다

2018.05.01 16:00
펨토초 레이저 증폭기. 초단파 레이저를 발생시킨다. 이 레이저를 활용해 분자를 회전시키고, 분자의 물성을 관측한다. -사진 제공 UNIST
펨토초 레이저 증폭기. 초단파 레이저를 발생시킨다. 이 레이저를 활용해 분자를 회전시키고, 분자의 물성을 관측한다. -사진 제공 UNIST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 내부 분자의 구조와 화학적 특성을 레이저 하나로 정확히 측정하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세포 속 DNA의 염기 구조나 새로운 소재를 연구할 때 유용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토머스 슐츠 UNIST 화학과 교수와 이종찬 연구원팀은 물질의 분자에 레이저를 쏘아 분자 상태를 교란시킨 뒤, 이 때 분자가 보여주는 독특한 운동을 두 번째 레이저로 마치 사진을 찍듯 측정해 물질의 분자 특성을 파악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 측정 기술에 통계 기법을 적용해 측정 효율을 더욱 높이는 데에도 성공했다.


‘크레이지(CRASY)’라고 이름 붙인 이 기술에서 첫 번째 레이저는 물질 분자에서 전자를 제거하는 기능을 한다. 전자가 사라진 분자는 순간적으로 양(+)의 전기를 띤 이온이 되는데, 이 때 주변에 전기장을 적절히 걸어주면 이온이 회전하기 시작한다. 이 때 질량이나 구조 등 분자(이온)의 특성에 따라 회전 속도와 중심축 등 특성이 달라진다. 마치 사람의 지문이 모두 다르듯, 이러한 회전 특성은 분자에 따라 다 다르다. 크레이지는 곧바로(1피코초 뒤. 1피코초는 1조 분의 1초) 두 번째 레이저를 발사해 이런 회전 특성을 정확히 읽어낸다.

 

분자 연구를 위한 새로운 레이저 측정기술을 개발한 UNIST 연구진_왼쪽부터 이종찬 연구원과 토마스 슐츠 교수. -사진제공 UNIST
분자 연구를 위한 새로운 레이저 측정기술을 개발한 UNIST 연구진_왼쪽부터 이종찬 연구원과 토마스 슐츠 교수. -사진제공 UNIST

크레이지가 잡아낸 분자의 회전 특성은, 순간을 촬영한 일종의 스냅 사진이다. 동영상처럼 다양한 정보를 알려면 1피코초씩 간격을 늘려가며 레이저를 무수히 많이 쏴 반복 측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300나노초(1나노초는 10억 분의 1초)의 정보를 얻으려면, 레이저를 최소 30만 번 반복해서 쏴야 한다는 뜻이다. 이종찬 연구원은 "기존 방식으로는 하루에 16나노초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300나노초를 얻으려면 거의 20일 가까운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연구팀은 이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실제로 1피코초마다 모든 레이저 측정을 하는 대신 무작위 간격으로 측정한 뒤 통계기법을 적용했다. 첫 번째 레이저를 발사하고, 1피코초, 2피코초, 10피코초 이런 식으로 듬성듬성 일부(1%)만 측정한 뒤에 통계적으로 처리해 분자가 원래 지닌 특성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이 연구원은 “새로운 기술은 모든 데이터를 측정하지 않아도 되므로 300나노초의 정보를 그만큼 빨리(하루에)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빠르지만 정확도는 높아서, 이황화탄소 분자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기존의 측정 기술들보다 정확하게 성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 책임자인 슐츠 교수는 “기존에 분별이 어려웠던 불균일 시료나 동위원소도 별도 처리 없이 한 번에 측정할 수 있다”며 “다양한 분자 구조를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다양한 기초 분자과학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질량 스펙트럼과 회전 스펙트럼을 결합해 이황화탄소와 동위원소가 포함된 분자들을 한 번의 측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점을 응용해 분자의 토토머(이성질체)나 동위원소 효과 등을 분석할 것이다. -사진제공 UNIST
질량 스펙트럼과 회전 스펙트럼을 결합해 이황화탄소와 동위원소가 포함된 분자들을 한 번의 측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점을 응용해 분자의 토토머(이성질체)나 동위원소 효과 등을 분석할 것이다. -사진제공 UNIST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6 + 7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