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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코워킹스페이스, “효용성 높고, 네트워킹에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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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26일 12:57 프린트하기

'코워킹 스페이스’, ‘공유 오피스’라는 단어가 점점 낯설지 않은 개념이 되고 있습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커다란 사무 공간을 여러 회사, 혹은 개인이 나누어 쓰는 환경을 말하지요. 애초 이 개념은 1994년 독일에서 시작됐는데, 썩 인기를 누리지 못하다가 세계적인 불황과 스타트업 붐과 함께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 중 하나가 됐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국내 코워킹 스페이스 환경에 대한 보고서(https://startupall.kr/blog/2018/06/28/coworkingtrend/)를 발간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6년 위워크가 들어오면서 코워킹 스페이스라는 개념이 유명세를 탔고, 터줏대감인 패스트파이브의 성장과 현대카드의 스튜디오블랙 등 차별성을 갖춘 공유 오피스들이 등장하면서 지난해부터 이른바 ‘붐’이 일었지요.

 

최호섭 기자 제공
최호섭 기자 제공

2015년만 해도 국내 코워킹 스페이스는 2곳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2016년 들어 15개로 늘어났고 2017년 1월 28곳이던 것이 2018년 1월 들어 46곳까지 늘어났습니다. 성장세는 매년 2배 가까이 유지되고 있고 지금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리포트의 설문 내용을 하나씩 살펴볼까요. 코워킹 스페이스의 입주 기간은 63.1%가 1년 미만이었습니다. 그 뒤를 이어 2년 미만이 25.4%였습니다. 오래 있지 않는다는 해석이 따를 수도 있지만 그보다도 아직 코워킹 스페이스 문화가 시작되는 단계이다 보니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들이나 창작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아직까지도 코워킹 스페이스는 사무실을 독립하기 전에 임시로 거쳐가는 공간이라는 인식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2년 이상 이용하고 있는 기업들이 11.5%인 것을 보면 초기부터 지금까지 만족하고 있는 기업들의 비중도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입주 기업들의 규모는 10명 미만인 경우가 70.5%에 달했습니다. 아직은 초기 기업들이 많다는 이야기지요. 10명 이상 20명 미만인 경우도 14.8%나 됩니다. 스타트업들이 처음 얻는 사무실로 코워킹 스페이스가 인기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치입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조금 다른 움직임도 있다고 합니다.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의 입주 사례가 늘면서 100명 이상, 혹은 아예 한 층을 통째로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합니다.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는 “1인에서 5인 내외의 법인들 위주로 먹힐 것이라는 생각이 많은데, 최근 들어 한 층을 쓰겠다는 경우도 많고 10인 이상 법인이 절반이 넘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생기면 오히려 공간을 빌리는 것이 더 저렴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인데, 단순히 임대료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용자들이 느끼는 코워킹 스페이스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스타트업들은 아무래도 편의 시설이 좋다는 점(27.9%)과 대로변의 크고 좋은 건물으르 이용할 수 있다는 점(26.2%), 그리고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16.5%)을 만족스러운 이유로 꼽았습니다. 사실 코워킹 스페이스의 이용료는 절대적으로 그렇게 저렴하지는 않습니다. 보통 1인당 한 달에 50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그럴만 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는 이면도로에 있는 사무실보다 대로변에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비싸기는 하지만 회의실이나 탕비실, 라운지 등 공용 공간이 넓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같은 비용으로 더 많고 넓은 공간을 쓸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공용 공간을 내 공간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다른 회사 사람들과 공간을 함께 쓰는 것이 불편하면 그만큼 내 공간이 줄어든다고 느낄 수밖에 없지요.

 

위워크의 랩스 매니저를 겸하고 있는 문경록 뉴지스탁 대표는 얼마 전 사무실을 여의도 위워크로 옮겼습니다. 문 대표는 절대적인 임대료의 문제보다 비용에 맞는 가치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여의도 위워크 역시 단순 임대료는 여의도에서도 비싼 편에 들지만 만족도와 생산성 부분에서 더 좋다고 합니다. 공간의 확장성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인테리어와 건물 관리 등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바로 네트워킹입니다. 이 공유 공간을 ‘코워킹 스페이스’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히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일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하게 합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설문 결과 실제 네트워킹에 참여하는 비중은 40%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60% 이용자가 네트워크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가 흥미로운데, 가장 많았던 답은 ‘네트워킹이 실제 도움이 되지 않는다(29.5%)’였습니다. 그 다음으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19.3%)’와 ‘네트워킹하고 싶은 입주사가 없다(15.9%) 등 전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정서상 당장의 목적 없이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익숙치 않습니다. 파티도 마찬가지지요. 몇 번의 만남으로 단기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보니 일이 바쁜 상황에서 시간 낭비라고 판단하는 것이지요. 문화는 가장 서서히 만들어지게 마련이니 네트워킹이 제 역할을 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듯 합니다.

 

최호섭 기자 제공
최호섭 기자 제공

코워킹 스페이스는 분명 새로운 형태의 사무 공간이고, 더 나아가 일하는 방식도 바꾸고 있습니다. 이승아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매니저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대도시 빌딩의 공실률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무 공간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업무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서 빠르게 성장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김대일 패스트 파이브 대표도 "장기적으로 테헤란로 사무 공간의 20%는 코워킹 스페이스로 채워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물론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용균 알스퀘어 대표는 도시의 공실률이 직접적으로 코워킹 스페이스의 사업성에 영향을 줄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공실률이 낮아지면 건물의 임대료가 올라가고, 건물주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도 줄어들게 마련입니다. 이는 곧 코워킹 스페이스에 비용으로 전해지고, 이용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용균 대표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단순한 부동산 사업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공간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사업처럼 비춰지지만 실제로 이용자를 채울 수 있는 영업력이 있어야 제대로 사업성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지요. 결국 늘어나는 코워킹 스페이스 공간을 채워줄 기업들이 늘어나야 하는데, 대기업과 제조업, 금융사 등 현재 사무실을 구성하는 가장 큰 분야의 사업들이 코워킹 스페이스를 받아들이는 속도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코워킹 스페이스에 대한 관심은 계속해서 늘어날 겁니다. 무엇보다 지금으로서는 이 공간을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젊고,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있습니다. 물론 그 기대보다 코워킹 스페이스를 이용하는 스타트업의 비중은 20%정도로 작은 편이지만 이 공간이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토양이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업무 환경의 변화만큼이나 사무실이 부동산에서 서비스 영역으로 바뀌는 흐름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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