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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고기를 향한 무서운 열망... 어떻게 해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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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24일 13:11 프린트하기

동물들은 인간이 그렇게 만들 때만 불행하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 W. H. 허드슨

 

소는 여러 면에서 사람과 비슷한 욕구를 지녔다. 스트레스가 없어야 하고, 적당한 잠자리, 깨끗한 먹이와 물, 운동하거나 돌아다니거나 산책을 하거나 아니면 그냥 멍하니 서 있을 자유가 있어야 한다.
- 로저먼드 영, ‘소의 비밀스러운 삶’에서

 

최근 영국의 한 농부가 쓴 책이 번역돼 나왔다. 저자는 영국 코츠월드에서 ‘솔개 둥지 농장(Kite’s Nest Farm)’을 운영하고 있는 로저먼드 영으로, 1953년 농장을 연 부모의 뜻을 이어받아 가축들이 자유롭게 개성을 발휘하며 살아가게 키우고 있다. 저자는 특히 소에 애정이 커 소의 사생활을 소개하는 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솔개 둥지 농장(Kites Nest Far) - https://sustainablefoodtrust.org 제공
솔개 둥지 농장(Kite's Nest Far) - https://sustainablefoodtrust.org 제공

책에는 많은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때로는 우습기도 하고 때로는 코끝이 찡하기도 하다. 저자와 숨바꼭질을 하는 앨리스라는 소 얘기다.

 

“가끔은 앨리스가 장난을 시작해 내 옆에서 천천히 걷다가 갑자기 속도를 높여 달려나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지기도 했다. 내가 다른 젖소와 같이 계속 느릿느릿 걸어 몇백 미터쯤 따라가면 앨리스가 숨바꼭질을 하는 게 보였다. 앨리스는 호두나무 뒤에 숨는다고 숨었지만 덩치가 너무 커서 당연히 너무나도 잘 보였다. 내가 자신을 발견했다 싶으면 다시 달려가서 다음 나무 뒤에 숨었다. 축사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숨바꼭질을 했다.”

 

농장의 스토리를 담은 사진들 - https://sustainablefoodtrust.org 제공
농장의 스토리를 담은 사진들 - https://sustainablefoodtrust.org 제공

그런데 책을 읽다가 문득 ‘이 분이 소를 왜 키우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떠올랐다. 책에 “1974년 상업적 우유 생산을 접었다”고 나와 있으므로(앨리스는 집에서 먹을 우유를 얻으려고 키우는 젖소다) 육우를 키우는 것일 텐데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책에 등장하는 소들의 면면을 보면 그럴 것이라고 짐작은 된다. 즉 출연자 대부분은 암소이고 수소는 씨소 몇 마리가 전부다. 그럼에도 스무 살이 돼 관절염을 앓고 있는 늙은 암소도 나오고 난산으로 빠져나온 자궁을 제자리에 넣는 수술을 하고 다리가 부러진 소를 치료하는 장면도 있는 걸 보면(즉 도축을 안 했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설마 개처럼 반려동물로 소를 키우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영국 농부 로저먼드 영은 최근 번역출간된 ‘소의 비밀스러운 삶’에서 소들의 복잡미묘한 사생활을 생동감 있게 묘사했다. - 교보문고 제공
영국 농부 로저먼드 영은 최근 번역출간된 ‘소의 비밀스러운 삶’에서 소들의 복잡미묘한 사생활을 생동감 있게 묘사했다. - 교보문고 제공

그래서 책에 나와 있는 농장 사이트 주소를 찾아 확인해봤는데 육우 농장이 맞았다. 아마도 번식 목적으로 선별된 암소 다수와 수소 몇 마리는 가족으로 생각해 죽을 때까지 돌보는 것 같다. 물론 여기에 선택되지 못한 소들도 사는 동안은 행복한 삶을 누릴 것이다.

 

‘육우면 어차피 2~3년 살다 도살장으로 가는 운명인데 그사이 잘 살게 해준다고 생색내는 건 위선 아닌가?’ 이렇게 생각할 독자도 있겠지만 그렇게 따지면 사람도 ‘어차피 100년이면 죽을 텐테 그사이 어떻게 살든...’이라며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를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책을 읽으며 소뿐 아니라 돼지, 닭 같은 가축들이 한 존재로서 최소한의 존중을 받다가 삶을 마무리했으면 하는 소망이 간절해졌다.

 

 

무섭게 늘고 있는 중국의 육류소비

 

학술지 ‘사이언스’ 7월 20일자에는 오늘날 가축 대다수가 구조적으로 이런 삶을 살 수 없음을 보여주는 리뷰논문이 실렸다. 즉 지구촌 사람들의 육류소비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이를 맞추려면 육지 전체를 농장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가축들이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지난 50년 사이 지구촌의 육류소비량이 가파르게 증가했다(위 작은 그래프). 이를 지역별로 보면(아래 큰 그래프) 중국(빨간색)과 기타 아시아(노란색)가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유럽(파란색)과 북미(주황색)는 정체됐고(그럼에도 1인당 소비량은 다른 지역을 압도한다) 인도(보라색)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사이언스’ 제공
지난 50년 사이 지구촌의 육류소비량이 가파르게 증가했다(위 작은 그래프). 이를 지역별로 보면(아래 큰 그래프) 중국(빨간색)과 기타 아시아(노란색)가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유럽(파란색)과 북미(주황색)는 정체됐고(그럼에도 1인당 소비량은 다른 지역을 압도한다) 인도(보라색)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사이언스’ 제공

위의 두 그래프를 보자. 먼저 위의 작은 그래프는 지난 50년 사이 지구촌의 육류소비량 추이를 보여주는데 증가세가 멈출 기미를 안 보인다. 아래 큰 그래프는 지역에 따른 추이로 중국사람들의 육류소비량이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빨간 선). 현재 중국 인구는 13억 9000만 명으로 세계인구 76억 명의 18.2%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가파른 증가세는 ‘기타 아시아’다(노란색). 즉 중국과 인도를 뺀 아시아 나라들로 우리나라가 포함돼 있다. 반면 인구 13억 3000만 명으로 세계인구의 17.5%를 차지하는 인도의 육류소비량은 여전히 미미하다(보라색). 힌두교의 윤회론에 따른 채식주의 실천에 감사할 따름이다.

 

힌두교나 불교, 자이나교의 윤회사상은 사람들이 육식을 자제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윤회를 상징하는 자이나교의 그림이다. - 위키피디아 제공
힌두교나 불교, 자이나교의 윤회사상은 사람들이 육식을 자제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윤회를 상징하는 자이나교의 그림이다. - 위키피디아 제공

원래 고기를 많이 먹던 유럽과 북미는 2000년대 들어 소비가 정체되며 약간 줄기도 했다(그럼에도 1인당 육류소비량은 여전히 다른 지역보다 많다). 한편 중남미와 아프리카도 육류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다. 

 

즉 인도를 뺀 모든 지역에서 경제 수준이 향상되면서 이에 비례해 육류소비량이 늘어나고 이런 추세는 선진국에 진입하고 한참 지나서야 멈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인구도 늘고 있으므로 육류소비량의 가파른 증가세는 앞으로도 한동안은 꺾이지 않을 것이다. 

 

현재 세계 평균 1인당 육류소비량은 하루 122그램으로 돼지고기와 닭고기가 각각 3분의 1, 소고기가 5분의 1, 나머지를 양고기, 염소고기 등 기타 육류가 차지하고 있다. 즉 지구촌 76억 명을 먹이기 위해 소가 15억 마리, 양이 12억 마리(털이 주목적), 돼지가 10억 마리에 이르고 닭은 무려 190억 마리가 살고 있다.

 

최근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지구에서 사람의 생물량(탄소 기준)은 6000만 톤이고 가축 포유류의 생물량은 1억 톤에 이르는 데 비해 야생 육상 포유류는 수천 종을 다 합쳐도 300만 톤에 불과하다. 새도 가금(주로 닭)이 500만 톤으로 야생 조류 200만 톤의 세 배에 가깝다. 고기에 맛을 들인 인류가 지구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잘 보여주는 데이터다. 

 

육류소비량 추세가 극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늘어나는 수요에 맞추려면 한 세대 뒤에는 가축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 실제 논문을 봐도 21세기 중반 육류소비량이 지금보다 적게는 62%에서 많게는 144%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동물복지는 고사하고 오늘날 지탄받는 밀집사육을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며 그리워하는 ‘초밀집사육’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육류소비량의 가파른 증가세는 앞으로도 한동안은 꺾이지 않을 것이다.  - 사진 GIB 제공
육류소비량의 가파른 증가세는 앞으로도 한동안은 꺾이지 않을 것이다. - 사진 GIB 제공

 

 

건강 위해 한국인도 육류 섭취 줄여야

 

옥스퍼드대 찰스 고드프리 교수 등 저자들은 논문에서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며 세 가지 측면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소개하기에 앞서 무엇이 이런 급격한 육식의 증가를 불러왔는지 살펴보자. 

 

가장 큰 요인은 오늘날 평균 소득 대비 육류 가격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낮다는 사실이다. 즉 밀집사육과 옥수수와 콩으로 상징되는 사료용 농작물 덕분에 축산업이 규모의 경제가 되면서 단가(고깃값)가 떨어졌다는 말이다. 

 

이런 여건에서 에너지 밀도가 높은 육류에 대한 인류의 타고난 선호와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축산업계의 로비와 재력이 있는 식품회사의 광고와 마케팅이 더해지면서 육류소비량이 가파르게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비하면 채식주의운동이나 동물복지운동이 사람들의 육류 소비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힌두교처럼 삶의 태도를 좌우하는 종교가 아니라면 이런 유혹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손을 놓을 수 없는 게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실이기 때문에 저자들은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먼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다. 과도한 육류 섭취, 특히 적색육(포유류)이나 가공육이 대장암의 발병률을 높인다거나 동물성 단백질이 노화를 앞당긴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나와 있다. 과연 이런 정보들이 사람들의 육류소비를 줄일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약간 회의적이다.

 

과도한 육류섭취가 해롭다는 건 이제 건강상식이 됐지만 막상 데이터를 보면 엄청나게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왼쪽은 가공육 섭취량과 대장암 위험성 그래프로 매일 80그램 이상 먹어야 1.5배가 돼 차이가 느껴진다. 오른쪽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성 데이터도 비슷하다. - ‘사이언스’ 제공
과도한 육류섭취가 해롭다는 건 이제 건강상식이 됐지만 막상 데이터를 보면 엄청나게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왼쪽은 가공육 섭취량과 대장암 위험성 그래프로 매일 80그램 이상 먹어야 1.5배가 돼 차이가 느껴진다. 오른쪽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성 데이터도 비슷하다. - ‘사이언스’ 제공

예를 들어 암 위험성을 보면 가공육을 현재 유럽인 평균 수준으로 섭취할 경우 대장암 위험성이 9% 늘어나는 정도다. 흡연이 폐암 위험성을 몇 배 올리는 것과 비교도 안 된다. 다른 대사질환과의 관련성도 비만 등 여러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육류의 기여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아무튼 여러 연구를 종합해보면 과도한 육류 섭취를 줄이고 식물성 위주로 식단을 짜면 사망률을 6~10%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적정 육류섭취량은 어느 정도일까. 세계암연구재단은 일주일에 적색육 500그램을 상한값으로 설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1인당 연간 적색육 소비량(2016년 추정치)인 34.8kg(소고기 11.5kg, 돼지고기 23.3kg)을 52로 나누면 일주일에 670그램으로 상한값을 훌쩍 넘어선 상태다. 건강을 위해 육류섭취량을 줄이라고 권해도 된다는 말이다. 

 

 세계암연구재단은 적정 육류섭취량 상한선을 일주일에 적색육 500그램으로 설정하고 있다. - 사진 GIB  제공
세계암연구재단은 적정 육류섭취량 상한선을 일주일에 적색육 500그램으로 설정하고 있다.- 사진 GIB 제공

 

밀집사육이 이산화탄소 발생량 적다?

 

다음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다. 가끔 뉴스를 보면 대규모 축사가 들어서면서 인근 주민들이 악취로 진저리를 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특히 지금처럼 더울 때는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지구에 가축 수십억 마리가 살면서(닭은 작으므로 열 마리를 한 마리로 치면) 내놓는 배설물도 어마어마하지만 이들을 먹이는데 들어가는 사료도 엄청나다. 

 

대부분 옥수수와 콩 같은 농작물로, 재배 과정에서 필요한 물을 대느라 세계 곳곳에서 저수지와 지하수가 고갈되고 있다. 실제 가축을 키우는데 들어가는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을 추적해보면 98%가 사료용 작물을 재배하는데 들어간다.

 

온실가스 발생량도 어마어마해 인류의 활동으로 내보내는 이산화탄소의 5%가 가축 사육의 결과다.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의 경우는 상황이 훨씬 심각해 무려 25%를 차지하고 있다. 반추동물인 소나 양의 트림이 주범이다.

 

오늘날 소의 8%가 들판에서 풀만 먹고 자란다. 소의 타고난 생리에 맞는 삶이므로 동물복지를 확실히 누리는 소의 비율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소의 복지를 위해 밀집사육을 초지사육으로 바꿀 경우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오히려 더 늘어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초지를 조성하기 위해 숲을 파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개체수를 줄이지 않는 이상 동물복지와 환경 모두를 개선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오늘날 사육되는 소 가운데 8%만이 타고난 생리에 맞게 풀만 먹고 산다. 만일 지구촌의 소 15억 마리 모두에게 이런 환경을 마련해주려면 육지를 전부 초지로 바꿔야 할 것이다. 동물복지를 위해서는 가축의 수를 줄여야 하고 결국 육류소비량을 줄어야 한다는 말이다. - 위키피디아 제공
오늘날 사육되는 소 가운데 8%만이 타고난 생리에 맞게 풀만 먹고 산다. 만일 지구촌의 소 15억 마리 모두에게 이런 환경을 마련해주려면 육지를 전부 초지로 바꿔야 할 것이다. 동물복지를 위해서는 가축의 수를 줄여야 하고 결국 육류소비량을 줄어야 한다는 말이다. - 위키피디아 제공

좀 치사해 보이기는 하지만 가축 사육이나 작물 재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세계 공통의 세금(globally uniform tax)을 매기자는 움직임도 있다. 이 경우 소고기에 가장 높은 세금이 붙을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런 세금이 부과될 경우 소고기의 가격이 40% 오르면서 소비량이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과연 지구촌 소비자들이 이런 시스템을 용인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오늘날 인류의 물 사용량을 보면 농업용수(arable+livestock)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농업용수의 40%가 가축 사육(livestock)에 들어간다(대부분은 사료 작물을 재배하는데). 산업용수(industrial)와 생활용수(municipal)가 그 뒤를 따른다. - ‘사이언스’ 제공
오늘날 인류의 물 사용량을 보면 농업용수(arable+livestock)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농업용수의 40%가 가축 사육(livestock)에 들어간다(대부분은 사료 작물을 재배하는데). 산업용수(industrial)와 생활용수(municipal)가 그 뒤를 따른다. - ‘사이언스’ 제공

 

 

나쁜 넛지 좋은 넛지

 

시장에서 고기를 사는 건 궁극적으로 개인의 결정이므로 여기에 개입해 영향을 미치는 측면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생산자가 마케팅으로 구매를 부추기는 ‘나쁜 넛지(육류소비를 줄이는 게 목적인 관점에서 이렇게 표현했다)’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이건 정부의 개입 없이도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그렇다면 ‘좋은 넛지’는 어떤 게 있을까. ‘동물복지’나 ‘무항생제’ 등 인증제를 도입해 육류제품에 표기해 사람들에게 ‘착한 소비’를 할 수 있게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한 걸음 더 나가 세금을 매기는 방법도 있다. 실제 덴마크는 2011년과 2012년 식품의 포화지방 함량에 따라 ‘포화지방 세금’을 매겼다. 그 결과 소고기값이 15% 인상됐고 소비량이 줄었다. 다만 반발이 심해 이 제도는 1년 만에 폐지됐다.

 

위의 예들이 사람들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넛지라면 무의식에 작용하는 좋은 넛지도 있다. 즉 메뉴에 채식요리를 먼저 표기한다든지 뷔페식당에서 채식요리를 앞에 배치하는 식이다. 실제 이렇게 개입하면 사람들이 고기를 덜 먹는다고 한다. 문제는 과연 정부가 이런 명령까지 할 ‘권리’가 있느냐는 것이다.

 

 

결국은 소비자 선택에 달려

 

리뷰논문을 읽고 난 소감은 ‘이래서는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니겠다’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즉 건강과 환경 이슈만으로는 고기를 향한 사람들의 열망을 잠재우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동물복지에 대한 각성을 높이는 게 효과가 더 클 것 같다.

 

실제 열악한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나 도축장면을 보여주면 웬만한 사람들은 고기를 먹을 기분이 싹 달아난다고 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차츰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지만. 따라서 지속적으로 동물복지를 부각하고 이를 관념이 아닌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줘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고기를 향한 열망... 결국은 소비자 선택에 달려 - GIB 제공
고기를 향한 열망... 결국은 소비자 선택에 달려 - GIB 제공

‘소의 비밀스러운 삶’에 나오는 소들의 다채로운 모습이 그런 예가 아닐까. 이 책 말미에서 저자는 엄격한 동물복지시스템 도입이 시급함을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가 100% 풀만 먹고 자란 방목 유기농 동물복지 육우를 적극적으로 선택한다면, 동물을 기르는 방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동물의 삶뿐 아니라 스스로의 건강도 좋아진다. 이런 방식으로 생산된 육류가 소매 가격은 더 비쌀지라도 실제 비용을 전부 고려한다면 비싼 것도 아니다.”

 

지난주 경기도는 이달 말이나 늦어도 내달 초에 도내 ‘가축행복농장’ 40곳을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제도가 안착되면 2022년까지 4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가축행복농장으로 인증받으려면 마리당 소는 10㎡, 돼지는 0.8㎡, 닭은 0.075㎡ 이상의 사육면적을 확보해야 한다. 또 매년 한 차례 이상 수질검사를 받고 친환경 약품을 써야 한다. 닭의 경우 알을 많이 낳게 하려고 밤새 불을 켜놓아도 안 된다. 잔류 농약 및 항생제 검사도 받아야 한다. 

10㎡면 방 하나 넓이인데 덩치가 커다란 소가 이 정도 면적을 확보하는 게 ‘행복’의 조건이라는 사실이 기존 밀집농장의 열악함을 반증하고 있다. 이런 인증 마크가 찍힌 고기가 시장에 나왔을 때 적극 구매해 계획대로 가축행복농장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6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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