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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자의 티베트 현지 고산증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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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10일 20:44 프린트하기

티베트 현지 승려들의 모습. 고산지대 현지인은 혈액 속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 숫자가 일반인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티베트 현지 승려들의 모습. 고산지대 현지인은 혈액 속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 숫자가 일반인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한겸 제공.

4시간 넘게 방안을 혼자 맴돌았다. 계속되던 구토가 잠시 잦아진 듯해서 입을 헹구고 일어나면 잠시 후 다시 현기증과 두통이 밀려왔다. 어지럼증을 견디다 못해 소파 위에 주저앉으면 즉시 구역이 치밀었다. 결국 토를 하러 다시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다. 섰다, 앉았다, 변기를 끌어안고 엎드렸다가, 다시 서는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일행 중 경험 많은 내과 전문의가 있어 몇 가지 약을 쥐어줬지만 이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 계속 구토를 하고 있었으니 약을 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과의는 “이렇게 어큐트(Acute; 급성) 하게 증상이 오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텐데 이상하다”고 했다.

 

기자가 지난 주 여름휴가를 맞아 찾아간 고도의 땅 티베트. 해발 3700m에서 시작된 고산증은 그렇게 찾아왔다. 구토를 동반하는 급성 증상은 하루 만에 어떻게 가라앉혔지만, 일정 내내 두통을 비롯한 다양한 증상을 견뎌야 했다.

 

해마다 해외 여행객 숫자가 늘어나면서 최근엔 각종 오지를 찾아 떠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독특한 여행을 계획하면서 티베트, 몽골, 칠레, 페루 등 고산지대로 떠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모처럼 찾아온 여름휴가.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계획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반드시 사전에 알고 있었으면 하는 점이 하나 있다. 고산증은 누구든 걸릴 수 있고, 정말로 위험하며, 그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 우습게 여겼다간 목숨까지 위험

 

기자가 티베트에서 가지고 돌아온 참기름 병. 한국에 돌아오자 기압차로 심하게 형태가 변했다.
기자가 티베트에서 가지고 돌아온 참기름 병. 한국에 돌아오자 기압차로 형태가 크게 변했다.

해발 2000m 이하에서는 고산증을 겪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3000m 높이에서는 약 40%의 사람들이 많든 적든 증세를 호소하게 된다. 컨디션과 기압에 따라 평소엔 증세를 호소하지 않던 사람이 어느날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기자는 스키가 취미다. 등산과 목적은 다르지만 산에서 보내는 시간이 결코 적지 않다. 해발 3500m 정도의 고산은 여러 번 경험했다. 그러니 라싸 시내 (해발 3700m)에서 시작해 약 5000m까지의 고도를 여행하는 티베트 여행 정도는 큰 문제가 없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막상 현지에 도착하니 이런 만용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이러다 죽는 것 아닌가’ 싶은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그저 끝없이 고통을 당하는 것. 이것이 고산증의 정체다.

 

급성 고산증의 증상으로는 우선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두통과 현기증이 온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기도 한다. 구역이 치밀어 구토를 계속 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술을 많이 마시고 극심한 숙취로 고생하고 있는 상태’와 매우 비슷하다고 느꼈다.

 

이 밖에 고산증 현장을 떠나기 전까지는 두통과 현기증, 발열 등의 증상을 계속해서 겪는다. 머리가 어지럽고 몽롱하니 자꾸 잠이 올 수 있다. 손발과 뺨 등이 저리고, 설사를 하는 사람도 있다. 산소가 부족하니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찬다. 호텔을 옮기기 위해 짐을 싸다 말고 숨을 헐떡일 정도이다. 피부가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cyanosis)도 쉽게 볼 수 있다. 입술이 파랗게 되는 것은 예사이며, 찬물에 샤워하다 혈액순환이 나빠져 팔다리 전체가 시퍼렇게 변하면서 손끝, 발끝이 저릿저릿한 경우도 흔하다. 이 때문에 현지 가이드는 ‘가급적 샤워를 하지 말라’고 권하기도 했다.

 

급성 증상이 생겨 고통받는 경우 정말로 위험하다. 심할 경우 고산뇌수종 등이 발생해 말을 하지 못하거나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만약 저산소 증상으로 인한 현기증을 견디지 못해 실신이라도 했다가 깨어나지 못하면 그대로 사망할 수도 있다. 구토 등을 하다가 기도가 막힐 가능성, 현기증으로 쓰러져 부상을 입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 건강한 사람일수록 위험하다고?

 

기자가 현지 의료진의 검진을 받고 있다.
기자가 현지 의료진의 검진을 받고 있다.

고산증은 기본적으로 고산지대에서 산소가 부족해서 생기지만, 주변 기압이 낮아지면서 인체가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혈관이 부풀어 오르고, 뇌압이 올라가면서 두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산소호흡기를 써서 인위적으로 산소를 공급해 주면 많은 증상이 즉시 가라 앉지만, 일부 증세는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계속되기도 한다.

 

인간 혈액의 산소포화도는 손가락 끝에 측정장치를 붙이고, 빛의 투과율 등으로 환산해 쉽게 검사할 수 있다. 100%를 기준으로 95 이하로 떨어지지는 일은 거의 없으며, 90 근처로만 떨어져도 호흡기를 포함한 순환계에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 현지 의료진이 호텔에 도착해 거의 실신 상태에 있던 기자의 산소포화도를 측정한 결과는 67. 주변에 있던 일행들이 너도 나도 측정해 보았는데, 보통 70~80대를 보였다. 큰 증세가 없는 사람도 상당한 저산소 증상에 시달리고 있었던 셈이다. 50대로 나온 사람도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평소 코를 심하게 골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급성증상을 겪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평소 저산소 상태를 자주 겪었기 때문에 인체가 급격하게 반응하는 일이 적은 까닭이다. 기자와 함께 여행에 참여했던 한 의료 관계자는 “젊을수록, 평소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건강한 사람일수록, 그리고 여자일수록 고산증 증상이 더 자주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었는데, 사람마다 차이가 크니 단정 짓긴 어렵지만 어느 정도는 근거가 있는 이야기 같다”고 말했다.

 

● 비아그라가 효과 있는 까닭

 

비아그라는 고산증 예방 및 치료약으로도 쓰인다
비아그라는 고산증 예방 및 치료약으로도 쓰인다

고산증 예방의 첫 번째 원칙은 당연히 산소 공급과 혈액 순환에 신경쓰는 것이다. 이를 돕기 위해 사전에 다양한 종류의 약을 먹는 경우가 많다.

 

고산증 예방약으로 가장 자주 쓰는 약은 주로 혈관확장제와 이뇨제 계열이다. 저산소증에 의한 뇌압상승과 폐동맥고혈압이 고산증이 생기는 주 기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뇨 효과가 있으면서 안과에서 안압을 떨어뜨릴 목적, 즉 녹내장 치료제로 많이 쓰이는 ‘아세타졸라마이드’가 대표적인 고산증 예방 및 치료약이다.

 

이 밖에 코티코스테로이드인 데사메타손을 쓰는 경우도 있으며 호흡을 억제하지 않는 수면제인 졸피뎀(스틸녹스)을 써 호흡을 돕기도 한다.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도 고산증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주목받는다. 비아그라는 발기부전 치료제로 잘 알려져 있지만 기본적으로 혈관확장 효과가 크다. 본래 폐동맥고혈압 치료 용도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아그라나 시알리스(성분명 타다나필)을 사용하면 폐동맥 혈관이 확장되면서 산소 공급 역시 원활해지기 때문에 증상 개선이 이뤄질 개연성이 높다.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실제로 비아그라의 효과를 본 경우도 목격했다. 여행 중 일행 중 한 사람은 두통과 구역을 느껴 주저 앉아 있었는데, 비아그라 20mg을 먹고 수 분 이내에 증상이 개선됨을 느꼈다. 의료진의 주관적 판단이지만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효과가 큰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아스피린을 소량씩 매일 먹는 것을 권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15명의 일행 중 큰 효과를 본 사람은 없던 것으로 보아 직접적 치료 효과는 떨어진다고 여겨진다.

 

증상에 일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타이레놀이나 이부프로펜, 수마트립판(편두통 치료제)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보조적이며 증상을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기능은 크게 떨어진다. 그러나 두통이 계속될 경우 적잖은 위안이 되므로 챙겨 두는 편이 유리하다.

 

● 최대 관건은 산소 공급… 누워있기보다 조금씩 움직여야

 

고산증을 개선하려면 현지에서 생활 태도도 신경써야 한다. 몸이 좋지 않다고 계속 누워있으면 혈압이 떨어져 산소포화도가 도리어 떨어질 수 있다. 몸 상태를 보아 천천히 움직이며 혈액순환을 유도하는 편이 유리하다. 또 숨을 깊고 크게 쉬는 버릇을 들이는 편이 좋은데, 폐가 조금 아프다 싶게 숨을 깊게 들이쉬면 폐 속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산소포화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기자의 경우 숨을 크고 싶게 쉬면서 천천히 움직여 보니, 두통과 구역 등이 상당한 상태에서도 이를 조금씩 잊고, 1시간 코스의 트레킹을 따라 움직일 수 있었다. 물론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고산증이 극심해 견디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면, 즉시 현지 의료진을 찾아 산소공급을 받아야 한다. 고산지대의 의료진은 관련 질환을 자주 경험하기 때문에 치료 노하우가 뛰어나다. 티베트의 경우 호텔에서 즉시 호출이 가능한 현지 의료진이 있었는데, 이들은 환자의 산소포화도를 측정하고, 거기에 맞춰 산소 공급량을 조절한 다음 코에 산소공급 줄을 꼽아 주었다. 팔에 산소포화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약물을 담아 수액을 달아 주고, 몇 가지 약도 처방해준다.

 

산소를 공급받으면 많은 증세가 10여분 안에 즉시 개선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산소통이 다 하면 다시 증세가 시작되지만, 몸이 저산소 상태에 급격하게 반응해 구토, 극심한 두통, 고열 등에 시달리는 것은 면할 수 있다. 그 후 처방받거나 챙겨간 약물 등의 도움을 받아 몸 상태를 최대한 유지할 수 있다. 꼭 필요할 경우는 운동선수 등이 자주 사용하는, 압축 산소가 들어있는 휴대용 산소캔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5000m 이상 고산으로 이동할 때는 일행 전원이 이 캔을 이용했다. 두통이 심해지려고 할 때 몇 차례 호흡하면 예방과 치료 효과가 적지 않다. 다만 산소캔을 너무 많이 흡입하면 과다 산소 흡입으로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증세가 심해지려 할 때 이를 달래는 목적으로만 활용하는 편이 좋다.

 

고산증은 사람에 따라, 혹은 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증세가 극적으로 변하는 점에서 예방과 치료가 매우 까다롭다. 하지만 극심할 경우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고, 장애가 생길 수도 있는 위험한 증상이다. 그러므로 고산지역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은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상비 약을 미리 준비하고, 가고자 하는 지역에서 현지의료진의 도움이 가능한 지 미리 알아보는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도움말: 용석중 연세대 원주 세브란스병원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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