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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뇽뇽 사회심리학] 우리의 몸은 조금도 잘못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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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28일 15:00 프린트하기

내 몸을 싫어하면서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 자신의 허벅지를 볼 때마다 반 정도만 도려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글이 많은 공감을 받는 걸 보았다. 지인 중 저체중임에도 저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다이어트를 하느라 상습적으로 밥을 굶던 이는 배가 고프고 어지러우면 기분이 좋다고 했다. ‘살이 빠지는 거 같아서’가 그 이유였다. 

 

GIB 제공
GIB 제공

‘미용 체중’이라고 하는 저체중에 대한 사회의 압박이 얼마나 심한지 느낄 수 있던 사례였다. 얼마나 압박을 받으면 생명체로서 가장 기본이 되는 생명 유지 활동이 원활하지 ‘않을 때’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걸까? 얼마나 압박이 심하면 멀쩡한 몸을 도려내고 싶을 정도로 날씬한 몸매를 원하게 되는 걸까? 안타깝게도 이런 사례들은 상당히 흔하고,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본 여성이 있기는 할까 싶을 때가 많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성범죄자들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엄연한 성폭력을 ‘무용담’이라며 과시하는 사람들, 성희롱/성추행/성매매 행위 등에 대해 ‘남자가 좀 그럴 수도 있지’라며 대놓고 옹호하는 사람들도 부끄러움을 모르는데, 왜 여성들은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친 적 없는 자신의 몸을 이렇게나 부끄러워 하는 걸까? 왜 어떤 사람들은 범죄 후에도 떳떳한 반면 어떤 사람들은 가만히 있어도 존재의 큰 부분을 끊임없이 평가받고 부정당하고 부끄러움을 익히게 되는 걸까?

 

 

과체중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


캔자스 대학(University of Kansas)의 심리학자 크리스천 크랜덜(Christian Crandall)의 연구에 의하면 과체중에 대한 편견(anti-fat prejudice)에는 다음 세 가지 요소가 함께 나타난다(Crandall, 1994).  


1)    과체중인 사람들에 대한 강한 비호감과 혐오
2)    과체중인 사람들은 의지력이 약하며 의지력이 약하기 때문에 과체중이 된 거라는 편견. 따라서 사회가 이들을 차별하고 멸시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생각
3)    과체중을 혐오하는 사회 속에서 발달된 살 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

 

차별이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때는 그 내용이 차별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내면화 될 때이다. 예컨대 나도 흑인이지만 흑인들은 좀.. 나도 여자지만 여자는 좀.. 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한 예다. 이러한 내면화는 진짜 문제인 편견과 차별을 보지 못하게 만들며 개인들로 하여금 ‘다 ○○한 내가 문제’라는 결론을 내리게 만든다. 지속적인 부끄러움과 우울증을 불러오는 등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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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내면화 한 사람들 역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몸, 나아가 ‘나’라는 존재를 부끄러워하고, 각종 섭식장애를 겪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었다(Alperin et al., 2014). 또한 이들은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과 자신의 몸을 비교하며 다른 사람들의 몸을 관찰하고 자신의 몸을 검열(body surveillance, body checking)하는 경향을 보인다. 뚱뚱하지 않게 보이려는 데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기도 한다. 정상 체중임에도 자신의 몸을 지나치게 뚱뚱하다며 왜곡해서 인식하기도 한다. 


일상 생활 속에서 “이렇게 많이 먹다니 미쳤나봐!”라고 자학하거나 과한 죄책감을 느끼는 현상 또한 나타난다(Shannon & Mills, 2015). 영어로 'Fat talk'이라고도 하는데, 자신의 몸에 대해 혐오와 부끄러움을 내재화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평소에도 살이나 자신의 몸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더 자주 하는 경향을 보인다. 슬픈 현실은 맛있는 걸 먹었을 뿐인데 부끄러움에 몸을 떨고 나쁜 말로 자신에게 벌을 내리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것. 

 

 

정말 내 몸이 문제였을까?


나 역시 오래동안 멀쩡한 내 식욕과 몸을 미워해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실 나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내 몸을 미워했던 것 또한 정말 내 몸에 커다란 하자가 있어서가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가혹한 사회의 기준이 잘못된 것이었을 뿐, 내 몸은 내가 입고 다니기 편안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대부분 가능하게 해주는 사실 꽤나 멋진 내 일부였다.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게끔, 어떻게든 네 몸을 부족하게 여기라며 문제를 만들어낸 사람들이 있었을뿐.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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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몸을 평가하며 주제넘는 이야기를 했던 사람들 중 정작 나보다 더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작디 작은 자신의 의견이 먹혀들지 않는, 혼자서도 행복하고 당당한 여성을 두려워하는 정도의 그릇들뿐이었다. 


다행히도 여성을 깎아내리기에 열심인 사회에서 스스로에게 비교적 너그러울 줄 아는 여성들이 있다. 외부의 비판적인 시선을 그대로 내면화 해서 자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여성들보다 그렇지 않은 여성들, 사실 나에게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게 아닐지 생각해보고 스스로에게도 따듯한 시선을 적용할 수 있는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몸에 대한 혐오와 부끄러움, fat talk을 비교적 덜 겪는다는 연구가 있었다(Webb et al., 2016). 

 

성별에 따른 이중잣대와 차별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차별을 내면화하지 않고 부끄러움으로부터 자유롭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 하는 여성들이 주인공인 방송들이 점점 인기를 얻고 있는 등 쓸데없는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들이 점점 힘을 얻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몸은 조금도 잘못되지 않았음을 기억해보자. 몸에 대한 부끄러움의 대를 끊어보자. 

 

[1]Alperin, A., Hornsey, M. J., Hayward, L. E., Diedrichs, P. C., & Barlow, F. K. (2014). Applying the contact hypothesis to anti-fat attitudes: Contact with overweight people is related to how we interact with our bodies and those of others. Social Science & Medicine, 123, 37–44.
[2]Crandall, C. S. (1994). Prejudice against fat people: Ideology and self-interes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6, 882–894.
[3]Shannon, A., & Mills, J. S. (2015). Correlates, causes, and consequences of fat talk: A review. Body Image, 15, 158-172.
[4]Webb, J. B., Fiery, M. F., & Jafari, N. (2016). “You better not leave me shaming!”: Conditional indirect effect analyses of anti-fat attitudes, body shame, and fat talk as a function of self-compassion in college women. Body Image, 18, 5-13.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내 마음을 부탁해>를 썼다.현재는 UNC 의과대학에서 연구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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