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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EVENT] 21세기판 프랑켄슈타인, 당신의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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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25일 00:00 프린트하기

※ 편집자 주. 과학동아는 소설 ‘프랑켄슈타인’ 200주년을 맞아 8월호 특집 기사를 ‘200년만에 환생한 프랑켄슈타인’으로 꾸며봤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하죠.

그래서 저희는 김재인 박사(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객원연구원)의 글을 통해 ‘괴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해 봤습니다. 글을 읽고 여러분의 생각을 자유롭게 댓글로 남겨주세요. 두 분을 선정해 과학동아 ‘독자카페’에 소개하고,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드립니다. (선물 발송을 위해 해당 기사는 로그인을 해야만 댓글을 달 수 있습니다. 기한은 8월 15일까지입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 ‘프랑켄슈타인’ 속 괴물의 모습.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 ‘프랑켄슈타인’ 속 괴물의 모습.

괴물이 뭘까요? 소설이나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묘사되는 외모를 잠깐 지우고 살펴보면, 통상적인 생식을 통해 태어난 생물 종이 아니라 뭔가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별종을 가리킵니다. 

 

여기서 비정상적인 방식이라는 건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의 피조물 또는 괴물을 만들 때 사용했던 것과 같은 방식도 포함해요. 그의 괴물은 납골당의 뼈와 도살장의 시신 따위를 조립해서 만들었지만 엄연한 생물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외모의 특징을 골라 짜맞추겠다는 본래의 의도와 달리 흉측한 외모를 지니게 되었지만 말이죠. 

 

사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겪은 불행은 다 외모 탓입니다. 만약 그 괴물이 호감을 주는 외모였다면 어땠을지 상상해 보기 바랄게요.

 

오늘날 우리는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생물을 편집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말 많은 유전자변형작물(GMO) 논쟁은 이제 옛날 얘기고, 훨씬 손쉽고 정확하게 원하는 형질을 딱 집어내서 유전자 수준에서 편집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인간은 오랫동안 생물을 편집하는 일에 몰두해 왔어요. 품종개량이나 육종이라는 말에는 인류의 그런 오랜 노력이 새겨져 있지요. 인간은 본래 만들기를 좋아하나 봐요. 전에 없던 생물마저 만들려고 할 정도로 말이죠. 그러니까 인간은 천성적으로 괴물을 만들고 싶어 하는 종족이었던 겁니다.

 

뜯어말린다고 이런 천성이 어디 갈까요? 저는 솔직히 생명윤리위원회 같은 걸 만든다 해도 별로 소용없을 거라고 봐요. 실험을 금지한다고 호기심이 어디 가겠어요? 특히 첨단 기술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어느 실험실에서 몰래 실험하는 과학자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어요. 그렇게 행동하는 과학자가 바로 역사를 만들어 온 인간 자신인 걸요. 더 많은 걸 알고 싶고,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보려는 호기심에 가득 찬 인간이라는 존재 말이에요.

 

새로운 걸 만들려고 시도하는 성향은 자연에서 두루 발견돼요. 유독 인간만 그런 건 아니라는 거죠. 진화라는 현상이 그걸 잘 보여줘요. 진화의 핵심은 무작위적인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에 따른 살아남음의 조화에 있어요. 생물마다 최대한 많은 별종을 만들어내서 환경 변화에 대비하려고 해왔어요. 

 

어떤 놈이 살아남을지 모르니까, 자기랑 비슷하면서도 최대한 다른 '짝퉁'들을 되도록 많이 확보하려는 전략을 쓴 거죠. 이렇게 보면 괴물 만들기는 자연의 작동 원리인 것 같기도 해요. 자연을 뜯어말릴 수 있겠어요?

 

그런데 인간과 자연이 다른 점이 적어도 하나는 있습니다. 인간은 외모를 중시하는 데 반해, 자연은 외모에 무관심해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괴물이 괴물이라고 불린 건 흉측해서예요. 매력적인 괴물을 상상할 수 있어요? 

 

설사 그렇다고 말해도, 이 경우엔 괴물이라는 말에는 진지한 의미가 없어요. 놀랍다는 걸 표현하려고 거꾸로 말하는 반어법이죠. 

 

물론 외모가 다는 아니에요. 정확히 말하면 외모란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라고 해야 맞을 겁니다. 인간은 자기가 만들어낸 것이 바라는 모습이 아닐 때 거부하고 미워해요. 자연이 어떤 결과물이건 다 품는 것하고는 다르지요. 

 

자연선택이요? 그건 자연이 능동적으로 골라내는 게 아니라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가만히 기다리는 걸 가리킵니다. 엄밀한 의미에선, 선택하는 것과는 달라요.

 

이제 인간은 생물을 편집해서 만들어낼 능력을 갖게 됐습니다. 이 능력은 오랜 고민과 노력 끝에 갖게 된 능력입니다. 새로운 능력이 생겼을 땐 사용법을 잘 배워야 합니다. 자칫 자기가 다칠 수 있으니까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과는 달리,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생물이 만들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거나 인간에게 치명적인 생물을 만들게 되지는 않을까요? 

 

적어도 과학자라면 언제나 이런 질문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어야 합니다. 과학자의 윤리를 요청해도 지킬 거라는 보장은 없겠지만요.

 

앞으로 많은 괴물이 우리 주변에 생겨날 거예요. 과학자들이 조심하더라도 원치 않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바람직한 괴물을 만들어내려고 했는데, 진짜 괴물이 나오는 거죠. 이거 예측 못해요. 절대로 미리 알 수 없어요. 

 

이럴 때 우리 사회는 무슨 준비를 해야 할까요? 일어나지 않은 일을 대비할 수는 없겠지요. 더 중요한 건, 어떤 일이 일어나건 그 문제를 최대한 빨리 감지하고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고 봅니다. 사회가 함께 감당할 몫이에요.

 

과학자는 언제나 사회 속에서 활동합니다. 좋은 결과를 원하지만 해로운 결과도 나옵니다. 괴물이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괴물이 등장하더라도 잘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정답을 알면 고민이 필요 없죠. 모르니까 함께 생각을 시작해 보아요.


김재인 박사(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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