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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기자의 영화 속 로봇] 지능형 서비스 로봇의 완성형… ‘월-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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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18일 15:30 프린트하기

⑩지능형 서비스 로봇, 독특한 기계구조 + 뛰어난 인공지능 갖춰야

 

영화 월-E의 포스터
영화 월-E의 포스터

 

한국의 ‘휴보’, 일본의 ‘아시모’, 미국의 ‘아틀라스’, 이탈리아의 ‘워크맨’까지….  세계 각국에선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인간형 로봇’을 경쟁적으로 개발 중이다. 이런 인간형 로봇 개발자들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로봇은 인간형이 가장 적합하하고 주장한다. 우리 주변 환경은 대부분 인간의 신체구조에 맞춰 만들어졌다. 계단이나 문은 물론 싱크대, 의자나 책상, 컵에 붙어있는 손잡이 하나까지 모두 인간을 고려해 설계된다. 궁극적인 서비스 로봇이 ‘인간형’ 이라는데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인간형 로봇에 회의적인 전문가도 의외로 자주 눈에 들어온다. 인간형은 사실 공학적인 면에서 볼 때 대단히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평지에선 두 발로 걷는 것보다 바퀴를 이용하는 편이 월등하게 유리하다. 험지라면 무한궤도(일명 캐터필러)가 훨씬 유리할 수 있다. 만약 가정용 로봇이라면, 좁은 공간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방식은 두 발로 걷는 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일례로 단 하나의 바퀴로 무게중심을 맞춰가며 움직이는 ‘인버티드 펜듈럼(외발자전거 방식)’ 같은 방식이 훨씬 빠르고 안정적이다. 물론 계단이나 사다리가 있는 2층, 혹은 3층 집에선 문제가 되지만 바퀴형 로봇 두 대를 각 층에 한 대씩 배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생각 중 어느 쪽이 옳다고 결론 내리긴 어렵다. 두 팔과 두 다리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대부분 해치울 수 있는 ‘궁극의 인간형 로봇’을 개발하는 것만큼이나, 제한된 상황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위하는 기계장치를 고안해내는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디즈니가 개봉한 만화영화 ‘월-E’는 귀여운 디자인 덕분에 개봉 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인의 인기를 얻고 있다. 개봉 당시에는 월-E를 그저 한 편의 로봇 영화로 생각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새삼 생각해 보면 제작진이 월-E 디자인에 들인 공이 적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 걷지 못하지만 쓰레기 치우는 능력은 최고

 

월-E는 바퀴벌레를 애완동물로 키우고, 자신이 사는 집을 스스로 정하고, 낡은 고물 중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골라 수집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또 다른 여성형 로봇과 사랑에 빠지는 등 스스로 완전한 자아를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 인공지능의 분류에서 소위 ‘강한 인공지능’의 범주에 들어간다. 하지만 성격 자체가 천진하고 묵묵히 맡은 일만 하도록 설계돼 있어 ‘제한적인 강한 인공지능’ 정도만 부여한 것으로 여겨진다.

 

인공지능의 실현은 대부분의 로봇 영화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설정은 아니다. 이 보다 영화 월-E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로봇의 신체구조다.

 

월-E의 한 장면. 쓰레기 청소에 최적화 된 신체구조를 갖고 있다.
월-E의 한 장면. 쓰레기 청소에 최적화 된 신체구조를 갖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두 다리 대신 달려있는 무한궤도다. 무한궤도는 바퀴 주변에 고무 혹은 금속으로 만든 띠를 둘러둔 것. 길이 없다면 임시적으로 바퀴 밑에 길을 깔아가면서 이동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개발됐다. 무한궤도를 이용한 트랙터를 상용화한 기업 ‘캐터필러’의 이름을 따서 캐터필러라고도 불린다. 바퀴가 진창이나 돌 틈에 빠지는 일이 없기 때문에 험지 이동 능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건설장비나 군사용 장비의 이동수단으로 자주 쓰인다. 쓰레기를 치우는 로봇이라면, 분명 두 개의 다리를 달고 있는 것보다는 캐터필러를 쓰는 것이 정답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면 월-E는 신체 모든 부위가 오직 ‘쓰레기 청소’에 맞춰 디자인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월-E의 손가락은 3개다. 3개의 손가락 모두 넓적하고 끝부분은 쓰레받기 마냥 다소 각이 서 있다. 인간의 손처럼 정밀한 작업을 할 수는 없겠지만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자잘한 쓰레기를 깔끔하게 긁어 올리기엔 꼭 적합하다.

 

짐짓 정육면체 박스처럼 보이는 월-E의 몸체도 쓰레기 처리를 위한 수단이다. 월-E의 몸체는 속이 비어있는데, 앞부분의 문을 열고 몸속에 작은 쓰레기들을 긁어 담은 다음, 강하게 눌러 정육면체 형태의 쓰레기 덩어리를 만들어 꺼내 놓는다. 즉 월-E는 몸 전체가 쓰레기 압축장치인 셈이다. 월-E의 머리 부분은 큼지막한 두 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쓰레기의 종류를 시각적으로 구분하려면 카메라 장치는 필수적이지만, 스피커(입)나 청각센서(귀)는 크게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야외형 청소 로봇으로는 최적의 디자인을 가진 셈이다.

 

여담이지만 월-E처럼 무한궤도에 로봇 팔, 큼직한 카메라를 달고 있는 디자인은 과거에도 자주 쓰였다. 1986년 개봉됐던 영화 ‘죠니5 파괴 작전(원제 Short circuit)’에 비슷한 디자인의 로봇이 등장한 바 있다. 이 영화에서 죠니5는 군사용 로봇으로 등장한다. 만화가 고유성 작가는 이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무적로봇 콩’이라는 비슷한 디자인의 로봇을 국내 어린이신문에 연재한 바 있다.

영화 ‘죠니5 파괴작전’의 비디오 케이스. 월-E와 여러면에서 닮은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죠니5 파괴작전’의 비디오 케이스. 월-E와 여러면에서 닮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월-E의 디자인은 죠니5 파괴 작전에 등장한 로봇을 베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캐터필러를 단 몸체에 로봇 팔이 달린 로봇의 형태는 인간형 로봇 만큼이나 흔히 볼 수 있어 무조건 표절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바퀴의 모습이 비슷하니 머리나 팔 모습으로 구분해야 하는데, 제작진은 월-E의 머리 모습을 쌍안경을 뒤집어 놓은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밝히고 있다.

 

● 디자인보다 중요한 건 임무를 수행할 ‘지능’

 

월-E가 인간형 로봇보다 청소임무를 수행하는데 더 적합한 구조를 갖고 있지만 그에 앞서 꼭 고려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자동으로 임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지능이다. 사실 로봇이 수행해야 할 목적과, 이를 자율적으로 수행할 지능, 혹은 자율화 프로그램만 갖춰져 있다면, 효율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로봇은 주어진 목적을 어떻게든 수행할 수 있다. 인간형 로봇에게 청소를 시킨다면, 월-E만큼은 못하겠지만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와서라도 청소작업을 할 수 있다. 월-E에게 가사 일을 시킨다면, 효율은 떨어지지만 어떻게든 최대한 집안일을 도울 수 있다.

 

관건은 사람의 명령을 알아 듣고, 그 명령에 따라 완전하게 자율적으로 판단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이 과연 로봇이 가능하겠냐는 점이다. 만약 월-E와 같은 청소형 로봇을 실제로 개발했다고 가정하자. 모든 기계적 성능을 영화와 똑같이 만들어 냈다고 해도, 이 로봇은 월-E처럼 자율적으로 알아서 청소를 하지 못한다. 현재 수준에선 사람이 일일이 무선조종장치 등으로 일을 시켜야 가능하다. 이럴 바엔 굴삭기나 트랙터 등을 이용하는게 훨씬 편리할 것이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흥미있는 물건을 찾아내고 있는 월-E의 모습. 쓰레기와 필요한 물건을 주관적으로 골라내는 지능을 갖췄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흥미있는 물건을 찾아내고 있는 월-E의 모습. 쓰레기와 필요한 물건을 주관적으로 골라내는 지능을 갖췄다.

최근 제한적인 상황에서 자율적 판단이 가능한 ‘약한 인공지능’ 개발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사람의 말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모든 상황판단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일은 아직 요원하다. 월-E는 청소일을 도와주는 ‘궁극의 청소형 로봇’이다. 스스로 자아를 가질 만큼 뛰어난 지능을 갖고 있지만, 어찌 보면 꼭 청소하는데 필요한 수준의 지능만 구현했다는 생각도 든다. 그만한 지능이 없이는 스스로 지구에 홀로 남아 자율적으로 청소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소로봇 한 가지를 예로 들고 있지만, 사실 완전한 지능형 서비스 로봇의 개발의 성패는 결국 완전한 인공지능 개발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 편집자주. 영화와 과학기술은 서로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영화 속 미래기술이 현실의 과학기술자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하고, 과학자들의 첨단 연구결과가 새로운 영화 탄생에 모티브가 되기도 하지요. 영화를 좀 더 자세히 분석해 보는 일은 과학의 발전에도 분명 큰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이런 의미에서 가까운 미래에 가장 큰 조명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로봇기술에 대해 고정 코너를 통해 연재합니다. 수많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로봇이 과학기술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점은 비현실적인 그저 공상(空想)의 설정인지를 짚어주는 ‘영화 속 로봇 이야기’를 월 2회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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