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D 프린터를 이용해 소프트로봇을 만들고, 이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돌돌 말리거나 탄성을 이용해 먼 거리를 튀어 이동하고, 다른 물체를 집는 등 역동적인 동작을 오직 자기장만으로 정교하게 통제할 수 있다. 소프트로봇이나 인체 내 약 전달체 등으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를 모은다.
김윤호, 육현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 연구원팀은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부드러운 재질의 실리콘 고분자 재료를 인쇄했다. 이 때 재료 안에 자기장을 지닌 작은 입자를 넣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3D 프린터는 특수한 장치가 돼 있어서 자기장 입자를 자성별로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었다. 즉 실리콘 재료 안 자성 입자의 종류와 위치를 사전에 컴퓨터를 통해 계획한 대로 통제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렇게 인쇄된 재료 속 자성 입자가 자기장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동작을 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평면이었던 재료가 저절로 접히고 조립돼 복잡한 3차원 구조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자기장을 계속 변형시키면 3차원 도형의 모양도 그에 따라 계속 변했다. 단지 모양을 접어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제어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 방식으로 수 cm 지름의 불가사리 모양 평면이 빠르게 3차원 물체로 변하면서 0.4초 안에 지나가던 유리 구슬을 붙잡거나, 내부에 물건(알약 등)을 품은 채 굴러 11초 뒤에 원하는 지점에서 약을 배출하게 하는 복잡한 임무를 수행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1초가 채 안 되는 시간에 10cm 넘게 빠르게 움직이게 하는 임무도 성공했다.
연구팀은 "빛이나 열, 용매, 전자기장을 이용해 3차원으로 변형되는 부드러운 재료는 휘어지는 전자제품이나 소프트로봇, 바이오의약 등에 쓰일 수 있다"며 "앞으로 복잡한 3차원 구조를 갖는 전자제품이나, 뛰거나 기고 구르며 물건을 잡고 약을 전달할 수 있는 소프트로봇과 물질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잡지 '네이처' 14일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