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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뇽뇽 사회심리학] 내가 겸손해야 상대를 설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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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14일 15:00 프린트하기

‘카더라’하는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들, 사실을 교묘하게 편집하여 만들어진 거짓말들은 사람들의 판단력을 흐리고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만든다. 특정 집단을 향한 가짜 뉴스는 그들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한번 잘못된 지식과 믿음이 생성되고 나면 그것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잘못된 믿음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긴 할까?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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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바뀌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자 Nathan Walter는 설득에 관한 기존 연구 65개를 분석했다(Nathan & Sheila, 2018). 그 결과 다행히도 틀린 정보임을 알리는 설득 시도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그 효과 크기가 영역에 따라 달랐는데 범죄, 건강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것은 비교적 수월한 반면 ‘정치’와 ‘과학’과 관련된 잘못된 믿음은 설득을 통해 비교적 쉽게 변화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치’와 관련된 잘못된 믿음은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보다 높은 사람들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고 한다. 일례로 미국에선 공화당 지지자들 중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에 비해 기후 변화가 거짓이라는 입장을 강하게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Hamilton, 2011). 본인의 지적능력에 자신이 있을수록 자신의 지식이 잘못되었을 리 없다고 생각하는 지적 자만심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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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틀렸다고 하지 말고 대안적인 해석을 내놓을 것


한편 서로 다른 설득 기법도 다른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이야기에는 사실 더 복잡한 내막이 있다던가, A 원인 때문이 아니라 B 원인 때문일 수도 있다는 식으로 ‘대안적인 해석’을 제공하는 방법이 제일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사실이 아닌지 낱낱히 밝히는 팩트 체크는 그 다음으로 효과적이었다. 해당 정보의 출처가 그리 신뢰할만하지 않다는 식으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다소 효과를 보였으나 앞의 둘 보다는 효과가 약했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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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방금 지어낸 거짓말보다 기존에 사회에서 널리 퍼져있고 따라서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거짓말들이 더 바로잡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된 정보라도 친숙하면 사실이라 여기기 쉽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혈액형 성격론’을 진지하게 믿고 있는 것 또한 어렸을 때부터 여기저기서 접해온 ‘친숙함’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비슷하게 많은 사람들이 어떤 정보를 사실으로 믿고 있는지의 여부 또한 사람들의 믿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사실로 믿고있다’는 정보를 접하면 그 정보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한 명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지만 다섯명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는 부분이다. 

 

 

나의 지식 수준이 곧 나인 것은 아니다


한편 가장 효과가 약하고 되려 설득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야기되는 설득 방법은 잘못된 믿음이 아닌 그걸 믿고 있는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다. 해당 정보의 부정확함을 이야기하기보다 그걸 믿고 있는 네가 한심하다던가 너는 틀렸다고 하는 등 사람의 정체성과 자존감에 상처를 입히게 되면 방어적인 태도가 돌아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적 받는 사람도 ‘나의 지식 = 나’가 아님을 알아야 하지만, 지적하는 쪽도 몇 가지 잘못된 믿음이 그 사람의 지적 수준과 사람 됨됨이를 전부 규정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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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자신의 생각이 얼마든지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적 겸손’이 높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실제로 틀렸을 때 크게 당황하거나 자신이 틀렸을 리가 없다는 방어적인 태도를 덜 보이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감정적 반응도 덜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Leary et al., 2017). 상대를 설득할 때 역시 지적 겸손 정도가 높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상대를 깔아뭉개는 태도를 덜 보일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잘 모르는 부분이 존재하고 얼마든지 틀릴 수 있는 것처럼 타인도 얼마든지 모르는 부분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식하면, 상대의 실수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조롱하지 않을 것 같다. 설득하는 사람의 태도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지뇽뇽 작가의 신작. 나에게 처음으로 따듯해져보는 자기자비 연습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이 출간되었습니다.

 

[1] Hamilton, L. C. (2011). Education, politics and opinions about climate change evidence for interaction effects. Climatic Change, 104, 231–242.
[2] Leary, M. R., Diebels, K. J., Davisson, E. K., Jongman-Sereno, K. P., Isherwood, J. C., Raimi, K. T., ... & Hoyle, R. H. (2017). Cognitive and interpersonal features of intellectual humility.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43, 793-813.
[3] Nathan Walter & Sheila T. Murphy (2018): How to unring the bell: A meta-analytic approach to correction of misinformation, Communication Monographs, DOI: 10.1080/03637751.2018.1467564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를 썼다. 현재는 UNC 의과대학에서 연구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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