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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 입문하고 싶다면? ‘갈다’에서 책 처방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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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12일 05:00 프린트하기

이명현 과학책방 ‘갈다’ 대표 인터뷰

 

“과학에 들어가는 통로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과학자들의 뒷얘기를 좋아한다면 ‘불멸의 원자’를 권하고요, 공감과 치유에 무게를 둔다면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추천해요.”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자리잡은 과학책방 ‘갈다’에서 만난 이명현 대표가 기자에게 내린 진단이다. 서점 한켠에 마련된 과학책 입문자를 위한 코너에서 이 대표가 직접 골라낸 독특한 과학책 ‘처방’을 듣자, 책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그는 “과학책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을 위해 만든 코너"라며 "취향에 따라 골라 읽을 수 있게 만든 메뉴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고보니 표지를 드러낸 채 비스듬히 선 책들은 과학책이라는 공통점만 있을뿐 주제도, 저자도, 개성도 모두 달랐고 각기 다른 키워드가 적힌 메모를 달고 있었다. 대형 서점과 달리 좋은 과학책을 우연히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터였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자리 잡은 과학책방 갈다. 100여 명의 주주가 의기투합해 주식회사 갈다를 탄생시켰고, 천문학자이자 과학 저술가인 이명현 박사가 대표이사를 맡았다. 책방은 이 대표가 어릴 적 살던 주택을 개조해 만들었다. - 우아영 기자 제공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자리 잡은 과학책방 '갈다'. 100여 명의 주주가 의기투합해 주식회사 갈다를 탄생시켰고, 천문학자이자 과학 저술가인 이명현 박사가 대표이사를 맡았다. 책방은 이 대표가 어릴 적 살던 주택을 개조해 만들었다. - 우아영 기자 제공

● ‘작가’에 방점을 찍다

갈다는 과학자와 과학 저술가 등 100여 명의 주주가 의기투합해 만든 주식회사다. 천문학자이자 과학 저술가인 이 대표가 어릴 적 살던 주택을 책방으로 개조했다. 갈다는 현재 정식 개점을 앞두고 있다.

 

독립 서점답게 과연 갈다에는 독특한 구석이 있다. 기존 대형 서점의 과학 코너가 주제별로 과학책을 진열하는 것과 달리, 갈다는 작가별로 책을 진열한다.

 

“과학 지식도 궁금하지만, 이에 대해 쓴 작가 개인이 궁금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소설 코너처럼 작가를 내세워 진열하기로 했죠.”

 

이런 콘셉트 덕에 과학책이 아닌 다른 종류의 책이 자리 잡기도 한다. 천문학자이자 과학 저술가 칼 세이건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는 2층에는 ‘만약 그가 현재 한국에 사는 청년이라면 어떤 책을 읽을까?’라는 상상에서 출발해 이 대표가 직접 그의 평전을 참고 삼아 꼽은 80권의 책을 진열했다. 여기에 칼 세이건이 학창 시절 연극무대에 올렸던 ‘체호프 희곡선’을 포함했다. 

 

작가별로 책이 진열돼 있는 갈다 1층 서가의 모습.
작가별로 책이 진열돼 있는 갈다 1층 서가의 모습. 기존의 대형 서점에서 만나기 어려운 독립출판물도 들여올 예정이다. -우아영 기자 제공

갈다가 작가별로 책을 진열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책방을 찾는 이들이 작가와 소통하길 바래서다. 현재 1층 서가에 국내 과학책 저술가인 이지유 작가와 이은희 작가(필명 ‘하리하라’)의 책들이 진열돼 있는데, 두 작가는 6월 7일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6주에 걸쳐 책 읽기 모임을 연다. 

 

“이런 작은 서점일수록 ‘접촉’이 중요합니다. 주기적으로 작가별 책을 진열하고 저자 직접 강연이나 해설 강연을 연계할 계획이에요.”

 

백미는 2층에 마련된 ‘작가의 방’. 미리 예약한 작가는 이곳에서 글을 쓸 수 있고, 책방을 찾은 독자는 그의 책을 사거나 가져오는 경우 서명을 받을 수 있다.

 

방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오묘한 공간이다. 문 틀은 있지만 문은 없다. 2층 계단에서 들여다보이는 손바닥 만한 창과 밖으로 통하는 창문이 있는 열린 공간이다. 그러나 선뜻 범접하기 어려운 ‘포스’를 풍긴다. 이 대표는 “작가와 독자가 직접 만나게 하는 동시에 작가의 저술 시간도 확보하고자 이런 형태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 “여성, 청년 세대와 과학 공유하고파”
과학 문화를 향유하는 계층을 확장하는 것도 갈다의 주요 목표다. 이 대표는 “과학책의 주요 소비자가 아니라고 여겨왔던 여성, 청년 세대와 과학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 지식을 포기하고 상대방의 지식을 받아들이며 기존의 질서를 의심하는 등 페미니즘을 중심으로 하는 시대정신과 과학이 유사점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젠더감수성이 높은 여성과 청년 세대는 SF, 판타지에 기반한 과학 콘텐츠를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요.”

 

실제 갈다 1층 서가에 페미니즘 SF 코너를 따로 마련할 예정이다. 현재 갈다에서 '페미니즘 SF 읽기 모임'을 공동주최하고 있는 한국SF협회와 걸스로봇이 이 코너에 진열할 책 목록을 갈다 측에 전달한 상태라고.

 

책방 인테리어도 세심하게 고려했다. 새하얀 벽에 개기일식을 닮은 조명을 걸었고, 목련나무가 보이는 쪽으로 액자 같은 창을 냈다. 이 대표는 "과학하면 떠오르는 중세, 남성적인 느낌을 지우고 싶어 모던하고 심플하게 꾸몄다"고 말했다.

 

이명현 갈다 대표. 2층에 마련된 작가의 방이다.
천문학자이자 과학 저술가인 이명현 갈다 대표. 2층에 마련된 '작가의 방'에서 촬영했다. - 우아영 기자 제공

● “출판사, 과학 모임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할 것”

아무리 뜻이 좋아도 출판 시장이 자꾸 줄어드는 시기에, 더구나 문학 책 시장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과학 책 시장에 뛰어들어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까. 이 대표에게서 단박에 “불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대신 갈다에서만 만날 수 있는 여러 이벤트를 기획하는 중입니다. 독자들이 재방문해 책을 구매하도록 이끌고, 향후 다른 수익모델도 만들기 위해서요."

 

예컨대 ‘세상 물정의 물리학’을 지은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갈다에서 한 달에 한 번 공개 ‘랩미팅(Lab meeting)’을 열 예정이다. 랩미팅이란 대학 실험실에서 주기적으로 여는 회의로, 지도교수와 연구원이 모여 성과를 공유하고 연구 방향을 정한다. 갈다에 방문하면 과학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현장을 만나는 셈이다.

 

이 대표는 갈다의 방향성을 "과학 소통의 허브"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원칙도 세웠다. 그 중 하나가 자체 출판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갈다 주주 중에 과학 저술가가 많지만, 갈다는 기획이나 강연 공간만 제공하고 출판은 출판사에 맡기겠다는 설명이다.

 

“과학 소통의 거점으로서 오프라인 책방이 갖는 가치가 분명히 있습니다. 허브로 기능하기 위해 출판사, 외부 모임, 그리고 다양한 공간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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