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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아픔까지 느껴지는 의수(義手)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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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26일 12:13 프린트하기

환자들은 항상 그들의 불가사의한 증상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안심한다. 그들의 고통에 대해 ‘모두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환자들에게 모욕적인 것은 없다.
-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오랜 세월 빈 껍데기처럼 느껴지던 나의 손에 생명이 다시 채워지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 전자피부를 씌운 의수를 착용한 실험참가자의 소감

 

GIB 제공
GIB 제공

2015년 여름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를 밟아 다리가 절단된 두 병사의 뉴스를 접하며 필자는 이들이 훗날 환지통을 겪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동시에 우리나라 신경과에서 환지통을 치료하는 곳이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사고나 질병으로 팔이나 다리를 잃은 사람 가운데 다수가 여전히 팔이나 다리가 있다고 느끼는데, 이 현상을 환상사지(phantom limb)라고 부른다. 환지통(phantom limb pain)은 환상사지에서 느껴지는 고통이다.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지가 여전히 있다고 느끼는 것도 이상한데 거기서 아픔까지 느끼다니 거짓말 같다.

 

실제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의학계에서 환상사지를 “단지 부질없는 기대의 소산일 뿐”이라고 간주했다. 즉 “자신의 팔이나 다리가 돌아오기를 너무도 간절히 바란 나머지 (마치 꿈에서처럼) 환상사지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겪는 환상사지 체험이 너무나 생생하고 일관성이 있는 데다 환지통이 극심한 경우는 자살을 결심할 정도라는 걸 보면 그저 심리적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교수는 2000년 출간한 책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에서 1990년대 환상사지 환자를 연구한 끝에 그 원인을 규명하고 착시를 이용해 환지통 환자를 치료한 경험을 생생하게 기술하고 있다. 

 

1990년대 초 라마찬드란 박사는 사고로 왼팔을 잃은 사람을 대상으로 얼굴과 팔죽지에서 손에 해당하는 부위를 찾았다. - ‘브레인’ 제공
1990년대 초 라마찬드란 박사는 사고로 왼팔을 잃은 사람을 대상으로 얼굴과 팔죽지에서 손에 해당하는 부위를 찾았다. - ‘브레인’ 제공

 

환상 손이 가려울 때 얼굴을 긁으면 시원한 이유

 

라마찬드란은 의대생 시절부터 이상한 환자들을 만났다. 환상 팔이나 환상 다리는 물론 환상 유방(유방절제술 환자), 환상 발기(성기가 절제된 남성 환자), 환상 생리통(자궁절제술 환자) 등 기이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었다.

 

그런데 1991년 미 국립보건원 팀 폰스 박사팀이 발표한 논문을 읽고 유레카를 외쳤다. 이들은 1970년대 원숭이의 팔에서 척수로 감각 정보를 전달하는 모든 신경섬유를 끊은 뒤 재활을 통해 팔이 기능을 얼마나 회복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11년 뒤 이 원숭이들을 안락사시키기로 하면서 연구팀은 뇌의 체감각 지도를 기록했다.

 

환상사지 현상은 체감각 지도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손을 잃은 사람은 담당 영역에 정보가 입력되지 않으면서 인근 얼굴이나 팔죽지에서 오는 정보가 들어와 뇌가 이를 손에서 온 정보로 착각해 환상 손을 느끼게 된다. - 위키피디아 제공
환상사지 현상은 체감각 지도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손을 잃은 사람은 담당 영역에 정보가 입력되지 않으면서 인근 얼굴이나 팔죽지에서 오는 정보가 들어와 뇌가 이를 손에서 온 정보로 착각해 환상 손을 느끼게 된다. - 위키피디아 제공

체감각 지도란 뇌 두정엽의 체감각피질이 담당하는 신체 부위를 표시한 것으로, 1950년대 캐나다의 신경외과의 윌더 펜필드가 만든 ‘감각 호문쿨루스’가 가장 유명하다. 즉 체감각피질 띠의 위에서 아래로 성기, 발, 몸통, 손, 얼굴, 목구멍 순으로 배열되는데, 손과 얼굴이 차지하는 면적이 유난히 넓다. 그만큼 민감하고 섬세한 부위라는 말이다. 신체 부위가 이 면적에 비례하게 만든 사람 모형이 바로 감각 호문쿨루스로 상당히 기형적인 형태다.

 

11년 동안 팔과 소통이 끊긴 원숭이 뇌의 체감각피질에서 손을 담당하는 영역은 예상대로 손을 흔들어도 발화하지 않았다. 그런데 무심코 얼굴을 건드리자 강하게 발화했다. 물론 얼굴을 담당하는 영역도 발화했다. 당시 신경과학의 상식과는 달리 체감각 지도는 고정된 게 아니었다. 즉 팔에서 더 이상 입력이 오지 않아 할 일이 없어진 피질에 인근 얼굴 담당 피질로 갈 뉴런이 넘어가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 논문을 읽는 순간 라마찬드란 교수는 환상사지 환자에게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교통사고로 왼팔의 팔꿈치 아랫부분을 잃은 뒤 환상사지를 겪고 있는 남성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다음은 책에서 그 장면을 기술한 부분이다.

 

내가 면봉으로 그의 뺨을 문질렀다.


박사) 어떤 느낌이 듭니까?

환자)박사님이 내 뺨을 만지고 있습니다.
박사)다른 느낌은 없나요?
환자) 웃기는 이야기이지만, 지금 박사님은 나의 잃어버린 엄지손가락, 즉 환상 엄지손가락을 만지고 있습니다.

 

뺨에서 온 신호가 과거 엄지손가락을 담당하던 피질을 자극해 뇌가 그렇게 해석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환상 손에 대응하는 지도를 얼굴에 그릴 수 있었고 얼마 뒤 팔죽지에서 두 번째 환상 손 지도를 발견했다. 이에 대해 라마찬드란은 체감각피질의 손의 영역 바로 위에 팔죽지를 맡은 영역이, 바로 아래에 얼굴을 담당하는 영역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 사람은 웃음을 짓거나 입술을 움직일 때마다 체감각피질의 손 영역이 자극돼 손이 여전히 있다는 환상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환상 손이 몹시 가려울 때는 얼굴을 긁으면 시원해진다는 것도 알게 됐다.

 

환지통 역시 이런 뇌의 배선 오류로 설명할 수 있는데, 지면 관계상 생략한다. 궁금한 독자는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을 읽어보기 바란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정말 ‘소설보다도 재미있는’ 책이다!

 

 

두 가지 압력 센서 넣은 전자피부

 

패혈증으로 조직이 괴사해 절단한 왼팔 말단에서 환상 손에 해당하는 지도를 만들었다. 위는 앞쪽으로 정중신경(median nerve)은 환상 엄지와 검지 말단을, 척골신경(ulnar nerve)은 그 사이를 담당한다. 아래는 뒤쪽으로 환상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담당한다. - ‘사이언스 로봇공학’ 제공
패혈증으로 조직이 괴사해 절단한 왼팔 말단에서 환상 손에 해당하는 지도를 만들었다. 위는 앞쪽으로 정중신경(median nerve)은 환상 엄지와 검지 말단을, 척골신경(ulnar nerve)은 그 사이를 담당한다. 아래는 뒤쪽으로 환상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담당한다. - ‘사이언스 로봇공학’ 제공

학술지 ‘사이언스 로봇공학’ 6월 20일자에는 환상사지 현상을 응용해 촉감은 물론 통각(아픔)까지 느낄 수 있는 의수를 개발했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존스홉킨스의대가 주축이 된 미국과 싱가포르 공동연구자들은 남아있는 팔의 근육이 만들어내는 근전도 신호를 읽어 14가지 동작을 할 수 있는 의수(상품명 bebionic prosthetic hand)에 실제 피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전자피부(e-dermis)를 씌워 진짜 팔로 착각할 정도의 놀라운 효과를 얻는 데 성공했다.

 

피부(오른쪽)를 모방해 만든 전자피부의 구조(왼쪽)로 표피층(epidermal layer)에 통증으로 지각될 압전저항(piexoresistive) 센서가 있고 진피(dermis)층에 촉각으로 지각될 센서가 있다. 전자피부는 실리콘고무 재질로 두께는 1mm다. - ‘사이언스 로봇공학’ 제공
피부(오른쪽)를 모방해 만든 전자피부의 구조(왼쪽)로 표피층(epidermal layer)에 통증으로 지각될 압전저항(piexoresistive) 센서가 있고 진피(dermis)층에 촉각으로 지각될 센서가 있다. 전자피부는 실리콘고무 재질로 두께는 1mm다. - ‘사이언스 로봇공학’ 제공

연구자들은 5년 전 패혈증으로 조직이 괴사해 왼팔을 절단한 남성의 남아있는 팔죽지에 환상 손 지도를 작성했다. 1990년대 초 라마찬드라 박사가 얻은 지도와 비슷하다. 그리고 이 부분을 다양한 진동수와 펄스폭(pulse width)의 전류로 자극해 환상 손에서 단순 촉각을 느끼는 범위와 통증으로 느끼는 범위를 알아냈다. 예를 들어 팔죽지 앞쪽 정중신경(median nerve) 말단이 진동수 10~20헤르츠, 펄스폭 20밀리초로 자극받을 경우 환상 엄지와 검지에서 ‘불편하지만 견딜만한’ 통증이 느껴진다.

 

의수 시스템의 작동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도식이다. 손가락이 물체를 집으면 전자피부에 있는 센서가 압력 정보를 의수조절기(prosthesis controller)로 보내고 이를 전기신호로 변환해 자극기(stimulator)로 보내 경피신경자극(transcutaneous nerve stimulation)을 일으키면 뇌의 체감각 피질이 의수의 촉각 또는 통각으로 지각한다. - ‘사이언스 로봇공학’ 제공
의수 시스템의 작동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도식이다. 손가락이 물체를 집으면 전자피부에 있는 센서가 압력 정보를 의수조절기(prosthesis controller)로 보내고 이를 전기신호로 변환해 자극기(stimulator)로 보내 경피신경자극(transcutaneous nerve stimulation)을 일으키면 뇌의 체감각 피질이 의수의 촉각 또는 통각으로 지각한다. - ‘사이언스 로봇공학’ 제공

다음으로 진짜 피부를 모방한 전자피부를 만들었다. 피부에는 다양한 기계적 감각(촉각, 통각, 온도감각) 수용체가 존재하는데, 전자피부에는 각각 촉각과 통각 수용체 역할을 하는 두 가지 유형의 압전저항(piezoresistive) 센서를 집어넣었다. 즉 진피(dermis)에 해당하는 아래쪽에 넣은 센서는 압력에 둔감하게 반응하는 유형으로 촉각을 감지한다. 표피(epidermis)에 해당하는 위쪽에 넣은 센서는 압력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형으로 통증을 줄 정도의 강한 압력에 즉각 반응해 신호를 보낸다.

 

의수가 물건을 집을 때 표면이 밋밋해 압력이 작을 경우 단순한 촉각으로 느껴 그대로 있지만(위와 가운데), 끝이 뾰족해 압력이 크면 통증을 느껴 반사적으로 놓게 된다(아래). - ‘사이언스 로봇공학’ 제공
의수가 물건을 집을 때 표면이 밋밋해 압력이 작을 경우 단순한 촉각으로 느껴 그대로 있지만(위와 가운데), 끝이 뾰족해 압력이 크면 통증을 느껴 반사적으로 놓게 된다(아래). - ‘사이언스 로봇공학’ 제공

연구자들은 전자피부의 두 센서가 보낸 정보를 팔죽지의 환상 손 지도의 대응하는 위치에 전달될 수 있게 장치를 구성했다. 예를 들어 의수의 엄지와 검지가 끝이 뾰족한 물건을 집는 순간 표피의 센서가 신호를 보내면 이를 진동수 10~20헤르츠, 펄스폭 20밀리초의 전기자극으로 변환해 팔죽지 앞쪽 정중신경으로 보낸다. 그 결과 피험자는 의수의 엄지와 검지에서 ‘아픔을 느껴’ 물건을 집은 손가락을 얼른 뗀다. 이 반사행동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120밀리초로 진짜 손가락으로 무심코 끝이 날카로운 물건을 집었을 때 손가락을 떼는데 걸리는 시간과 차이가 없었다. 동영상으로 이 장면을 보면 실감이 난다.

 

해당 동영상에서 끝이 뾰족한 물체를 집을 때 아픔을 느껴 반사적으로 얼른 놓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사이언스 로봇공학 제공

 

 

비싼 가격이 걸림돌

 

그런데 왜 단순 촉각이 아니라 부정적인 감각인 통증까지 느끼게 만들었을까.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통증이 본질적으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진화한 신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설사 의수라도 다치면 안 되기 때문에 통증을 지각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수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불편하지만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연구자들은 앞으로 온도 센서도 포함한 전자피부를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의수나 의족은 나무 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막대기’ 수준이었다. 그러나 신경과학과 전자공학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최근엔 다양한 손동작을 할 수 있는 의수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인공피부를 통한 감각 피드백까지 더해진 의수가 나온다면 이 글 앞에 인용한 실험참가자의 말처럼 사용자들이 진짜 손으로 착각하는 경지에 이를 것이다.

 

다만 아직은 손동작이 가능한 의수의 가격이 1억 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 그림의 떡인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가전제품처럼 의수도 수년 내 가격이 뚝 떨어지고 국가도 힘을 보태 팔이나 다리를 잃은 사람들이 환상사지의 고통에서 벗어나 물리적으로 실재하는 진짜 같은 사지로 삶의 활력을 되찾기 바란다.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6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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