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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 주먹도끼의 반격...인간은 힘 합쳐 자연과 싸우며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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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10일 15:00 프린트하기

진화인류학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아마 ‘던바의 숫자’에 대해서는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인간이 안정적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100명에서 231명 사이, 평균 148명이라는 주장입니다. 로빈 던바는 털고르기와 언어, 집단의 크기, 뇌의 크기 간의 관계를 회귀식으로 정리하는 기발한 착상을 통해서 아주 흥미로운 주장을 합니다. 인류의 뇌 크기 증가와 언어의 진화가 바로 사회적 관계를 맺기 위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바로 도구 가설입니다.

 

사진 GIB 제공
사진 GIB 제공

 

도구가 사람을 만든다(tools maketh the man) 

 

구글에서 사회적 뇌 가설(social brain hypothesis)을 딱 끊어서 검색하면, 18300개의 결과가 검색됩니다. 그러나 기술적 뇌 가설(technical brain hypothesis)을 겨우 여섯 개가 검색됩니다. 그것도 모두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죠. 물론 도구 사용 가설(tool use hypothesis)로 검색하면 좀 더 나오지만, 아무튼 실망스러운 숫자입니다. 


하지만 이는 인류 진화에서 도구가 미친 영향을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닙니다. 사실 도구가 인류 진화를 촉발한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주장은 진화론이 등장하던 시기부터 있었습니다. 찰스 다윈은 인류가 네 발에서 두 발로 걷기 시작한 이유가 도구 사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팔이 자유로워야 도구를 사용할 테니, 어쩔 수 없이 두 발로 걸었다는 것이죠. 1968년에 개봉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는 인류의 조상이 뼈를 두들기다가 집어 던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뼈가 하늘을 날며, 곧 우주선으로 바뀌죠. 


1959년 인류학자 케네스 오클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이 곧 선 자세를 가지게 되자, 두 손은 자유를 얻게 되었다.

도구를 만들고 조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손을 쓰기 위해서는 정신과 신체의 공조 능력이 필요했지만,

또한 자유롭게 된 두 손은 이러한 공조 능력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사실 도구는 고고인류학에서 대단히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일단 선사시대는 구석기, 신석기로 나뉘고, 이후에도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로 나뉘죠. 도구의 변화가 곧 진화를 가르는 기준입니다. 석기 시대도 올도완, 아슐리안, 무스테리안, 샤텔페로니안, 오리냐시안, 그라베티안, 솔류트리안, 막달레니안 시기 등 도구의 모양과 정교함, 종류 등에 따라서 다양한 시기로 나뉩니다. 아슐리안 석기가 발견되는 지역과 발견되지 않는 지역을 가르는 뫼비우스 라인 같은 개념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남는 것이 석기라서 그런 점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도구는 곧 인간성을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아슐리안 주먹도끼. 찰스 다윈은 두발 걷기의 이유가 도구 사용이라고 할 만큼, 도구의 진화를 중요한 인간성의 한 부분으로 보았다. - 위키미디어 제공
아슐리안 주먹도끼. 찰스 다윈은 두발 걷기의 이유가 도구 사용이라고 할 만큼, 도구의 진화를 중요한 인간성의 한 부분으로 보았다. - 위키미디어 제공

 

도구 사용 가설의 몰락

 

그러나 찰스 다윈이라는 거물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도구 사용 가설은 설득력이 약했습니다. 약 350만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신은 도구를 사용했는데, 뇌 크기는 침팬지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생 침팬지의 도구는 그냥 자연에 있는 것을 가져다 쓰는 정도죠. 차이가 확연합니다. 


반대로 오스트랄로피테신 이후에 나타난 호모 하빌리스는 뇌가 꽤 커졌지만, 도구 수준은 그다지 발전하지 않았죠. 돌을 날카롭게 깬 수준에 불과합니다. 미리 설계해서 잘 다듬은 것이 아닙니다. 

GIB 제공
GIB 제공

호모 하빌리스 이후에 나타난, 호모 에렉투스의 뇌는 급격하게 커집니다. 그러나 여전히 도구는 약간 정교해졌을 뿐입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아슐리안 석기가 등장해서 제법 그럴듯한 도구를 만들었지만, 아시아 지역의 석기는 여전히 별 발전이 없었습니다. 물론 돌 대신 대나무를 사용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근거는 미약합니다. 


그런데 약 19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이후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호모 사피엔스 이달투와 현대인의 뇌 크기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기술 수준의 차이는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벌어집니다. 말 그대로 뼈다귀가 우주선이 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1988년 인류학자 토마스 윈은 다음과 같이 결론 내립니다. 

 

도구의 진화에 대한 고고학적 증거, 그리고 뇌 크기의 증가에 대한 증거를 볼 때,

인간 지능이 보다 나은 도구를 만들기 위해서 발달했다는

단순한 시나리오를 기각해야 합당하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첫 부분은 원시 인류가 던진 뼛조각이 우주선이 되면서 시작한다. 그러나 도구가 인간을 만들었다는 주장은 1990년 대 이후 점점 구식 이론이 되었다. - flickr 제공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첫 부분은 원시 인류가 던진 뼛조각이 우주선이 되면서 시작한다. 그러나 도구가 인간을 만들었다는 주장은 1990년 대 이후 점점 구식 이론이 되었다. - flickr 제공

 

사회적 뇌 가설의 등장

 

사회적 관계가 인류의 뇌 성장을 추동했다는 주장은 1973년부터 있었습니다. 인류학자 해리 제리슨은 육식 동물과 우제류 동물의 뇌 크기를 비교해서, 육식동물의 뇌 크기는 양성 되먹임을 통해 점점 커졌다는 것을 밝혔죠. 물론 육식을 많이 하던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냥은 일반적으로 협동을 통해 일어납니다. 그리고 협동 사냥을 하려면 평소부터 사회적 관계를 맺어 두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다양한 술수와 전략이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집단 내에서 권력을 얻으려면 동맹 맺기, 화해, 우정 유지, 기만 전술 등을 자유자재로 써야 합니다. 1988년 인류학자 리처드 바이른과 앤드류 휘튼은 16세기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정치가, 마키아벨리의 이름을 따서 이른바 마키아벨리적 지능 가설을 제시합니다. 

 

사진 GIB 제공
사진 GIB 제공

1993년 리버풀 대학의 로빈 던바는 이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영장류 사회를 조사하여 신피질의 부피와 집단의 크기 간의 관계를 찾아냅니다. 인과관계는 애매하지만, 아무튼 집단이 큰 영장류일수록 뇌 내 신피질의 용적도 큰 경향을 보입니다.  던바는 22개 영장류 집단의 털고르기 시간과 집단 크기도 서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이 세 결과를 연결하면 인류의 조상은 평균 148명의 집단을 이루고 살았으며, 이를 위해서는 하루 중 42%의 시간을 털고르기에 보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런데 하루의 절반을 털고르기를 할 도리는 없습니다. 하루 시간 중 30% 이상을 털고르기를 해야 하는 순간, 보다 효율적인 방법, 즉 언어를 만들었다고 추정했죠. 이 시점을 역산하면 약 20-30만년 전입니다. 


던바는 인류 집단의 적정 크기와 언어 진화의 시기를 한꺼번에 예측하면서 엄청난 주목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는 기본적인 인류학 가설로 자리잡았죠. 

 

16세기 이탈리아의 정차가 마키아벨리. 마키아벨리는 권모술수를 정당화한 정치가라는 악평이 있지만, 사회적 뇌 가설은 인류의 뇌와 마음이 바로 이러한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다루기 위해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 위키미디어 제공
16세기 이탈리아의 정차가 마키아벨리. 마키아벨리는 권모술수를 정당화한 정치가라는 악평이 있지만, 사회적 뇌 가설은 인류의 뇌와 마음이 바로 이러한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다루기 위해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 위키미디어 제공

 

기술적 뇌 가설의 반격 

 

하지만 사회적 뇌 가설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일단 너무 많은 가정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고 있죠. 하나만 삐끗해도 모든 이론이 무너집니다. 우선 오랑우탄의 집단이 작지만, 뇌는 크죠.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데도, 큰 대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복잡한 사회적 시스템을 가진 카푸친이나 마카크 원숭이는 지능도 낮고 뇌도 작습니다. 


기술적 뇌 가설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생태적 환경에 대한 적응이라는 보다 넓은 의미의 기술적 뇌 가설이 등장했습니다. 급기야 올해 5월 영국의 마우리시오 곤잘레즈-페레로와 앤디 가드너는 네이처에 아주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하나의 핵심 요인에 국한하지 않고, 전체 에너지를 생태적 환경 내에서 자원의 획득, 다른 개체와의 협력, 다른 집단과의 경쟁이라는 세 가지 과제에 배분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줍니다. 


인간이 처리해야 하는 과업을 크게 다음의 네 가지로 할당합니다. 첫째 나와 자연의 관계, 둘째 우리와 자연의 관계, 셋째 자신과 타인의 관계, 넷째 우리와 그들의 관계입니다. 놀랍게도 첫번째 요인이 60%, 두번째 요인이 30%, 네번째 요인이 10% 일 때, 호모 사피엔스와 가장 비슷한 뇌와 신체 크기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른 초기 호미닌의 경우에도 각 개체 간 갈등을 반영해야 하는 경우는 호모 하빌리스 뿐이었는데, 그래봐야 고작 10%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최근 네이처에 실린 연구에 의하면, 생태학적 압력에 대한 개별적 적응과 집단적 적응이 인간의 뇌와 신체 진화의 90%를 설명할 수 있었다. - nature 제공
최근 네이처에 실린 연구에 의하면, 생태학적 압력에 대한 개별적 적응과 집단적 적응이 인간의 뇌와 신체 진화의 90%를 설명할 수 있었다. - nature 제공

요약하면 인간의 몸과 마음은 약 90%가 자연과 싸우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입니다. 60%는 혼자서, 30%는 힘을 합쳐 싸우며 진화했죠. 고작 10% 만이 다른 집단과 싸우면서 진화했습니다. 물론 굳이 할당량을 나누자면 그렇다는 것입니다만, 아무튼 생태 환경에 적응하면서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고, 거주지를 찾고, 먹이를 획득하고, 위험을 회피하는 등의 행동이 호모 사피엔스의 ‘주 업무’라는 것입니다.

 

인류의 높은 지능은 서로 힘을 합쳐 환경가 싸우다 진화했다 - 사진 GIB 제공
인류의 높은 지능은 서로 싸우면서 진화한 것이 아니라, 힘을 합쳐 '환경'과 싸우다 진화했다 - 사진 GIB 제공

마키아벨리 가설처럼 협잡을 꾸미고, 동맹을 맺고, 술수를 부리며, 뒷담화를 하는 것은 인간성의 본질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인류의 높은 지능은 서로 싸우면서 진화한 것이 아니라, 서로 힘을 합쳐 '환경'과 싸우다가 진화한 것입니다. 

 

 

에필로그

 

사회 생활이 참 힘들다는 분이 많습니다. 사실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의 뇌, 즉 우리의 마음은 기본적으로 자연을 향해 조율되어 있습니다(9할). 다른 이와 협력할 때도, 그 목표는 자연입니다(3할). 그래서 누구나 휴일이 되면 자연을 찾아 떠나고 싶은 걸까요? 로빈 던바가 들으면 좀 서운하겠지만, 대인 관계가 인간 진화의 원동력이었다는 주장이 점점 흔들리고 있습니다. 

 

 

 

※ 필자소개

박한선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에서 진화와 사회에 대해 강의하며, 정신의 진화 과정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정신과 사용설명서>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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