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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수능개편안 연속기고] 공학 교육 측면에서 본 2022년 수학 과학 수능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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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25일 06:00 프린트하기

※ 편집자 주. 정부는 현재 중3 학생이 치를 2022년 수능에서 수학과 과학 과목 비중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수학 시험은 문이과를 통합해 치르고, 과학은 사회와 합쳐 2과목만 골라 응시하는 방식입니다. 과학기술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쉬운 공부에 매달리다 정작 미래를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백년대계 수학·과학 교육에 대한 과학기술인의 목소리를 소개합니다.

 

요즘 공과대학 교수들은 수업을 하면서 깜짝 깜짝 놀란다. 고등학교에서 당연히 배웠을 것이라 생각한 내용들을 학생들은 배우지 않았다고 하기 때문이다. 화학공학과에서 2학년 물리화학을 가르치는 필자도 2017년 연구년을 마치고 강의에 복귀하면서 학생들의 급격한 학력 저하에 충격을 받았다.

 

답답한 마음에 2학년생의 수능 선택과목을 조사해 보았다. 설문에 참여한 147명 중 수능 선택과목으로 화학I을 선택한 학생은 70%인 103명이었고, 화학II를 선택한 학생은 단 8명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전공에 필요한 화학의 기초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화학공학과로 진학한 것이다.  물리의 경우 물리II를 선택했던 학생은 한 명도 없었고 물리I도 24명뿐이었다.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수학과 과학의 지속적인 내용 축소, 수학능력시험에서의 수학 과학 비중 축소와 난이도 하향 조정 등에 무심했던 필자도 이제는 더 이상 방관만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오명숙 교수
오명숙 교수

고등학교에서 화학I 수준만 배운 학생들이 화학공학과에 진학하면, 대학 1학년 화학에서 다루는 심층 내용을 학습하기 어렵다. 대학 2학년 과목에서 심화되는 강의 내용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배움의 수준도 뒤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전공 학습이 진행되면서면 더 심해질 것이다. 오랜 시간 사교육에 시달리면서 대학 입시를 준비한 학생들이 무엇을 위해 그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인지 안타깝기만 하다.

 

현재 공과대학에서는 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 갈 창의, 융합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다양한 소양과 배경을 요구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생산 관련 기술은 급격히 변화할 것이며, 이에 대비한 ICT 교육의 강화도 필요하다.

 

이런 추세에 따라 각 전공에서 다루어야 하는 학문의 폭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교과과정을 살펴보면 각 전공에서 필요한 핵심 교과목들이 모두 2, 3학년에 배치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4학년은 세부 전공의 심화 및 융합 교과목으로 채워지고 있다. 기술이 급격히 변화하는 분야에서는 대학원 교과과정이 학부과정으로 내려오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융합교육에 대한 요구도 강하다. 해외 대학의 경우, 융합은 각 전공에 대한 기초를 갖춘 후 응용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융합전공을 대부분 대학원에 두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학부 과정의 융합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여러 국책 과제가 대학에 지원되고 있다. 

 

이와 같이 대학은 미래 산업을 이끌어 갈 인재 양성을 위해 다루어야 하는 학문이 확대되고 있고 융합적 교육도 요구받고 있다. 이에 반해 중등 교육은 이공계 진학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수학, 과학의 기초 역량과 분석력, 사고력,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는데 취약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는 이공계 교육의 방향과 일관성이 상실된 엇박자로밖에 볼 수 없다. 납득할 수 없는 정부 교육 정책이다.  

 

공학 교육 측면에서 본 2022년 수학, 과학 수능 개정안 -GIB제공
공학 교육 측면에서 본 2022년 수학, 과학 수능 개정안-GIB 제공

우수학생 확보라는 명목으로 교차지원을 허용하면서 대학은 준비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대학 전공뿐 아니라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가르쳐야 하는 부담을 경험했다. 이들 학생 중 많은 수가 공학을 전공하면서 좌절을 겪는 것도 보아왔다. 또 자율전공제나 전과 등의 제도를 통해 공학 분야에 진입한 학생들 중 수학과 과학의 기초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보아왔다.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학생들로 강의실을 채울 수 있으니 국가가 이공계 인재 양성은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도 수능개정안에 대한 공과대학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학생들은 "이렇게 해서는 공학을 전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개정안에 과학기술계의 의견이 배제되었고, 비이공계 전공자가 수학 및 과학 교육 개정안을 제안하는 어이없는 현실을 보고 있다.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적어도 현 중등 교육과정을 거쳐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의견이라도 들어 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을 책임질 공학인재를 양성하는 공대 교수로서 2022년도 수능 개정안의 수학, 과학은 2014년 개정안 이전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한다. 

 

☞ 과기단체 <2020 수능 바로세우기> 공동서명은 30일까지 온라인(https://moaform.com/q/113kjg)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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