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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아르마딜로가 눈앞을 총총! 아마존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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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 11일 09:00 프린트하기

열대우림과 다양한 생물, 원주민이 사는 미지의 세계, 아마존. 아마존 탐험은 내가 죽기 전에 해 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에 있었지만, 언제쯤 갈 수 있을지 모를 그저 꿈만 같은 일이었다. 그러다 문득 아마존에 가기로 마음먹은 것은 외국인 친구가 툭 내뱉은 한 마디 때문이었다. “왜 못 가는데? 거기도 연구기관 있을걸?” 아마존 일기 바로가기 ☞ https://blog.naver.com/jyj5558

 

전종윤 연구원의 아마존 체험기 - GIB 제공
전종윤 연구원의 아마존 체험기 - GIB 제공

지구상 가장 거대한 자연, 아마존에 들어서기까지


내가 아마존에 가기로 마음먹은 것은, 외국인 친구가 툭 내뱉은 한 마디 때문이었다. 같은 실험실에서 생활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불현듯 나의 버킷리스트였던 아마존 탐험 이야기가 나왔다. 언제쯤 갈 수 있을 지 꿈만 같다는 나의 말에, ‘지금은 왜 못가? 거기도 연구기관들 있을 걸?’이라는 그의 답이 나를 깨웠다. 그 날로 당장 아마존 현지의 연구기관들을 찾았고, 그 모든 기관에 이메일을 보냈다. 다행히도 항상 일손이 모자랐던 대부분의 기관들이 연구인턴을 구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자신들의 연구 성과와 진행 중인 연구 프로젝트, 그곳에서의 생활에 대해 가장 자세하게 답변해준 한 곳으로 마음을 정했다. 

 

아마존 연구소에서 6주간 함께한 양서파충류, 조류 조사팀원들 - 전종윤 연구원 제공
아마존 연구소에서 6주간 함께한 양서파충류, 조류 조사팀원들 - 전종윤 연구원 제공

시간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조금만 양해를 구하면, 내겐 졸업식 전까지 마지막 겨울 방학이 있었다. 마침 그곳에서 명시해놓은 인턴 기간도 6주였다. 대학 졸업 여행으로 앞뒤가 잘 들어맞았다. 다음으로 해결해야할 것은 돈이었다. 직항이 없는 비행기편, 그리고 이 6주간의 체제비가 만만치 않았다. 당장 수백만 원이 필요했다. 이 부분도 나는 운이 좋았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해외 단기 연수 지원금을 신청했고, 곧 선발되었다. 아마존으로 연수를 가겠다니, 학교에서도 별난 학생으로 보았을 것이다. 

 

이제 계획은 완벽했고, 실행만이 남았다. 그렇게 2017년의 크리스마스날, 나는 비행기에 올랐다. 나의 목적지, 페루의 아마존 도시인 푸에르토 말도나도까지의 비행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인천공항을 떠난 비행기는 LA, 멕시코시티, 리마, 쿠스코를 거쳐서야 푸에르토 말도나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행시간만 장장 24시간에 육박했고, 경유지에서의 공항 체류까지 포함하면 꼬박 하루 반나절이 걸렸다. 중간에는 짐도 한 번 사라졌다 돌아왔다. 열대의 나무들로 둘러싸인 푸에르토 말도나도 공항에 내렸을 때는 이미 넋이 나간 상태였다. 그러나 아직은 끝이 아니었다. 도시에서 정글까지는 도로로 한 시간, 오프로드를 45분, 강을 따라 뱃길로 15분을 더 들어가야 했다. 시차도 적응이 되지 않은 채, 서울에서 아마존까지의 여정은 그저 가혹하게만 느껴졌다.

 

아마존강으로 이어지는 갈색의 강 탐보파타강. 그 주변에 펼쳐진 울창한 나무들과의 첫 만남은 감격 그 자체였다. - 전종윤 연구원 제공
아마존강으로 이어지는 갈색의 강 탐보파타강. 그 주변에 펼쳐진 울창한 나무들과의 첫 만남은 감격 그 자체였다. - 전종윤 연구원 제공

그러나 마침내 탐보파타강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그 가혹함을 한꺼번에 보상받는 듯한 감격을 누렸다. 안데스에서 흘러나와 아마존강으로 이어지는 갈색의 강, 그 주위로 펼쳐지는 울창한 나무들. 사진으로나 보던 모습이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자연 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실감하기 충분했다. 

 

 

● 타란튤라부터 투명한 개구리까지...아마존은 동물의 천국 

 

아마존은 풍광만으로도 아름다운 곳이지만, 그 안에 어우러져 살아가는 동물들이 있기에 더욱 빛을 발하는 곳이다. 전 지구를 통틀어 가장 다양하고, 가장 많은 생물들이 살아가는 곳답게, 매 순간 순간 새로운 동물들을 만났다. 내가 머무르는 곳, 디디는 곳 자체가 자연이었기에 언제나 동물들과 함께였다. 내가 가지 않아도 그들이 왔다.

 

농사의 신이라 불리는 잎꾼개미가 큰 턱으로 나뭇잎을 오려내 운반하고 있다. - 전종윤 연구원 제공
농사의 신이라 불리는 잎꾼개미가 큰 턱으로 나뭇잎을 오려내 운반하고 있다. - 전종윤 연구원 제공

아마존에서 내가 수행한 일은 기본적으로 이곳의 양서파충류상을 조사하는 일이었다. 어떤 종들이 이 지역에 서식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서식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양서파충류 조사 외에도, 조류, 포유류 조사가 상시 이루어지고 있어 여력이 되는대로 종종 참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내가 6주간 머무르며 관찰한 동물들은 척추동물에만 한정해도 106종 273마리에 이르렀고, 발자국이나 소리, 흔적, 무인카메라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관찰한 동물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곤충이나 거미 등 무척추동물들은 셀 수도 없다.

 

무엇보다도 아마존을 주름 잡고 있는 것은 가히 벌레(무척추동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 소비자 동물들의 중요 먹잇감이 되기도 하는 그들은 아마존 어디에서나 쉽게 마주치게 되는데,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거대한 크기와 다채로운 무늬를 자랑하여 그 자체로도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 신비롭다.

 

보는 이들의 눈을 의심케 하는 엄지손가락만한 벌과 개미, 손바닥만 한 메뚜기와 바퀴벌레, 그리고 얼굴보다 조금 작은 듯한 타란튤라와 전갈부치까지. 형형색색의 나비들이나 채도 높은 체색을 띠는 원숭이메뚜기, 어릿광대를 연상시키는 거미와 노린재들을 보면 마치 누군가 색칠을 한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메뚜기 중 하나인 덕스대왕메뚜기. 손바닥만 한 괴물 메뚜기가 캠프 난간을 갉아 먹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땐 가슴이 철렁했다 - 전종윤 연구원 제공
세계에서 가장 큰 메뚜기 중 하나인 덕스대왕메뚜기. 손바닥만 한 괴물 메뚜기가 캠프 난간을 갉아 먹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땐 가슴이 철렁했다 - 전종윤 연구원 제공

나의 주 분류군이었던 양서류와 파충류들도 독특한 생김새와 무시무시함에 있어서는 빠지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습기에 의존하는 양서류의 특성과 이 양서류들을 먹이로 삼는 파충류의 특성을 생각하면, 다양하게 진화하여 이 넓은 열대우림을 누비는 것도 금세 이해가 된다.

 

투명하거나 예쁜 무늬를 가진 나무개구리들, 눈에 띄게 화려한 독개구리들, 비교적 큰 몸집으로 원숭이처럼 기어 다니기를 좋아하는 원숭이개구리들과, 뱃고동이나 염소 울음소리를 내는 맹꽁이과의 개구리들, ‘팩맨’을 닮은 뿔개구리, 머리에 투구를 쓴 듯한 투구머리나무개구리, 두꺼비 중 가장 크다는 내 얼굴 크기의 수수두꺼비, 남미황소개구리라고도 불리는 우람한 눗센긴발가락구개구리까지 단 한 종도 신기하지 않은 종이 없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인상적인 얼룩무늬나무개구리가 자그마한 발가락을 가지런히 펼치고 있다. - 전종윤 연구원 제공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인상적인 얼룩무늬나무개구리가 자그마한 발가락을 가지런히 펼치고 있다. - 전종윤 연구원 제공

그런가하면, 이들과 벌레들을 먹이로 삼는 파충류들은 탁월한 위장색을 몸에 둘렀다. 푸른 풀과 나무를 본 뜬 나무도마뱀과 아놀도마뱀, 채찍꼬리도마뱀, 고동색의 나뭇가지나 흙을 닮은 무딘머리나무뱀, 고양이눈뱀, 아마존나무보아뱀, 무지개보아뱀, 도르비니지렁이도마뱀, 게다가 위장색과 함께 치명적인 독마저 가진 부쉬마스터와 페르드랑스까지.

 

이 외에도, 오히려 대놓고 자신의 맹독성을 과시하는 리본산호뱀, 그런 산호뱀을 카피한 듯 화려한 아마존고리무늬뱀, 2~3미터에 육박하는 무쑤라나와 노란꼬리크리보뱀도 내겐 인상 깊은 동물들이었다. 아, 어둠이 내려앉은 강의 포식자 카이만악어도 빼놓아선 안 되겠다.  

 

뱀의 입을 벌려 송곳니를 확인하는 모습. 다행히 이 뱀은 독이 없는 종이다. - 전종윤 연구원 제공
뱀의 입을 벌려 송곳니를 확인하는 모습. 다행히 이 뱀은 독이 없는 종이다. - 전종윤 연구원 제공

반면 자유로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은 비교적 진화의 압력에서도 자유로웠던 모양이다. 벌새들, 금강앵무라 불리는 마카우들, 왕부리새인 투칸, 또한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비단날개새류, 오색조류, 풍금조류의 자태를 보면 그 휘황찬란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노랫소리는 또 어떤가. 오로펜돌라의 물방울 떨어지는 듯한 노랫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귓가마저 황홀해진다. 자연이 빚은 이들의 아름다움은 열대를 상징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양새다. 

 

마지막으로 포유류. 이들은 척추동물군을 통틀어 가장 큰 몸집에도 불구하고 그 예민함과 민첩성 때문에 가장 마주하기가 힘들다. 그나마 운이 좋았던 나는 짧은 기간 동안 썩 많은 종들을 볼 수 있었다.

 

나무를 건너가는 붉은배티티원숭이도 종종 볼 수 있었다. - 전종윤 연구원 제공
나무를 건너가는 붉은배티티원숭이도 종종 볼 수 있었다. - 전종윤 연구원 제공

아마존 포유류 중 먹이 사슬의 최하위에 있는 아구티는 꽤나 자주 보았고, 고블린을 닮은 박쥐, 티티원숭이, 카푸친원숭이, 공포영화의 배경음악을 깔아주는 것만 같은 고함원숭이도 종종 볼 수 있었다.

 

● 눈 앞에 나타난 아르마딜로.... 그들만의 안녕을 바라다 

 

딱 한 번 조류 조사에 참여했을 때는 숲 속의 작업 공간 바로 옆을 뛰어다니는 아르마딜로 가족도 만났다. 완전한 야행성이어서 낮에는 절대 볼 수가 없다던데 우리 때문에 땅굴 속까지 시끄러웠던 것일까? 아무튼 내겐 가장 큰 행운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아침에 이를 닦다 현생종중 가장 큰 설치류인 카피바라가 눈앞을 뛰어가는 광경을 보았고, 해먹에 누워 그저 숲 속을 응시하다 몸집이 큰 담비라 할 수 있는 타이라가 나무를 타는 모습도 보았다.

 

아르마딜로는 원래 야행성이어서, 보기 어려운데 조류 조사 때 운 좋게도 바로 옆을 뛰어다니는 아르마딜로를 만났다. - 전종윤 연구원 제공
아르마딜로는 원래 야행성이어서, 보기 어려운데 조류 조사 때 운 좋게도 바로 옆을 뛰어다니는 아르마딜로를 만났다. - 전종윤 연구원 제공

사실, 이 포유동물들을 마주할 뻔해서 오히려 위험한 상황들도 있었다. 한밤 중 야간조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물을 마시던 타피르(또는 맥이라고도 부르는 작은 코끼리 형태의 초식동물)가 우리를 보고 놀라, 그 녀석의 쿵쾅거리는 발소리에 우리 역시 놀라자빠진 적도 있다. 야밤에 숲에서 길을 잃어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던 때, 페커리 무리의 발소리로 불안감이 한 층 더 엄습하기도 했다. 조사 중 저 멀리서 오슬롯(고양이 크기의 재규어라 할 수 있는 육식동물)을 보는가하면, 무인카메라를 통해 왕개미핥기와 아마존의 최상위 포식자 재규어의 위엄을 경험하기도 했다. 

 

6주, 약 40일간 내가 경험한 아마존은 동물들에겐 지상낙원 그 자체였다. 빽빽한 나무들로 문을 걸어 잠근 이곳에서 인간은 도리어 불청객에 가깝게 느껴졌다. 인간의 발길이 깊지 않은 그곳에서 그들은 그들만의 질서로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대규모 개발과 관광의 증가로 자연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 인간의 부를 위해 이용되면서 점차 인간에 의해 잠식되어가고 있다. 태초를 간직한 이곳, 아마존에도 인간과 자연의 갈등은 커져만 간다. 지구의 허파이자, 생물다양성의 심장인 이곳은 미지의 생명체와 그 안의 비밀을 간직한 채 이제껏 존재해오고 있다. 지구상에서 단 한 곳, 이곳만이라도 그들만의 천국으로 남겨두면 안 되는 것일까. 인간이 아닌 그들만의 안녕을 꿈꾸며 나의 작은 바람을 빌어본다.

 


※필자소개

전종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행동 및 집단 생태학 실험실에서 양서파충류를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2월 초까지 6주간 아마존 열대우림의 생태보전을 위한 비영리 연구기관 ‘Fauna Forever’에 머물며 양서파충류 조사를 했다.  전종윤 연구원의 블로그 바로가기 https://blog.naver.com/jyj5558

 


전종윤 연구원(서울대 생명과학부 행동 및 집단 생태학 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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