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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뇽뇽 사회심리학] 늘 거절이 어려운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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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 05일 13:00 프린트하기

무리한 부탁인 게 뻔하고 이 부탁을 들어줬을 때 나의 웰빙이 크게 저하될 것이 뻔함에도 No라고 말하지 못해서 부탁을 들어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단지 완장을 찼을 뿐인 실험자가 전기 고문을 하라고 했다고 해서 약 70%의 사람들이 타인을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수준까지 고문했다는 밀그램의 실험처럼 때로는 부탁이 부당하고 잘못된 것일 때에도 우리는 쉽게 ‘노!’라고 하지 못한다. 

 

GIB 제공
GIB 제공

 

‘권력자’가 있어서 복종해야 하는 상황에는 어느 정도 그럴 수 있을 거 같지만, 뚜렷한 권력 관계가 없고 뚜렷한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No라고 하지 못함을 보여주는 연구가 있었다(Bohns et al., 2014). 


캐나다 University of Waterloo의 심리학자 Vanessa Bohns와 동료들은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뭔가에 대해 설명하고 설명을 들은 사람으로부터 설명 했음을 확인하는 사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설명을 하기가 싫으니 그냥 ‘설명을 들었다’고(실제로는 듣지 않았지만) 사인을 좀 해달라고 하는 상황이었다. 몇 명이나 이러한 요청에 응했을까?


총 세 명의 사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고 사람들은 세 명의 사인을 받으려면 적어도 열 명에게 부탁 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4-5명 중 세 명이 요구에 응했다. 


이번에는 심심해서 장난이 치고 싶어서 그런데 도서관 책에 낙서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몇 명이나 이에 응했을까? 10%도 안 될 거 같지 않은가?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4-5명 중 세 명이 요구에 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람들은 “도서관 책이잖아. 이러면 안 돼!”, “나중에 문제 생기면 어떡하려고”라고 난처해 하면서도 책에 낙서를 끄적이는 모습을 보였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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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기대에 부합하는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구, 서로 다른 사회적 상황에 알아서 기는 ‘원만한 사람’, 모나거나 까칠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규범, 나의 말과 행동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를 싫어하게 만들지는 않은지 열심히 탐색하는 자기 검열과 눈치보기 등 우리가 사회적 동물로서 자연스럽게 짊어지고 있는 짐들이 우리의 예상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사회적 동물로서 타인의 영향과 부탁에 약한 본성을 지녔지만 위 실험의 예에서처럼 이를 잘 인식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각종 요구 또는 부탁이 가진 힘과 거절의 어려움을 얕보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르게 얘기하면 별 거 아닌 나의 코멘트, 평가, 부탁 등등이 타인에게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무리하거나 잘못된 요구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항상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영향력을 가질 것인가


한편, Adam Galinsky(Galinsky & Schweitzer, 2015)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권력’이 약한 사람들은 권력이 강한 사람들에 비해 무리한 부탁 등을 거절하고 자기 주장을 펼치기 쉽지 않다. 사회적으로 허용된 자기 주장의 범위나 자기 주장의 결과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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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Galinsky에 의하면 권력이 약한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 않으면 무시당하고, 내세우면 미움받는 딜레마에 빠지기 쉽다. 즉 권력이 약한 사람들은 영향력도 작거니와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것도 쉽지 않다. 여성의 경우 역시 조직에서 의견을 내세우지 않으면 무시당하고 그렇다고 의견을 내세우면 독하다거나 주제 넘는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고 한다. 


하지만 약자가 비교적 큰 부작용 없이 쉽게 자신의 주관을 밀어붙일 수 있을 때가 있었는데 바로 ‘동료’를 위해 이야기할 때, ‘전문 지식’이 있을 때, 또 해당 분야에 ‘열정’을 가지고 있었을 때였다고 한다. 


즉 스스로를 위해 나서는 것은 어려울지 몰라도, 힘들어하는 동료를 위해 나서는 것은 비교적 해볼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누구보다 내가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많다면, 그 지식으로 인해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것이 비교적 쉬워진다는 것이다. 열정 또한 해당 분야를 그 사람의 전문영역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만약 어느 영역에서 너무 주관 없이 휘둘리고만 있다면, 함께 싸워 나갈 동료를 찾아보자. 가능하다면 전문지식과 열정도 활용해보도록 하자. 

 

Bohns, V. K., Roghanizad, M. M., & Xu, A. Z. (2014). Underestimating our influence over others’unethical behavior and decision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40,348-362.
Galinsky, A., & Schweitzer, M. (2015). Friend & foe: When to cooperate, when to compete, and how to succeed at both. Crown Business: New York.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내 마음을 부탁해>를 썼다.현재는 UNC 의과대학에서 연구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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