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지뇽뇽 사회심리학] 강간범과 일반인의 차이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8년 05월 26일 13:00 프린트하기

어떻게 하면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을까?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GIB 제공
GIB 제공

 

여성의 고통을 즐기는 강간범의 사고방식


강간범들과 일반인 남성의 차이를 보여준 실험이 있다(Rice et al., 1994). 연구자들은 죄질이 상당히 불량한 강간범들과 일반인 남성 모두에게 남녀가 동의한 성관계 상황과 또 강간 상황을 구체적으로 서술한 오디오를 들려주었다. 음경에 장치를 부착하여 발기 정도, 즉 성적 흥분도를 측정했는데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N: 중립적 사건 C: 남녀가 합의하에 관계 R: 강간 Nv: 성적이지 않은 폭력 상황 M/F: 남성 화자, 여성 화자로 이야기가 전개됨 E/S: 여성이 즐거워함(E), 여성이 괴로워함(S)
N: 중립적 사건 C: 남녀가 합의하에 관계 R: 강간 Nv: 성적이지 않은 폭력 상황 M/F: 남성 화자, 여성 화자로 이야기가 전개됨 E/S: 여성이 즐거워함(E), 여성이 괴로워함(S)

1) 일반인 남성들은 강간 상황보다 남녀가 합의한 성관계에 대한 시나리오를 들으면서 더 흥분한 반면, 강간범들은 반대의 패턴을 보였다. 이들은 남녀가 합의한 성관계보다 강간 상황에 대한 서술에서 더 큰 성적 흥분도를 보였다. 


2) 특히 여성 피해자가 성폭력으로 인해 크게 고통받았음을 여성 화자의 목소리로 (e.g., “나는 너무 무섭고 고통스러웠다”) 서술했을 때 일반인과 강간범의 흥분도 차이가 가장 컸다. 일반인은 여성 피해자의 고통에 성적 흥분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강간범들은 그렇지 않았다. 


3) 성적 행동을 동반하지 않은 여성에 대한 폭력행위(e.g., 여성에게 다가가 발로 참)에서도 강간범들은 일반인 남성보다 더 높은 성적 흥분도를 보였다.


4) 연구에 참여한 일반인 남성은 단 한 명도 합의한 성관계보다 강간 상황에서 더 크게 흥분하는 경향을 보이지 않았지만, 강간범들은 전원이 합의한 성관계보다 강간 상황에서 더 크게 흥분했다.

 

여성이 고통스러워하는 상황에서 즐거움을 느끼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강간범과 일반인의 차이가 가장 크게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연구자들은 성범죄 예방을 위해 여성을 자신과 동등한 인간으로 여기고 여성의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GIB 제공
GIB 제공

 

 

강간과 여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


강간 소재에 더 크게 흥분했던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 남성들에 비해 ‘여자들이 강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거짓말. 단지 관심을 받기 위해 그러는 것일 뿐’, ‘여자도 강간 당하는 걸 즐김’ 같은 강간에 대한 환상(rape myth) 또한 더 크게 보였다. 이들은 ‘여자들은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남자를 좋아한다’는 잘못된 인식 또한 더 크게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Rice et al., 1994).


성폭력범들은 심한 성차별 의식을 갖고,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 사고 방식을 보이기도 한다(Polaschek & Gannon, 2004). 여성은 남성의 성적 쾌락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존재이고 부인이나 여자친구는 남편이나 남자친구의 성욕을 해소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생각, 자신이 꾸준히 대쉬한 여성은 반드시 섹스로 자신에게 보답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꽃뱀이라는 사고 방식, 나를 쳐다봤다는 건 나와 자고 싶다는 뜻이라고 생각하는 등 여성을 기본적으로 ‘성적 존재’로 바라보며 여성의 모든 행동을 성적으로 해석하는 사고 구조, 여성이 남성의 자존심을 세워주지 않으면 폭력을 휘둘러서라도 기를 눌러야 한다거나 (자신을 충분히 존중하지 않았다며 아내나 여자친구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심지어 살해하는 사건들이 비일비재하다), 폭력은 여성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는 '피해자 비난하기' 등도 성폭력범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사고방식이다.

 

무엇이 왜 이들로 하여금 여성에 대한 그릇되고 왜곡된 사고방식을 가지게 만들었을까? 왜 ‘남성성 = 무력과 강압’ 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오랫동안 여성과 성에 대한 잘못된 사고방식에 노출되어 왔던 것이 이들로 하여금 여성의 고통에도 성적 흥분이 가능하도록 만들지 않았을까?


‘한 순간의 실수’나 ‘몹쓸짓’ 등 오래 지속되어온 성차별 의식과 왜곡된 여성관의 존재를 감추고 "어쩌다 보니 성폭력을 저지르게 되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또 얼마나 해로운 걸까? 강간을 포르노화 하고 큰 고민 없이 강간 장면을 눈요깃거리로 사용하곤 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쉬이 전시하는 미디어는 또 어떤가?

 

GIB 제공
GIB 제공

남자는 울면 안 된다든가 남자는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류의 편견 역시 남성으로 하여금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발달시키지 못하게 하고 공감 능력을 잘 사용하지 않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었다.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편협한 정의들을 점검하고, 모두가 동등한 인간이라는 시각을 기를 때다.

 

 

[1] Polaschek, D. L., & Gannon, T. A. (2004). The implicit theories of rapists: What convicted offenders tell us. Sexual Abuse, 16, 299-314.
[2] Rice, M. E., Chaplin, T. C., Harris, G. T., & Coutts, J. (1994). Empathy for the victim and sexual arousal among rapists and nonrapists. Journal of Interpersonal Violence, 9, 435-449.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내 마음을 부탁해>를 썼다. 현재는 UNC 의과대학에서 연구원을 하고 있다.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8년 05월 26일 13:00 프린트하기

 

혼자보기 아까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해 보세요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7 + 4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