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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뇽뇽 사회심리학] 지식 얄팍할수록 자신감은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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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09일 15:00 프린트하기

조금만 아는 사람이 전혀 모르는 사람보다 더 무서운 이유

잘 모르는 걸 잘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보다, 잘 모르는 걸 잘 안다고 하는 사람들(confident incorrect)이 세상에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어떤 분야에 대한 지식이 적을수록 자신이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식이 적을수록 자신이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현상을 더닝-크루거 효과라고 한다 - GIB 제공
지식이 적을수록 자신이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현상을 더닝-크루거 효과라고 한다 - GIB 제공

이 현상을 발견한 연구자들의 이름을 따 더닝-크루거 효과라고도 불리는 현상으로, 어떤 분야에 대한 지식이 얄팍할수록 왠지 내가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경향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피상적으로 겉핥기를 할 때는 어떤 문제든 간단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이 공부하고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많은 이슈들이 있고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며 섣부른 확신이 줄게 된다. 

 

나 역시 심리학과 학부생일 때 내가 심리학을 많이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 제일 높았고, 대학원에 가면서부터 사실 그렇지 않다는 현실을 깨닫고 자신감이 급 낮아졌던 기억이 있다. 심리학뿐 아니라 ‘내가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모든 공부의 시작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최근 Political Psychology 저널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정치’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실제 정치 지식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퀴즈를 풀게 하고 본인들이 평소 생각하는 자신의 정치 지식 수준에 대해 물어봤다. 그랬더니 퀴즈에서 낮은 성적을 기록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신이 정치를 잘 알고 있다고 과신하는 정도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답을 많이 맞춘 사람들은 되려 실제 수준보다 자신의 지식 수준을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답을 많이 맞춘 사람들이 되려 실제 수준보다 자신의 지식수준을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GIB 제공
정답을 많이 맞춘 사람들이 되려 실제 수준보다 자신의 지식수준을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GIB 제공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현상이 자신의 평소 ‘정치 성향’을 떠올려보게 했을 때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자신의 정치 성향(진보 또는 보수)이 무엇인지 떠올리게 했을 때 사람들은 더 자신의 정치적 지식 수준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떠올렸을 때 자신과 비슷한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박학다식하고 성격도 좋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평가하는 반면, 반대되는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지식 수준이 낮고 뭘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선동당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자신과 다른 성향의 사람들을 깎아내리는 반면 자신이 속한 그룹을 좋게 생각하고 싶어하는 ‘내집단 편향’ 때문에 나와 우리 그룹 사람들이 더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는 게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적은 정보로도 쉽게 확신하고 단정짓는 편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입장을 보이고 정치적 프레임에 잘 걸려드는 편이라고 한다. 

 

적은 정보로도 쉽게 확신하고 단정짓는 편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입장을 보이는 편이다. - GIB 제공
적은 정보로도 쉽게 확신하고 단정짓는 편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입장을 보이는 편이다. - GIB 제공

마지막으로 자신의 지식 수준이나 내집단의 지식 수준을 과대평가한 정도가 가장 심했던 사람들은 퀴즈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했지만 답을 하나도 못 맞춘 것은 아니고 ‘아주 조금’ 정답을 맞췄던 사람들이었다. 아예 관심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보다 ‘조금’ 아는 사람들이 자신의 지적 수준을 크게 과신했다는 것이다. 


어떤 분야에 대한 책을 한 권 읽고나서 자신은 그 분야를 통달했다며 마치 전문가인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이야기하던 사람을 보고 신기하다고 느꼈던 적이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 ‘조금 아는 것’이 어쩌면 더 해로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 정도면 많이 알고 있다고 느낄 때가 어쩌면 제일 ‘조금’만 알고 있을 때인 것은 아닐까? 

 

 

Anson, I. G. (2018). Partisanship, Political Knowledge, and the Dunning‐Kruger Effect. Political Psychology. https://doi.org/10.1111/pops.12490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를 썼다. 현재는 UNC 의과대학에서 연구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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