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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실험때 세포 성별 무시하면 ‘큰 코’… 남녀간 약 효과-부작용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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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 25일 07:11 프린트하기

배아줄기세포를 성염색체에 반응하는 형광 물질로 염색했다. Y염색체에만 반응하는 형광 물질(녹색)이 빛나는 쪽이 Y염색체다. -사진 제공 BMC 발달생물학
배아줄기세포를 성염색체에 반응하는 형광 물질로 염색했다. Y염색체에만 반응하는 형광 물질(녹색)이 빛나는 쪽이 Y염색체다. -사진 제공 BMC 발달생물학

의학이나 생명과학 실험실에서는 인체에서 나온 세포를 이용해 많은 실험을 한다. 그런데 이 세포가 여성에게서 나왔는지 또는 남성에게서 나왔는지에 따라 실험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걸리는 질병 종류뿐 아니라 잘 듣는 약 등이 모두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성별을 고려한 새로운 실험 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런 지적을 담은 ‘남녀 모두를 위한 의생명 분야 연구혁신’ 포럼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개인 맞춤 의학이 화두인 가운데 23쌍의 염색체 중 하나가 통째로 다른 성별 간 차이도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며 “실험동물과 세포의 성별을 제대로 감안한 실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학, 생명과학 연구자들이 성별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약에 대한 부작용 등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발견되면서부터다. 김영미 경희대 의대 교수는 “학술지 ‘사이언스’가 1997∼2000년 독성이 강해 철회된 약 10종을 분석한 결과, 이 중 8종이 여성에게 더 심각한 독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가장 널리 시행되는 처방 20가지에 사용되는 약 668개 중 절반에 육박하는 307개의 약에서 성별 부작용 차이를 발견한 논문도 있다. 2015년에는 백신에 의한 면역 반응에도 성별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임상 현장에서도 성별에 따른 차이가 크다. 남녀는 잘 걸리는 병도 다르고 약의 효과도 다르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센터장은 “위식도 역류 질환은 남성과 여성이 잘 걸리는 타입이 각기 다르다”며 “남성은 역류성 식도염에 잘 걸리는 데 비해 여성은 에스트로겐의 방어 능력에 힘입어 (식도염 증세가 관찰되지 않는 경증인) 비미란성 식도질환에 잘 걸린다”고 말했다. 반면 여성은 증상을 심하게 느끼고 삶의 질 감소도 더 심하다. 정이숙 아주대 약대 교수는 “뼈엉성증(골다공증)이나 치매, 고지혈증, 뇌중풍(뇌줄중) 등은 여성의 발병이 더 높다”며 “약의 효과와 부작용도 달라, 수면제인 졸피뎀의 경우 분해 속도 차이로 여성에게 약리 작용이 더 강하고 부작용 빈도도 높다”고 말했다.

 

실제 연구 및 실험 현장에서는 반영이 더디다. 이숙경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실험용 세포를 공급하는 세포주 은행 등에서 세포의 성별을 처음부터 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성별을 고려해 실험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팀은 2015년, 미국 및 유럽, 일본 등의 세계적인 세포주 공급회사의 세포 성별 표시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인체 유래 세포는 약 20%, 쥐 세포는 90% 이상이 성별 표시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유명한 인간 유래 세포인 헬라(HeLa) 세포는 미국에 살았던 여성 헨리에타 랙스의 암 조직에서 나왔다. 실험에 쓰이는 세포가 성별 등 인체의 특성을 담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무시돼 왔다. 학자들은 이제라도 고려해서 실험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 제공 미국국립보건원(NIH)
유명한 인간 유래 세포인 헬라(HeLa) 세포는 미국에 살았던 여성 헨리에타 랙스의 암 조직에서 나왔다. 실험에 쓰이는 세포가 성별 등 인체의 특성을 담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무시돼 왔다. 학자들은 이제라도 고려해서 실험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 제공 미국국립보건원(NIH)

이미 각국의 연구 현장은 성별을 적극 고려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미국 국립보건원(NIH), 캐나다 등이 성별을 생물학적 변수로 연구에 포함시킬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네이처, 랜싯, 사이언스 등 30여 곳의 학술지도 논문에서 성별을 고려했는지 보고하고, 성별에 따른 영향을 언급하도록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추세다. 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젠더혁신연구센터는 성별 검색이 가능한 세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실험에 쉽게 성별을 반영하도록 했다.

 

김영미 교수는 “유럽과 캐나다는 자연적인 성별(sex)은 물론 사회적 성별(gender)까지 항목에 넣으며 앞서가고 있다”며 “손을 놓고 있다가 의생명 분야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뒤처지지 않게 지금 현장에서부터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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