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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나이가 들면 왜 효자손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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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 08일 12:35 프린트하기

어버이날을 앞두고 3일 연휴 기간에 부모님을 찾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뭐가 그리 바쁜지 설 이후 석 달 만에야 다시 얼굴을 뵀는데 그사이 더 늙으신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나이가 들면 주름이 늘고 피부가 처지기 마련이지만 사실 이런 외형적인 변화보다 내적 변화가 더 힘들다. 즉 근력이 떨어지고 몸도 무겁고 잠도 푹 자기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각종 감각이 무뎌진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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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이야 돋보기를 쓰면 된다지만 시야도 점점 탁해지고 망막의 세포가 줄면서 눈이 침침해진다. 청각도 마찬가지다. 감각유모세포가 죽으면서 주파수가 높은 소리부터 점점 안 들리기 시작해 나중에는 보청기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냄새도 예전만큼 못 맡고 혀도 둔해져 음식을 짜게 먹기 일쑤다.

 

그런데 모든 감각이 둔해지는 방향으로 변하는 건 아니다. 특히 체감각(somatic sensation)인 가려움이나 통증은 오히려 정도가 심해져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다. 노인이 사는 집에 효자손이 있는 건 그만큼 몸 여기저기가 가려운 때가 많다는 뜻이다. 어르신들이 앉아 있을 때 바지를 걷어 올리는 것도 무릎 아래에 옷이 닿으면 가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유독 가려움은 나이가 들면서 심해질까.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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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세포 줄어들어

 

학술지 ‘사이언스’ 5월 4일자에는 이에 대한 답을 알아낸 논문이 실렸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이가 들수록 가려움을 억제하는 신호를 보내는 세포의 수가 줄어 그 결과 가려움 과잉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가려움은 인체의 보호 반응으로, 유해한 화합물이나 벌레 등의 존재를 알려주는 신호다. 가려움 자체는 크게 고통스럽지 않지만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참기 어려운 뭔가가 있다. 흥미롭게도 화학적 자극과 물리적(기계적) 자극에 대한 가려움 반응이 따로 진화했고 나이가 들수록 민감해지는 건 물리적 자극에 대한 반응이다. 즉 몸에 뭔가가 살짝만 닿아도 가려움이 강하게 느껴지고 오래 간다.

 

미국 위싱턴대 가려움연구센터 연구자들은 젊은 생쥐와 나이 든 생쥐를 대상으로 물리적 자극에 대해 긁는 횟수를 조사했다. 이때 굵기가 다른 털로 다양한 힘을 줬을 때 반응을 보는 ‘폰 프레이 기법(von Frey technique)’으로 실험했다. 즉 가장 얇은 털로 생쥐의 피부를 누를 경우 0.008g(여기서 g는 그램힘(gram force)으로, 1g은 지구의 중력가속도에서 1그램의 질량인 물체가 지닌 힘이다)의 미미한 힘이 느껴지고 굵어질수록 느껴지는 힘도 점점 강해진다. 보통 0.02~0.4g가 가려움으로 느껴지는 범위다.

 

연구자들은 물리적 자극(touch)이 일으키는 가려움을 분석하는데 1_폰 프레이 털(von Frey hair)을 즐겨 쓴다. 굵기에 따라 0.008g(그램힘)에서 최대 300g까지 힘을 주는데 가려움으로 느껴지는 범위는 0.02~0.4g다. 폰 프레이 털로 생쥐의 목덜미를 눌렀을 때 뒷발로 긁는 횟수를 측정해 가려움 정도를 평가한다. - ‘사이언스’ 제공
연구자들은 물리적 자극(touch)이 일으키는 가려움을 분석하는데 1_폰 프레이 털(von Frey hair)을 즐겨 쓴다. 굵기에 따라 0.008g(그램힘)에서 최대 300g까지 힘을 주는데 가려움으로 느껴지는 범위는 0.02~0.4g다. 폰 프레이 털로 생쥐의 목덜미를 눌렀을 때 뒷발로 긁는 횟수를 측정해 가려움 정도를 평가한다. - ‘사이언스’ 제공

실험 결과 0.04, 0.07, 0.16g의 털로 목덜미를 눌렀을 때 생후 24개월 이상인 늙은 생쥐들은 생후 2개월인 젊은 생쥐들에 비해 뒷발을 올려 긁는 횟수가 훨씬 더 많았다. 반면 히스타민이나 클로로퀴닌 같은 가려움을 유발하는 화합물을 발랐을 때는 긁는 횟수에 차이가 없었다.

 

피부에는 물리적 자극을 담당하는 세포가 여럿 있다. 이 가운데 가벼운 자극에 반응해 가려움 신호에 관여하는 게 메르켈 세포(Merkel cell)로 진피와 맞닿아 있는 표피에 존재한다. 젊은 생쥐와 늙은 생쥐의 피부에서 메르켈 세포의 분포를 조사하자 늙은 생쥐에서 숫자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따라서 메르켈 세포가 줄어든 결과 가려움이 더 심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메르켈 세포는 가벼운 물리적 자극에 대해 가려움 반응이 일어나지 않게 억제하는 신호를 보낸다는 말이다. 추가 실험 결과 나이가 듦에 따라 메르켈 세포가 줄어드는 현상은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젊은 생쥐의 피부에 유기용매를 발라 지속적인 피부 건조를 유발하면 메르켈 세포가 줄어들면서 역시 심한 가려움 반응을 보인다.

 

피부에는 물리적 자극에 반응하는 다양한 종류의 수용체 세포가 있다. 표피와 진피 사이에 있는 메르켈 세포(오른쪽 파란색)는 가벼운 물리적 자극에 반응해 신호를 전달한다. 나이가 들어 메르켈 세포가 주는 게 만성적인 가려움증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 위키피디아 제공
피부에는 물리적 자극에 반응하는 다양한 종류의 수용체 세포가 있다. 표피와 진피 사이에 있는 메르켈 세포(오른쪽 파란색)는 가벼운 물리적 자극에 반응해 신호를 전달한다. 나이가 들어 메르켈 세포가 주는 게 만성적인 가려움증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 위키피디아 제공

 

 

건조한 피부도 가려움에 취약

 

연구자들은 이런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가려움의 신경회로 모형을 제시했다. 즉 젊은이의 피부에서는 가벼운 물리적 자극을 받았을 때 억제신호를 보내는 메르켈 세포와 활성신호를 보내는 미지의 세포(아직 실체를 규명하지 못했다)가 함께 작용해 적당한 수준의 가려움을 느끼게 된다. 

 

반면 노인의 피부에서는 메르켈 세포의 억제신호가 약해져 가벼운 물리적 자극에 대한 반응의 균형이 깨지면서 지속적으로 강한 가려움을 느끼게 된다. 참고로 메르켈 세포는 척추에 있는 억제 개재뉴런(inhibitory interneuron)을 통해 신호를 전달한다.

 

그런데 가려울 때 긁으면 왜 ‘시원함’을 느끼는 것일까. ‘사이언스’ 같은 호에 해설을 쓴 미국 듀크대의 요르크 그란델 교수는 가려운 곳을 긁는 물리적 자극이 메르켈 세포의 억제신호를 증폭해 가려움 활성신호를 압도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다만 메르켈 세포가 적을 경우 더 세게 오래 긁어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가려움증이 심한 사람은 ‘피’가 나기도 한다.

 

물리적 자극에 대한 가려움 신호가 전달되는 메커니즘이다. 젊을 때는 표피(epidermis)에 메르켈 세포(억제신호)와 미지의 세포(활성신호)가 균형있게 분포해 자극에 대해 적절한 가려움 반응을 일으킨다(위). 그러나 나이가 들거나 건성피부인 경우 메르켈 세포가 줄어 억제신호가 약해지면서 자극에 대해 과도한 가려움 반응이 일어난다(아래). 메르켈 세포는 척추의 개재뉴런(NPY+)를 통해 억제신호를 전달한다. - ‘사이언스’ 제공
물리적 자극에 대한 가려움 신호가 전달되는 메커니즘이다. 젊을 때는 표피(epidermis)에 메르켈 세포(억제신호)와 미지의 세포(활성신호)가 균형있게 분포해 자극에 대해 적절한 가려움 반응을 일으킨다(위). 그러나 나이가 들거나 건성피부인 경우 메르켈 세포가 줄어 억제신호가 약해지면서 자극에 대해 과도한 가려움 반응이 일어난다(아래). 메르켈 세포는 척추의 개재뉴런(NPY+)를 통해 억제신호를 전달한다. - ‘사이언스’ 제공

한편 늙은 생쥐에게 메르켈 세포를 자극하는 물질을 투여할 경우 가려움 억제 신호가 강화돼 젊은 생쥐처럼 적당히 가려움을 느끼는 수준으로 돌아갔다. 즉 이런 약물을 나온다면 물리적 자극에 대한 만성적인 가려움 증상을 치료할 수 있을지 모른다. 참고로 알레르기 같은 화학적 자극으로 인한 가려움을 완화하는 항히스타민제는 메르켈 세포수 감소로 인한 물리적 자극에 대한 과도한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서 어르신들이 몸 여기저기를 긁거나 바지를 무릎 위로 올리는 모습을 보더라도 그다지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부모님이 등이 가렵다며 효자손을 찾는 모습을 본다면 얼른 가서 효자손 대신 내 손으로 등을 시원하게 긁어드려야겠다.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6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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