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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서 기하-과학Ⅱ 빼는 것은 이공계 사망선고”…13개 과학기술단체 공동 서명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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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18일 18:00 프린트하기

교육부 수능 개편안, 수학·과학 과도한 축소 우려
“이공계 응시자에겐 기하-과학Ⅱ 포함시켜야”

기초과학학회협의체 제공
기초과학학회협의체 제공

 

교육부의 2022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에서 수학과 과학의 출제 범위가 대폭 축소된 데 대해 13개 과학기술단체가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섰다.


18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를 비롯한 13개 과기단체는 ‘2022 수능에서 수학·과학 바로 세우기 서명운동’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e메일 등을 통해 배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2022학년도 수능에서 이공계 지원자 대상 과목에 기하와 과학Ⅱ를 포함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번 서명운동에는 과총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한국약학교육협의회, 기초과학학회협의체, 한국수학관련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등 13개 단체가 참여했다. 연합회와 협의회 아래 소속된 단체들까지 고려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다. 김명자 과총 회장은 “이렇게 대규모로 과기단체들이 결집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만큼 이공계 교육 왜곡 문제가 심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교육부가 내놓은 ‘2022학년도 수능 과목구조 및 출제범위안’에 따르면, 수학의 경우 현행(2019~2020년) 가형 출제범위에서 기하가 빠진다. 이미 교육부는 올해 2월 말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를 발표하면서 기하를 제외시킨 바 있다. 과학에서는 기존의 과학Ⅱ 4과목(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이 전부 제외된다. 대신 사회 1과목을 선택해 듣도록 돼 있다. 학습부담을 줄이고 문·이과 통합 교육을 골자로 하는 2015 개정교육과정의 목적을 살린다는 취지다.

 

자료: 교육부·기초과학학회협의체
자료: 교육부·기초과학학회협의체

그러나 이대로 수능이 시행될 경우, 과학은 이공계 기준 Ⅰ·Ⅱ 8과목 중 2과목에서 Ⅰ 4과목 중 1과목으로 반토막 나는 셈이 된다. 과기단체들은 “교육부가 발표한 개편안은 문·이과 융합 인재 양성보다는 어느 분야의 경쟁력도 갖추지 못한 인력을 배출할 정책”이라며  “2015 교육과정의 취지는 물론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 기회 제공’이라는 목적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이공계 진학생의 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성근 서울대 화학과 교수(前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 회장)는 “‘수능에서 과학Ⅱ가 빠진다고 해서 우리나라 이공계 교육이 설마 무너지겠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모든 교육이 대입에 맞춰져 있는 국내 상황에서 시험에 나오지 않는 과목을 공부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과학Ⅱ 제외는 이공계 학생들에겐 사망선고와도 같다. 그대로 이공계 대학에 진학한다면 당장 1학년 수업조차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향숙 대한수학회 회장(이화여대 수리과학연구소장·수학과 교수)은 “정부는 이미 10여 년 동안 학습 부담 경감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계속해서 내용을 덜어내 왔다. 기하의 경우 사실상 남은 내용이 거의 없을 정도”라며 “기하는 이공계 학문의 기초이기도 하지만 공간지각능력을 키워 주는 과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미국을 비롯해 해외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수학, 과학 교육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추세인데 우리만 반대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명자 회장도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인재 양성 방안은 이런 정책 방향과 어긋나 있다. 이는 시대적 역행이자 명백한 퇴보”라며 “인재 양성 실패는 결국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어려운 과목을 쉽게 가르치지 못한 과학계에도 분명 반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쉽게 가르치는 것과 쉬운 것만 가르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얘기”라며 “맛이 없어도 몸에 좋은 음식을 꼭 먹어야 되는 것처럼 반드시 배워야 할 내용을 어렵다고 무작정 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이달 중 대학과 고교 교원, 전문가 대상 간담회와 교육청 등 관련 기관 공식의견 서면 조사를 거쳐 오는 8월 말 최종 수능 과목 구조와 출제범위를 확정할 계획이다.

 
대한수학회 등 과기단체들은 오는 25일 기하와 과학Ⅱ를 수능에 포함시키는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과기계만 수학, 과학이 중요하다고 얘기해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결국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과 중요성에 대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기단체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이번 공동서명은 온라인(https://moaform.com/q/113kjg)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여 기간은 이달 30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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