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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교육 현장]① 가르치기보다 같이 참여하는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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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06일 16:00 프린트하기

※편집자주. 다양한 도구와 오픈 소스를 활용해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만들고 이를 공유하는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이 교육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메이커 교육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고민이 깊다. 
메이커 교육 전문기업 ‘메이커스’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교육 전문 컨퍼런스 SXSW EDU와 샌프란시스코의 혁신적인 교육 현장을 탐방하고 이를 디지털 리포트로 출간했다. 메이커 교육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그 일부를 3편의 시리즈로 공개한다. 

(자세히보기>> http://makerschool.kr/maker_education_in_us/)

 

“시키지 마세요. 놓아주세요. 손 떼세요.”

 

탐사 중에 만난 사람들에게 ‘메이커 교육자에게 필요한 역할과 자질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기존 교육 방식에서 교사는 모든 것을 아는 교실 안의 유일한 전문가입니다. 따라서 수업은 교사가 가진 지식을 학생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요. 또 수업의 내용과 방식, 시기, 기간, 장소, 평가 등 수업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교사가 기획하고 설계하고 운영하며 학생의 학습 경험까지 이끕니다. 교사는 이렇게 할 수 있도록 훈련받고 육성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만난 교육자들은 메이커 교육에서 교사가 전문가가 되기란 불가능하며, 그런 역할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영주 메이커교육연구소장 제공
오영주 메이커교육연구소장 제공

매사추세츠 주의 한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제인도 그 중 한 사람이었어요. 로보틱스와 공학 등 체험 교육을 총괄하기도 하는 그는 SXSW EDU의 패널 토론 세션에서 전통적 훈련을 받은 교사로서 느꼈던 불안과 갈등을 공유했습니다.

 

“몇 주 전에 기하학 수업에서 코딩 프로젝트를 했는데 교사로서 잘 알지 못하는 걸 해야 한다는 게 정말 괴로웠어요.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10학년(우리나라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 애들은 기하학 점수가 제대로 나와야 나중에 졸업에 문제가 없을 텐데’ 등 별생각이 다 들더라구요.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 아이들이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스스로 자랑스러웠던 경험을 목록으로 적어냈는데, 그걸 보면서 아이들이 그 많은 걸 다 해냈다는 데 놀라움을 느꼈어요.”

 

오영주 메이커교육연구소장 제공
오영주 메이커교육연구소장 제공

나중에는 그 프로젝트로 다른 반과 합동 수업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질문에 답할 일이 거의 없었어요. 아이들이 모두 답할 수 있었거든요. 그게 바로 수평적 학습이자 수평적 창의성이잖아요. 그런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다니 정말 아름답다고 느꼈어요. 더는 내용(content)이 왕이 아닙니다. 학습을 이끄는 건 내용이 아니라 학생의 참여예요. 교사가 할 일은 비켜 주는 겁니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고요.”

 

그는 행동 관리도 교사로서 해야 하는 중요한 일 중 하나였는데, 메이커 교육을 할 때는 모든 아이들이 잘 참여했기 때문에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이 없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오영주 메이커교육연구소장 제공
오영주 메이커교육연구소장 제공

한편 캘리포니아 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13년째 메이커 교육을 맡고 있는 샘은 인터뷰에서 자기가 먼저 배워서 가르치려고 했던 게 얼마나 잘못된 생각이었는지 털어놓았습니다.

 

“코딩을 처음 가르칠 때, 나는 선생님이기 때문에 모든 걸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6주 동안 매일 스크래치(MIT에서 개발한 무료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를 하며 공부했지요. 그런데 아이들은 내가 배운 걸 며칠 만에 배워 버렸어요. 그 나이대 아이들의 학습 능력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지요. 그런데 난 내가 정보 공급원이 되겠다는 잘못된 생각을 한 거예요. 사실 정보 공급원 역할은 온라인 가이드나 튜토리얼, 또는 친구가 대신 해 줄 수 있거든요. 교사가 할 일은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잘 몰라도 그 상태를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샘은, 교사는 시키고 학생은 따르는 기존 교육 방식에 익숙한 이들을 과정 중심 교육 방식에 적응시키는 일이 정말 어렵고 힘들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용감해지세요. ‘선생님도 잘 모르는 부분이 있는데, 같이 한번 해 볼까? 마침 관련 자료가 있는 웹사이트를 찾았어. 뭘 해 보고 싶니?’ 하고 말이지요. 과정을 함께 헤쳐 나가는 파트너로 학생을 대하면, 그들이 잘 모를 때도 너그러워진답니다.”

 

오영주 메이커교육연구소장 제공
오영주 메이커교육연구소장 제공

텍사스에 있는 오스틴 팅커링 스쿨을 찾았을 때 우리를 맞은 알렉스는 자신을 ‘컬래버레이터(collaborator, 협력자)’라고 소개했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협력하는 사람으로서 학생의 작업을 돕는 역할이라는 설명과 함께요. 교사와 머리를 맞대고 같이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학생의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러니 가르치지 말고 같이 해 주세요.

 

*팅커링 (tinkering)이란 주변에 있는 다양한 재료와 도구들을 활용해 물건을 만들거나 놀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고,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오영주 메이커교육연구소장 제공
오영주 메이커교육연구소장 제공

 

※ 필자소개
오영주 (주)메이커스 메이커교육연구소장(yoh@makersi.com))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 교육대학원 티처스 칼리지(Teachers College)에서 발달심리 석사과정을 밟으며 혁신적인 교수학습법과 교육기술의 활용 문제에 천착하기 시작했다. 세계적 교육 콘퍼런스 SXSW EDU 참가 후 지식 콘텐츠 스타트업 퍼블리에서 2년 연속 리포트를 발간해 호응을 얻었다. 이후 교육기술을 융합한 프로젝트 기반 수업 설계와 강의 경험을 거쳐 현재 메이커 교육 전문 기업 메이커스에서 메이커교육연구소를 이끌며 교육용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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