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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뇽뇽 사회심리학] 위로가 필요한 나에게 무슨 말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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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02일 15:00 프린트하기

나는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자존감이 높아질까?


사람들에게 ‘나는 멋지고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야’라는 말을 반복하게 해도 그러지 않았던 사람들에 비해 자존감이 크게 상승하지 않거나, 특히 자존감이 이미 낮았던 사람의 경우 자존감이 더 크게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자신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모두를 떠올리게 한 조건보다 긍정적인 면만 떠올린 조건의 사람들이 더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했다 (Wood et al., 2009). 

 

진심으로 믿을 수 없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억지로 외울수록 속에서는 ‘아닌데.. 나 멋지지 않은데.. 나 요즘 실수투성인데..’라며 속에서 반박이 치고 올라오고 결국 ‘난 역시 안 돼’라는 부정적인 결론을 내리게 된다는 것이다. 

 

GIB 제공
"난 역시 뭘해도 안되는 인간이야" - 사진 GIB 제공

나는 멋진 사람이라고 나의 ‘내용’을 가급적 좋게 포장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이려는 시도의 맹점이 여기에 있다. 살면서 우리는 반드시 내가 멋지지 않고 반짝거리지 않는 날을 마주하게 된다. 특별히 실패하지 않아도 모두가 늘 나름의 약점과 부족함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바라본 내가 멋지지 않다면 ‘멋진 나’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쌓아올린 자존감은 쉽게 무너지고 만다. 또는 현실과 생각 속 괴리를 메우기 위해,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 탓이라며 책임을 돌리는 등의 합리화에 빠지기도 한다. 


따라서 더 멋지고 잘난 사람이 되려고 애쓰거나 자신을 좋게 바라보려 애쓰기보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어렵기 마련이며 따라서 넘어져도 괜찮다고, 힘든 인생을 사느라 수고가 많고 항상 응원한다고 삶과 자신에 대해 ‘자애로운 태도’를 갖는 것이 훨씬 건강한 자존감을 가져온다고 이야기하는 학자들이 있다. 이를 ‘자기 자비(self-compassion)’라고 한다(Neff, 2003). 

 

인생은 누구에게나 어렵기 마련이지. 힘든 인생을 사느라 수고가 많다 - 사진 GIB 제공
"인생은 누구에게나 어렵기 마련이지. 힘든 인생을 사느라 수고가 많다" - 사진 GIB 제공

힘들어지면 스스로에게 등을 돌리는 사람들


하지만 결국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이 스스로에게도 자애로운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닐까? 의외의 사실은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나쁜 생각을 곱씹거나 좌절을 막는데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Neff & Vonk, 2009). 평소 그럭저럭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상황이 조금만 나빠지면 누구보다 먼저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너가 그러니까 안 되지. 참 한심하다’같은 말을 퍼붓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또한 자존감을 높이는 처치를 하면(자신이 얼마나 멋지고 사랑스러운 사람인지 생각해보게 함) 실패했을 때 자신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더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Leary et al., 2007). 


이미 성적이 많이 낮은 학생들에게 자존감 처치를 했더니 ‘나는 원래 똑똑한데 선생이 잘 못 가르치는 것’같은 생각을 보이고 성적이 더 크게 떨어지더라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Forsyth et al., 2007). ‘멋지고 특별한 나’라는 생각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을수록 그렇지 않은 현실을 잘 견디지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반면 자존감과 상관 없이 스스로에게 너그러울 줄 아는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이 적어도 한두번 실패하는데 내가 실패한 게 뭐 대수냐며 다음에 더 잘 하면 된다고 마음먹고 실제로 더 많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Breines & Chen, 2012). 

 

실패한 게 뭐 대수겠어? 다음에 더 잘 하면 돼 - 사진 GIB 제공
"실패한 게 뭐 대수겠어? 다음에 더 잘 하면 돼" - 사진 GIB 제공

 

 

평가 대신 축복하기


또한 ‘잘 한다’거나 ‘멋지다’는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평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위험하다. 일례로 칭찬을 받으면 되려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좋은 말이라고 해도 결국 ‘평가’이고 그 기대에 부합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한 가지 원인이었다(Kille et al., 2017). 나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 또한 그렇지 않을까? 스스로가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는 순간 기분이 좋지만 한편으론 그 기준에 계속 부합해야 한다는 부담을 스스로에게 지우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옳고 그름, 잘하고 못함 같은 ‘평가’와 상관 없는 이야기들, 사랑하는 사람이 잘 하고 있거나 힘들어 할 때나 상관없이 해줄 수 있는 응원과 축복의 이야기들을 내게도 해주는 것이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 역시 오랫동안 평상시에는 우쭐하다가도 삶이 조금만 내 맘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큰 충격을 받거나 나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은 나에게 욕을 퍼붓는 일을 오래 해왔다. 그러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나를 향한 평가에 지나치게 익숙해진 나머지 어떻게 하면 ‘순수한 축복’을 할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다행히 자기 자비를 연구하는 Karen Bluth 박사의 수업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고 하루는 이런 시간을 가졌다. 나와 타인에게 축복을 건내는 시간이었다. 


먼저 눈을 감고 10년 전의 자신을 떠올려 보고 그 때의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어떤 위로와 격려를 해주고 싶은지 떠올려보라고 했다. 

 

눈을 감자마자 잊은 줄 알았던 불편한 기억이 번뜩 올라왔다. 중학생쯤 된 내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집안에는 폭력적인 어른이 있었는데 그가 당시 세 살 남짓 된 어린 동생에게 위험한 물건을 던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동생 앞을 막아섰다. 물건은 툭 소리를 내면서 내 등을 맞고 떨어졌고 세상 누구보다 겁쟁이인 내가 떠올렸던 건 ‘아프다’보다 ‘다행이다’였다. 어린 동생이 맞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위로가 필요했던 그 때의 나를 떠올려보자.  - 사진 GIB 제공
위로가 필요했던 그 때의 나를 떠올려보자. - 사진 GIB 제공

그런 나를 바라보며 “이제는 네 옆에도 누군가 너를 감싸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해보았다. 지금은 다행히도 내 곁에 나를 보호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다행이야. 네가 안전했으면 좋겠어. 다시는 그런 위험하고 힘든 상황에 처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눈을 뜨고 이번에는 내 앞 사람을 바라보며 속으로 축복의 말을 건네는 시간을 가졌다. 나에게 그랬듯 이 사람에게도 나름의 어려움들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에게도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일들이 생기지 않길, 어떤 종류의 폭력이나 학대에서도 자유롭길, 사랑받길, 또 아프지 않길, 행복하길 축복할 수 있었다. 나를 축복하는 경험이 타인 또한 진심으로 축복할 수 있게 도와준 느낌이었다. 나를 포함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안전과 행복이 필요할 것이고, 우리 모두 안전하고 행복하길 마음 깊이 바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내가 떠올렸던 말들은 이렇다. ‘약하다고 해서 내 몸을 싫어하지 않길. 내 몸의 필요에 좀 더 귀를 기울이길’, ‘게으르다고 너무 나를 후려치지 말고 내가 하는 노력들에 좀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갖길’, ‘내가 나와 함께 하는 시간들을 두려워하지 않길’. 

 

당신도 한 번 써보도록 하자. 위로가 필요했던 때의 나를 떠올려보자. 그 때의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1] Breines, J. G., & Chen, S. (2012). Self-compassion increases self-improvement motivatio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8, 1133-1143.
[2] Forsyth, D. R., Lawrence, N. K., Burnette, J. L., & Baumeister, R. F. (2007). Attempting to improve the academic performance of struggling college students by bolstering their self–esteem: An intervention that backfired. Journal of Social and Clinical Psychology, 26, 447-459.
[3] Kille, D. R., Eibach, R. P., Wood, J. V., & Holmes, J. G. (2017). Who can't take a compliment? The role of construal level and self-esteem in accepting positive feedback from close other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68, 40-49.
[4] Leary, M. R., Tate, E. B., Adams, C. E., Batts Allen, A., & Hancock, J. (2007). Self-compassion and reactions to unpleasant self-relevant events: The implications of treating oneself kindl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2, 887-904. 
[5] Neff, K. (2003). Self-compassion: An alternative conceptualization of a healthy attitude toward oneself. Self and Identity, 2, 85–101.
[6] Neff, K. D., & Vonk, R. (2009). Self‐compassion versus global self‐esteem: Two different ways of relating to oneself. Journal of Personality, 77, 23-50.
[7] Wood, J. V., Elaine Perunovic, W. Q., & Lee, J. W. (2009). Positive self-statements: Power for some, peril for others. Psychological Science, 20, 860-866.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내 마음을 부탁해>를 썼다. 현재는 UNC 의과대학에서 연구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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