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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측정의 날]과학계가 11월 국제도량형 총회를 주목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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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 20일 10:30 프린트하기

편집자 주 : 최근 세계 표준 학계가 분주하다. 11월 열리는 국제도량형총회에서 7가지 기본 단위 중 길이(m)와 시간(s), 광도(cd)를 제외한 질량(kg)과 온도(K), 전류(A), 몰수(mol) 등 네 가지 단위에 대한 재정의 내용을 확정하기 때문이다.  이 총회에서 결정된 새 표준 단위는 1년 후인 2019년 5월 20일 세계 측정의 날을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적용된다. 동아사이언스는 표준단위 변화의 원인과 결과를 2회에 걸쳐 알아본다.

 

 

7가지 기본단위와 관련 상수를 도식화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7가지 기본 단위 와 새롭게 정의에 적용할 관련 상수를 도식화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국제 표준 단위(SI) 체계는 질량을 포함해 온도와 길이, 시간, 광도, 전류의 일곱 가지가 있으며, 여기서 파생된 196개 분야의 수많은 단위의 표준이 확립돼 있다. SI 체계는 2018년 기준 58개국 103개 기관이 맺은 ‘측정 능력 상호 인정 협약(MRA)’에 근거를 두고 있다. 국가 간 무역에서 단위의 혼선 없이 거래가 성사될 수 있는 것은 SI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내년 바뀌는 기본단위는 네 가지다. 그 중 핵심은 ‘질량’이다. 피치못한 사정으로 질량표준을 재정의하게 됨에 따라, 여기에 맞춰 다른 3가지  표준, 즉 전류(암페어)와 물질량(몰), 그리고 온도(켈빈)도 함께 바뀌게 된다.

 

즉 이번 ‘표준 혁신’의 기본은 질량 표준 변화에서 시작됐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잘 써오던 질량 표준은 왜 바뀌는 것일까.

 

‘질량은 변하지 않는 값이다’

 

중학교 과학 수업에서 꼭 짚고 넘어가는 것이 질량과 무게다. 선생님들은 질량의 개념을 설명할 때 무게와 비교한다. 무게는 지구가 물체를 당기는 힘으로 고도나 측정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달, 화성 등 지구 밖 다른 천체로 이동해도 변화한다. 반면 질량은 지구의 중력과 관계없이 물체가 가진 고유한 값이다.

 

집에서 저울에 올라섰을 때 나오는 숫자가 90이라면 보통 90kg이라고 말한다. 이때 나온 90은 무게이며, 물리적으로 보다 정확하게 쓰려면 90kg·m/s2(또는 kg·중력가속도)이라고 적어야 한다. 이 사람이 달에 가면 무게는 중력에 비례해 6분의 1인 15kg·m/s2 정도로 줄어들 것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질량의 표준을 정할 때 무게를 기준으로 정해왔다는 점이다. 질량 1kg을 상징하는 ‘표준원기’를 만들어 두고, 이것과 같은 무게를 가진 경우 그 질량을 1kg으로 규정하는 식이다. 질량은 중력과 상관없이 일정한 값이라는 개념 자체는 이상이 없지만, 문제는 같은 행성에서의 질량도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점을 간과한 방식이었다.

 

더구나 1kg을 상징하는 ‘국제 질량 표준원기’의 무게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 실질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 역학표준센터 이광철 박사는 “국제 질량 표준원기가 파손될 것을 우려해 지난 130년 동안 4번의 실측정만 진행됐을 뿐”이라며 “그 결과를 분석한 결과 1년에 약 1㎍(마이크로그램, 1㎍은 100만분의 1g)씩 질량이 변하는 것으로 나타나 재정의 논의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보유한 표준질량원기-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한국이 보유한 표준질량원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1875년 설립된 국제도량형국은 백금 90%와 이리듐 10% 합금으로 질량 원기를 제작했다. 그간 K1, K2, K3를 제작했고 1880년 K3 원기를 국제적인 킬로그램원기로 선정했다. 이후 이와 동일한 질량의 원기가 100개 이상이 제작돼 여러나라가 나누어 가지고 있다. 한국은 39번, 72번 84번, 111번 원기를 보유하고 있다. 질량 1kg은 국제킬로그램 원기의 질량으로 정의하고 있는 셈이다.

 

이 박사는 “표준 원기의 질량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는 것에 학계가 동의해 이를 수정하기로 했다”며 “원기로 측정돼 변하는 값이 아닌, 자연상수를 이용하는 방법, 즉 물리학적 방법을 이용해 질량을 재정의해야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예로 길이의 표준인 미터를 들 수 있다. 과거 1m는 표준 원기를 만들고, 이 원기의 길이에 맞춘 막대를 만들어 1m로 삼았다. 하지만 온도나 습도 등 주변 환경에 따라 미묘하게 측정값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돼 현재는 빛이 진공상태에서 ‘2억9979만2458분의 1초 동안 진행한 거리’로 정의하고 있다. 주변 환경과 관계없이 물리적으로 절대 값을 정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량을 재정의하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존재할까? 과학자들은 ‘플랑크 상수’에 주목했다. 이는 물질의 파동을 뜻하는 상수로, 입자의 에너지와 물질이 가진 고유의 파동수를 이용해 질량의 기준을 만들자는 것이다. 새로 결정되는 플랑크상수(h) 값은 ‘6.62607015x10-34 kg·m2/s’로, 현재까지의 지식으로는 변하지 않는 값이다. 2017년 7월 1일까지 보고된 측정치를 근거로 값을 고정했다. 고정된 플랑크상수를 바탕으로 수학적으로 곱하거나 나누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질량값을 정의할 수 있다.

 

플랑크 상수를 이용해 질량을 측정할 때는 ‘키블저울’ 을 쓴다. 키블저울의 원리는 저울 한쪽에 인공물을 달고, 다른 한쪽에는 코일을 감아 전류를 흘린 뒤, 인공물에 작용하는 전기적 일률과 기계적 일률을 비교하는 식이다.

 

표준 단위 학계에서는 국제도량형국에서 정의하려는 고정된 플랑크상수 값을 기술적으로 재현하는 것을 ‘실현’이라 표현한다. 하지만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 힘과 가속도를 키블저울로 동시에 측정할 때 마찰 손실이 생기기 때문인데, 국제적인 값과의 오차범위가 10-8 이내로 들어오면 최고 정밀도를 확보해 플랑크값을 실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광철 박사가 KRISS가 개발중인 키블저울을 점검하고 있다-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이광철 박사가 KRISS가 개발 중인 키블저울을 점검하고 있다-표준과학연구원 제공

국내에서도 이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표준연은 2010년  초반부터 연구팀을 만들어 키블저울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과 프랑스, 캐나다 등에 이어 세계 5위권에 드는 수준이며, 3년 내에 최고 수준의 정밀도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박사는 “새로 고정한 플랑크상수 값은 여러 나라에서 도전하고 있다”며 “한국도 (이를 위해) 2012년부터 이른바 키블저울을 개발해 국제적인 정밀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과학계에서는 질량 측장방법의 변화가 산업발전에 꼭 필요한 새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길이와 시간의 단위체계가 발전하면서 위성항법시스템(GPS) 기술이 정밀화된 것처럼, 반도체나 양자산업 등 미세 질량차이가 중요한 산업과 연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미세한 차이로 인해 질량을 재정의한다고 일상 생활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향후 첨단산업에선 그 값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연구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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