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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한 맛 그대로...오븐의 재발견, 밀레 다이얼로그 오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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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03일 17:18 프린트하기

밀레가 '다이얼로그 오븐’을 아시아 지역에 발표했습니다. ‘대화’라니...이름부터 독특합니다. 말 그대로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리를 한다는 겁니다. 딱딱한 기술을 시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재미있지요. 이 제품은 지난해 9월 독일 가전 전시회인 IFA에서 처음 공개됐는데 전기 규격 때문에 그 동안은 유럽에서만 판매됐고, 이번에 홍콩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에 제품을 공개합니다.

 

가장 궁금한 것은 이 다이얼로그 오븐의 조리 방법이었습니다. 다이얼로그 오븐은 두 가지 조리 방식을 함께 이용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븐처럼 내부에 뜨거운 열을 만들어내는 전통적인 방식과 전자레인지에 쓰는 마이크로웨이브입니다. 사실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재료와 음식 조리 방법에 따라 다이얼로그 오븐이 최적의 방법으로 음식을 익혀낸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지요. 눈 앞에서 음식을 직접 조리하고, 먹어보는 것만큼 이해하기 좋은 방법도 없을 겁니다.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없는 요리를  20분 만에 오븐 하나로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 최호섭 기자 제공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없는 요리를 20분 만에 오븐 하나로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 최호섭 기자 제공

밀레는 제품의 발표를 작은 식사 자리로 만들었습니다. 4대의 오븐으로 이날 정해진 요리를 즉석에서 조리하는 것이지요.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아야 하고, 그 맛도 보장되어야 할 수 있는 발표 방법일 겁니다. 그리고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마치 전자레인지에 즉석 음식을 돌리듯 다이얼로그 오븐을 거치면 몇 분 만에 아주 그럴싸한 요리들이 나왔습니다.

 

일단 다이얼로그 오븐의 마이크로웨이브가 가장 의아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사실 오븐에 인색하고, 그에 비해 전자레인지의 의존도가 높습니다. 음식을 데워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전자레인지는 순식간에 음식을 따뜻하게 해 주기도 하고, 때로는 조리해주기도 합니다. 오븐 없는 집은 있어도 전자레인지 없는 집은 없는 게 우리 문화이기도 하지요.

 

이 전자레인지는 영어로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이라고 부릅니다. 마이크로웨이브, 즉 전자파로 음식을 조리하는 방식이지요. 전파는 우리 일상에 항상 존재합니다. 가장 잘 알려진 전파는 아마도 통신에 쓰는 대역의 주파수일 겁니다. 스마트폰은 700MHz~2600MHz대의 주파수를 이용하고 무선랜도 2.4GHz~5GHz대 주파수를 이용하죠. 1초에 수십억 번을 진동하면서 그 안에 정보와 에너지를 담아서 흘러가는 것이 전파의 특성입니다.

 

최호섭 기자 제공
최호섭 기자 제공

이 전파를 아주 강하게, 그러니까 전파가 움직이는 진동수를 아주 짧고 빠르게 만들면 그 안에 커다란 에너지가 담깁니다. 그리고 그 전파가 닿는 물체는 전파의 에너지에 따라서 진동하게 됩니다. 전자레인지가 음식을 빠르게 데울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강력한 진동의 전파를 음식에 모아서 쏘면 식재료 안의 수분, 즉 물방울 입자들이 따라서 진동하면서 에너지가 생기고, 그 에너지가 열로 바뀌면서 음식을 데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보통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조리하면 맛이 없게 마련입니다. 강한 에너지를 밀집해서 쏘다 보니 너무 빠르게 조리되고, 고르게 익지도 않습니다. 또한 수분을 너무 강하게 자극하다보니 음식이 마르고 뻣뻣해지기도 합니다. 편리함과 맛을 맞바꾸는 셈입니다. 다만 우리가 그 편리함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것이겠지요.

 

밀레가 다이얼로그 오븐의 핵심 기술로 설명하는 것이 바로 이 마이크로웨이브라는 점이 역설적으로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어떤 기술이든 쓰기 나름인데,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이얼로그 오븐은 아주 약한 전파를 재료에 쏩니다. 다이얼로그 오븐이 쓰는 전파의 주파수는 902~928MHz대입니다. 평균적으로 915MHz를 쓰는데, 음식의 종류에 따라서 1000단계로 미세하게 주파수를 바꿔가면서 조리합니다.

 

열과 마이크로웨이브를 적절하게 섞어서 조리에 이용합니다. - 최호섭 기자 제공
열과 마이크로웨이브를 적절하게 섞어서 조리에 이용합니다. - 최호섭 기자 제공

전자레인지도 915MHz 대의 주파수를 쓰기는 하지만 빨리 조리하기 위해 2450MHz대의 주파수를 함께 이용하고, 또한 초단파의 힘을 세게 주기 때문에 조리가 어렵습니다. 다이얼로그 오븐은 그 힘을 실시간으로 다양하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일반적인 전자레인지보다 천천히, 그리고 고르게 조리하는 데에 있습니다. 적절한 에너지를 내는 것이지요. 그 ‘적절한 에너지’ 역시 애매한 개념이었는데, 다이얼로그 오븐 안의 센서는 음식에 흡수되고 남은 에너지의 양을 실시간으로 다시 받아들이면서 적절한 주파수와 에너지를 찾아냅니다. 재료를 과하게 익히지 않도록 하고, 또 에너지가 전체에 서서히 고르게 전달되도록 합니다. ‘인공지능’ 같은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센서를 통해 적절한 에너지가 전달되고, 실시간으로 상태를 파악해 필요 이상으로 조리하지 않는 공학적인 방법이 음식을 다른 방법으로 구워내는 겁니다.

 

여기에 일반적인 오븐의 열이 함께 가해지면서 최적의 조리 조건을 만들어내는 게 핵심입니다. 그래서 열을 가하는 오븐과 마이크로웨이브 사이의 적절한 조율을 위해 다양한 요리의 조리법을 인터넷으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오븐에는 '몇 분 조리’같은 게 아니라 ‘쇠고기 등심 스테이크’, ‘로브스터 구이’, ’수플레’처럼 메뉴의 이름이 뜹니다. 재료의 양이나 두께도 별로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심지어 여러가지 재료를 함께 넣어도 됩니다. 제대로 조리됐다고 생각하면 더 이상 그 재료에는 에너지를 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시간으로 재료의 상태를 확인하고, 최적의 조리 환경을 찾아내기 때문에 딱 원하는 결과물이 그대로 나옵니다.

 

디저트도 쉽게 만들어냅니다. 우리에게 오븐은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욕심이 생길 정도로 쉽고 맛있는 요리들이 만들어집니다. - 최호섭 기자 제공
디저트도 쉽게 만들어냅니다. 우리에게 오븐은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욕심이 생길 정도로 쉽고 맛있는 요리들이 만들어집니다. - 최호섭 기자 제공

발표회에는 실시간으로 오븐으로 여러가지 음식을 조리해 가면서 설명했습니다. 그저 전자레인지처럼 넣고 돌렸을 뿐인데, 속이 촉촉하면서 따뜻한 미디움 스테이크나, 조직이 딱딱하지 않고 탄탄하면서 말랑말랑한 랍스터, 그리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애저구이 같은 요리들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수플레가 오븐에서 나왔는데, 조직이 부풀지 않고 탱탱하면서도 부드러운 디저트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음식이 부드럽고 육즙이 많이 흘러나오지 않게 조리하는 특성이 있었습니다. 물론 최적의 재료를 준비했겠지만 집에서 이런 요리를 해먹을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최호섭 기자 제공
최호섭 기자 제공

가장 놀라운 것은 얼음에 담긴 생선요리였습니다. 두꺼운 얼음 상자 안에 생선을 넣고 오븐에 돌렸는데, 얼음은 녹지 않고 생선은 부드럽게 잘 익었습니다. 애초 이 다이얼로그 오븐이 유명해지게 된 시연인데, 눈 앞에서 봐도 재미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요리하지는 않겠지만 식재료를 정확히 읽어내고, 꼭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정확히 전달한다는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시연입니다.

 

얼음 속에 생선을 넣고 조리했는데 얼음은 녹지 않고, 생선은 70도 정도의 온도로 부드럽게 익었습니다. - 최호섭 기자 제공
얼음 속에 생선을 넣고 조리했는데 얼음은 녹지 않고, 생선은 70도 정도의 온도로 부드럽게 익었습니다. - 최호섭 기자 제공

조리 과정이 그리 길지 않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오래 걸리는 요리가 20분 정도였고, 7~8분이면 오븐 요리가 완성됩니다. 조리 시간이 70%정도 줄어든다고 합니다. 전자레인지보다는 느리지만 열만 쓰는 오븐보다는 훨씬 빠릅니다. 결과물 역시 두 가지 조리법의 장점을 함께 갖추고 있지요.

 

다소 어렵고 복잡한 기술들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용자가 이 모든 것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맛있으면 장땡’이라는데, 쉬우면서도 맛있는 음식이 순식간에 나오는 건 흥미로운 일입니다. 또 한가지 이 오븐에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식사 경험이었습니다. 식사 도중에 누군가 음식을 조리하느라 앞을 지키지 않아도 됩니다. 마치 전자레인지에 즉석 음식을 넣듯 미리 준비해 둔 재료를 넣고 버튼만 누르면 모두가 똑같이 편안한 식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의 조리 과정도 적절한 코스 요리의 시간 여유를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음식의 즐거움이 먹는 것에만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 동안은 전자레인지를 우습게 봤는데, 역시 기술은 쓰기 나름이라는 말이 와 닿는 경험이었습니다.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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