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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210만 년 석기 발견...‘아시아 최초의 인류’ 정설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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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12일 02:00 프린트하기

중국에서 발굴된 212만 년 전 석기. -사진 제공 주자오유중국과학원 교수
중국에서 발굴된 212만 년 전 석기. -사진 제공 주자오유중국과학원 교수

중국에서 210만 년 전 석기가 다수 발굴됐다. 지금까지 아프리카 밖에서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유물이다.

 

인류가 처음 아프리카를 벗어나 유라시아에 진출한 시점도 210만 년 전 이전으로 크게 앞당겨졌다. ‘최초의 아시아인’의 정체가 건장한 신체와 뛰어난 두뇌를 지닌 18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였다고 주장하던 기존 인류 진화 가설도 흔들리게 됐다.


주자오유 중국과학원 광저우지구화학연구소 교수팀은 중국 남부 산시성 란톈 지역의 절벽의 황토 지대에서 긁개와 망치 등으로 쓰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석기 108개를 발굴해 학술지 네이처 11일자에 발표했다. 88개는 인위적으로 작고 얇게 조각을 낸 돌조각인 ‘격지’였고 20개는 가공하지 않은 자연석이었다. 모두 발굴지에서는 나지 않는 석영으로 만들어진 석기로, 최대 10km 떨어진 지역에서 만들어진 뒤 이동해 온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 격지 82개와 자연석 14개가 발굴된 지층의 연대를 지자기 변화를 이용해 측정했다. 그 결과 이 석기들이 최소 126만 년 전에서 최대 212만 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발굴지 모습 - 사진 제공 주자오유 중국과학원 교수
발굴지 모습 - 사진 제공 주자오유 중국과학원 교수

연구팀은 가장 오래된 212만 년 전 석기에 특히 주목했다. 그동안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발굴된 가장 오래된 인류 흔적보다 27만 년 이상 오래됐기 때문이다. 기존 흔적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지금의 터키 북부의 나라 조지아의 드마니시 지역에서 발굴된 다섯 구의 왜소한 인골 화석이다. 이들은 약 185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밝혀져 있다. 조지아는 아프리카 북쪽에 위치한 나라로, 고인류학자들은 이 화석들을 토대로 인류가 최소한 185만 년 전 이전에 아프리카 밖으로 퍼져 유라시아 땅에 도달했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거리가 보다 먼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인류가 퍼진 것은 그 이후로 여겨졌다. 실제로 중국 본토와 인도네시아 등에서 그 동안 발굴된 호모 에렉투스 화석과 유물의 연대는 170만 년 전을 넘지 못해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듯 했다.


하지만 주 교수팀이 보다 오래된 새로운 석기를 중국 내륙에서 발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우선 인류가 아프리카 밖으로 진출한 시점이 최소 212만 년 전 이전으로 당겨졌다. 존 캐플먼 미국 텍사스대 인류학및지질학과 교수는 네이처 기고문에서 “오늘날 수렵채집인의 확산 속도는 하루 5~15km”라며 “아프리카에서 1만4000km 중국 내륙까지 인류가 진출하려면 1000~3000년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훨씬 오랜 시간에 걸쳐 확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프리카에서 현생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속 조상이 처음 등장한 것은 약 280만 년 전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호모 속 이전의 인류가 진출했을 가능성도 있다.

 

지리적 난관을 극복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상희 미국 UC리버사이드 인류학과 교수는 e메일 인터뷰에서 "높은 칭링산맥 북쪽에서 발굴됐는데, 200만 년 전 인류가 이미 높은 산맥을 타고 고지대에 적응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연구"라고 말했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도 "당시 인류가 원래의 환경(열대 아프리카)보다 열악한 곳에서 살아남을 정도로 두뇌가 발달했는지 알기 어려웠으나, 이번 연구로 이른 시기에 계절성이 큰 온대 지방의 기후에 적응했다고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발굴된 100만 년 전 이전 인류 흔적들. 파란 점은 석기고 빨간 점은 인골 화석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중국에서 200만 년 이전 흔적이 발굴됐다. -사진 제공 네이처
아시아에서 발굴된 100만 년 전 이전 인류 흔적들. 파란 점은 석기고 빨간 점은 인골 화석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중국에서 200만 년 이전 흔적이 발굴됐다. -사진 제공 네이처


인류 이동에 관한 기존 정설도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기존 이론에서는 호모 에렉투스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아시아에 진출한 첫 인류였다. 호모 에렉투스는 키가 현생인류인 우리와 비슷하고 두뇌 크기도 현생인류의 최소 3분의 2 이상으로 큰 인류로, 인류학자들은 이들이 이런 뛰어난 신체 및 두뇌 능력을 무기 삼아 아시아의 낯선 환경으로 확산할 수 있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키가 1m 남짓에 두뇌 크기도 침팬지와 비슷한 드마니시 화석의 연대가 180만 년 전으로 밝혀지면서, 호모 에렉투스 이전의 왜소한 초기 호모 속 인류가 먼저 확산했을 가능성도 제기된 상태였다.

 

일부 학자들은 드마니시 화석의 주인공을 호모 에렉투스의 아종으로 분류하기도 했지만, ‘왜소한 인류’가 아시아로 먼저 진출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 가능성은 2000년대 들어 인도네시아 플로렌스 섬에서 각각 5만 년 전과 약 70만 년 전의 작은 인류 화석(‘호빗’ 플로레스인)이 등장하며 더욱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드마니시인과 마찬가지로 키가 1m 남짓에 두뇌가 침팬지 수준의 인류로, 왜소하고 두뇌가 작은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1만 km 이상 떨어진 동남아시아에까지 퍼져 있었을 가능성까지 등장한 것이다.


이번에 212만 년 전 석기가 중국에서 발굴되면서, 작은 인류가 먼저 아프리카 밖으로 등장했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공동연구자인 로빈 덴넬 영국 엑세터대 고고학과 교수는 “인류가 아프리카를 조기에 벗어난 시점을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덴넬 교수는 호모 속 인류가 아프리카가 아닌 아시아에서 기원했다는 '아시아 기원설'의 주창자다. 이상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특히 아시아 기원설의 입장에서  매우 흥미진진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계도 있다. 아직 석기의 주인공이 직접 발견되지 않아 추가 발굴이 필요한 상태다. 석기의 쓰임새도 더 연구해야 한다. 부근에서 석기와 같은 시대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소나 사슴 등의 뼈가 발견됐지만, 석기를 쓴 흔적(칼자국이나 망치로 두드린 흔적)은 없었다. 뼈를 부숴 골수를 먹었다면 이런 흔적이 발견돼야 한다. 연구팀은 추가 발굴을 통해 구체적인 당시 상황을 연구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한반도에 당시 인류가 살았을 가능성은 없을까. 배기동 관장은 "이번 발굴지와 환경이 비슷한 한반도 서부 지역은 인류가 살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나중에 빠른 속도로 일어난 퇴적과 침식으로 흔적이 남기 힘든 지형"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시 서해가 일종의 호수였기 때문에, 호수의 저지대 퇴적층에 일부 남아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양한 석기와 부근의 동물 뼈 화석들. 새로운 발굴이 인류 진화 역사를 바꿀까. -사진 제공 네이처
다양한 석기와 부근의 동물 뼈 화석들. 새로운 발굴이 인류 진화 역사를 바꿀까. -사진 제공 네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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