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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새에 숨겨진 표정을 찾는 사람, 식물세밀화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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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 02일 15:10 프린트하기

[특별 JOB터뷰] 식물세밀화 이소영 작가를 만나다 

 

‘화가’라 하면 보통 미술관에 걸린 각양각색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떠올린다. 그런데 야생의 식물을 전문으로 그리는 화가가 있다. 바로 ‘식물세밀화가’이다. 식물의 숨겨진 표정을 찾는 사람, 이소영 작가를 소개한다. 

 

식물세밀화로 그린 신품종 ‘서머킹’ 사과의 모습. 사과의 생김새는 물론, 종자와 잎, 꽃의 형태까지 담고 있다.
식물세밀화로 그린 신품종 ‘서머킹’ 사과의 모습. 사과의 생김새는 물론, 종자와 잎, 꽃의 형태까지 담고 있다.

 

 

● 식물을 그리는 사람


차로 한 시간 반 정도 달려서 간 경기도의 조용한 마을. 잔잔한 강가에 이소영 작가의 작업실이 있다. 맑은 햇볕이 가득한 작업실에서 작가님을 만났다. 

 

식물세밀화가는 식물의 형태를 그림으로 기록하는 직업이다. 몸의 구조를 알려주는 해부도처럼, 식물세밀화는 식물의 종류를 알려주는 그림이다. 

 

 

이소영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식물세밀화가로,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한 후 식물을 그리기 시작했다. 주로 연구자들이 발견하거나 길러낸 신종 식물을 그린다. 그런데, 식물을 사진으로 찍으면 될 텐데 왜 굳이 그림으로 그릴까? 

 

“사진으로는 식물의 특징을 정확히 표현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흠집이 난 사과의 사진을 도감에 실으면, 사과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흠집이 사과의 특징이라고 착각할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식물세밀화가는 같은 종의 식물 여러 포기를 보고 공통적인 특징을 찾아 그림을 그린다”

 

현미경과 돋보기, 알콜 램프, 서랍과 병에 담긴 식물표본 등 식물세밀화가의 작업실은 여느 화가의 화실과는 다르다.
현미경과 돋보기, 알콜 램프, 서랍과 병에 담긴 식물표본 등 식물세밀화가의 작업실은 여느 화가의 화실과는 다르다.

● 화가인데 탐험도 한다고?


화가는 작업실에서 홀로 조용히 앉아 그림을 그리는 직업일것 같다. 말 없는 식물과 함께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식물을 그리려면 식물이 사는 곳으로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이소영 작가는 역시 자주 산으로, 들로 탐험을 떠난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자주 산을 오르게 된다. 원하는 식물을 찾아야 하니, 그냥 등산이 아니라 길이 없는 곳으로도 가곤 한다. 이때문에 맨날 길을 잃기도 한다. 또, 깊은 숲 속으로 다니다 보니 팔다리가 나뭇가지에 긁히기 일쑤고 벌레한테 물릴 때도 많다.”

 

현장에서 식물을 관찰하는건 그림을 그리기 위한 중요한 작업이다.
현장에서 식물을 관찰하는건 그림을 그리기 위한 중요한 작업이다.

그렇게 고생해서 식물을 찾아도 한 번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계절에 따라 어떤 모양의 꽃을 피우고 어떤색깔의 열매를 맺는지, 적어도 1년 정도 한 식물을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 그 사이에 식물이 시들거나 없어질 수도 있다. 

 

“정적일 거란 생각과는 달리, 무척 힘든 일이다. 그런데도 왜 식물세밀화가를 하나?”

기자의 질문에 이소영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신종 식물의 그림을 그렸을 때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다. 


“한번은 한 식물학자가 논문으로 발표하기 위한 신종 식물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전라남도에서 택배로 식물 표본이 배달되었다. 그리고 2년 후에 내 그림이 ‘속단아재비’라는 이름으로 발표되었다. 한 식물의 첫 번째 초상화를 직접 그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었던 경험이었다.”

2014년 전라남도 완도에서 발견된 신종 속단아재비.
2014년 전라남도 완도에서 발견된 신종 '속단아재비'.

● 직접 식물을 그려 보라!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식물의 종류를 알려주는 어플도 있지만, 여전히 식물세밀화는 도감이나 논문에서 식물의 종류를 알려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설명을 들은 기자도 식물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리도 식물세밀화가가 될 수 있을까?

 

이소영 작가가 기록한 레몬밤 관찰 일지.
이소영 작가가 기록한 레몬밤 관찰 일지.

“식물을 찾고 그림을 그리려면 등산도 잘 하고, 그림도 잘 그리는 것이 좋다. 하지만 식물세밀화가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식물을 좋아하는 마음’이다. 끈기있게 식물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식물세밀화가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고 한다.  이소영 작가는 “학술 분야 뿐만 아니라, 화장품, TV 예능프로그램 등 식물 그림을 원하는 곳은 생각보다 많다”고 했다.

 

산속 깊은 곳의 들꽃부터 길가의 가로수까지, 오늘부터 우리도 주변에 있는 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관찰해 보면 어떨까?

 

 

● 이소영 작가님이 알려주는 식물 세밀화 그리기 비법

 

 

 

①그리고 싶은 식물을 정하세요. 학교 갈 때 만나는 가로수도 괜찮고, 집 안에서 키우는 작은 화분도 좋아요. 이파리를 따온 다음 도감을 찾아보면서 어떤 식물인지 알아보아요.


②식물을 정했다면 이제 식물 관찰 일기를 써 보세요. 날짜를 적고, 길이는 얼마이고 잎은 어떻게 생겼는지, 가능한 한 자세하게 기록하세요. 오랫동안 일기를 쓸수록 식물이 매일매일 변하는 생물임을 알 수 있을 거예요.


③자료가 모였다면 직접 식물을 그리세요. 일기에 기록한 식물의 모습을 한 장의 종이에 배치해서 그려요. 꽃이나 열매, 가지에 난 가시 등 식물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모습을 자세하게 그려주면 좋아요.

 

 

*출처 : 어린이과학동아 15호 (8월 1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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