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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속구로 승부하라!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100명 투구 빅데이터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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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속구로 승부하라!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100명 투구 빅데이터 분석

2018.08.24 17:34

"빅데이터가 알려주는 것은 상관관계지 인과관계가 아니다. 강속구 투수들이 승리에 더 많이 기여하는 경향이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스트~라이크! 아웃!’

 

9회말 2사 만루. 아주 빠른 공이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 꽂히고, 타자가 우두커니 서서 삼진을 당하며 경기가 끝난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종종 상상해 보는 모습일 것이다.


강속구는 관객의 마음을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만드는 야구의 묘미다. 하지만 투수의 무기에는 강속구만 있지 않다. 아래로 뚝 떨어지고 옆으로 휘어지는 변화구 역시 타자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무기다. 타자를 놀리듯 방망이를 피해 글러브로 향하는 공을 보는 묘미도 크지 않은가.


그렇다면 빠른 공을 가진 투수와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 중 어떤 선수가 팀에 승리를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을까? 둘 중 하나가 정답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빅데이터는 강속구 투수의 승리 가능성을 좀 더 높게 본다.

 

GIB 제공
GIB 제공

 

‘불확실성’ 낮아야 우승 많이 해


경기를 처음부터 책임지는 선발투수와 위기 상황에 등판해 몇 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중간계투, 마무리투수는 서로 다른 역할만큼 투구 패턴에도 차이가 난다. 100여 개의 공을 던지며 여러 이닝을 소화하는 선발투수는 한 타자와 승부를 여러 번 펼친다. 따라서 첫 번째 승부에서 타자를제압한 방법은 이미 타자에게 수를 읽힌 만큼 다음 번 승부는 다른 작전을 구사하곤 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다양한 변화구다.


강속구와 변화구 모두에 능하다면 더할 나위없겠지만, 둘 중 한 가지 무기만 가진다면 팀의 승리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종은 뭘까. 필자가 속한 연구팀은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미국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들의 투구와 팀 승리 사이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메이저리그는 국내 프로야구보다 역사가 긴 것은 물론, 엄청난 양의 경기 자료를 축적해 분석하고 있다. 우리 연구팀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100여 명의 선발투수의 공을 ‘불확실성’이라는 개념으로 살펴봤다.


불확실성은 특정 스트라이크 존에 공이 얼마나 자주 들어오는지를 의미한다. 만약 하나의 구종이 특정 스트라이크 존에 반복해 들어온다면 투수가 던지는 공의 불확실성은 낮아진다.


분석에는 직구,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싱커 등의 구종과 홈 플레이트를 통과할 때의 공의 위치가 모두 포함됐다. 불확실성을 투수의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수비무관자책점(FIP)과 비교한 결과, 성적이 좋은 투수는 변화구를 많이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낮은 선수였다. 특히 빠른직구를 지속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에 던지는 투수의 성적이 가장 좋았다.

 

 

직구에 제구 갖춰야 베스트


물론 빠른 공을 던지고 제구도 잘 되는 투수가 가장 좋은 투수다. 또 아무리 제구가 잘 돼도(불확실성이 낮아도) 느린공을 던지는 선발투수가 승리를 챙기기는 어렵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서도 이런 경향은 수치로 드러났다.

 

자료=KBO 기록실(7월 18일 기준), 사진=스포츠동아
자료=KBO 기록실(7월 18일 기준), 사진=스포츠동아

프로야구는 인기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올스타전을 기준으로 전반기와 후반기가 나뉜다. 올해 전반기에는 외국인 투수들이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같은 개인 타이틀을 싹쓸이 했다.


특히 한국에서 7년째 뛰고 있는 LG 트윈스의 헨리 소사는 평균자책점이 2.58에 불과한데, 빅데이터를 살펴보면 대표적인 강속구를 던지고 불확실성이 낮은 투수에 해당한다. 작년 다승왕을 차지한 KIA타이거즈의 양현종 역시 불확실성이 낮은 직구 중심의 투수다. 거의 200이닝을 소화하며 볼넷은 불과 45개, 타자 몸에 맞는 공은 하나도 없을 만큼 제구가 좋았다. 비록 시속 16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메이저리그의 오타니 쇼헤이 만큼 빠른 공은 아닐지라도, 양현종의 공 역시 타자들이 알고도 못 치는 불확실성이 낮은 공이다.

 

자료=KBO 기록실(7월 18일 기준), 사진=스포츠동아
자료=KBO 기록실(7월 18일 기준), 사진=스포츠동아

빅데이터 분석은 경향성을 보여줄 뿐, 불확실성 하나만으로 모든 선수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날아가는 새도 피하지 못할 만큼 빠른 공을 던진다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랜디 존스를 비롯해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요한 산타나,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로저 클레멘스 등이 메이저리그의 대표 강속구 투수들로 이들의 불확실성은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낮지 않아도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시카고 컵스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서 활약했던 전(前) 야구선수 그레그 매덕스는 불확실성은 높았지만, 팔색조 같은 구종으로 팀에 많은 승리를 가져왔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는 ‘대체적으로’ 강속구 투수들이 승리에 더 많이 기여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이해하는 것이 맞다.


이처럼 데이터 분석에는 유의할 점이 많다. 특히 많은 양의 데이터를 다루는 빅데이터 분석은 추세를 분석하고 평균적 인 움직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있고 성격이 다르듯, 빅데이터를 구성하는 각 요소들의 다양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빅데이터가 알려주는 것은 상관관계(correlation)일뿐, 이를 인과관계(causality)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인과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 외에도 시스템이 작동하는 원리 등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고 제구가 잘 되는 투수가 좋은 선수라는 건 굳이 빅데이터를 살펴보지 않더라도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혹자는 과학은 ‘발견’이지 ‘발명’은 아니라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을 이해하며 인류가 갖고 있는 지식의 진보를 이끄는 것이 과학이다. 또 기존에 증명하지 못하던 것을 풀어내는 것도 과학이다.

 

 

다양한 구종 뒤에는 튼튼한 기초 뒷받침


어린 학생들이 출전하는 야구 시합에서는 변화구를 던지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다. 한창 자라고 있는 학생들이 변화구를 던지면 몸에 심한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다양한 구종이 있더라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직구다. 그래서 어릴때부터 직구를 더욱 정확하고 빠르게 던질 수 있도록 훈련받고 노력한다.


이후 던질 수 있는 구종을 하나씩 늘려가고, 나이가 들어서 예전만큼 빠른 공을 던질 수 없게 되면 풍부한 경험과 다양한 구종으로 타자를 상대하곤 한다. 또 빠른 직구를 던지는 투수가 다양한 변화구를 던질 때, 그 효과는 배가 된다. 즉, 투수에게는 직구와 같은 기초가 가장 중요하다. 기초가 부족한 상황에서 어설프게 변화구로 잠깐의 눈속임을 하려는 투수는 금방 밑천이 드러나고 더 이상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될 것이다.

 

동아사이언스 제공
동아사이언스 제공

최근 다양한 통계와 빅데이터가 스포츠에 적용되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여러 명의 통계 분석가를 두고 있고, 체계적인 선수 관리와 각 구단에 맞는 작전을 구사하는 데 활용한다.


필자는 ‘과학동아’ 2011년 4월호에 과연 어떤 야구 선수들이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스타가 되는지 소개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빅데이터를 통해, 프로야구 입문 초기에 출전기회를 많이 갖는 선수들이 더 오랜 기간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각 선수의 출전기회를 비슷하게 조정해 시뮬레이션하면, 평균보다 조금 더 잘하는 선수들은 계속 나오지만 아주 뛰어난 스타 선수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제공
이승엽 선수 - 뉴시스 제공

아시아의 홈런왕 이승엽 같은 스타를 키울 수 있는 비결을 빅데이터로 분석해보니 초기 지원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막 구단에 입단한 선수들이 실전 경험을 쌓고, 잠시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스스로를 점검하고 훈련하는 2군 리그는 선수들에게 더욱 많은 출전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시스템이 현재 역량이 약간은 부족한 선수들의 잠재력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올해 전반기 타율 1위를 차지한 두산 베어스의 양의지 역시 프로 입단 이후 계속 1군에 머물렀다면 주전을 뒷받침하는 백업포수로, 지금과 같은 스타로 성장하지 못했을 수 있다. 하지만 양의지는 입단 이후 곧바로 퓨처스리그의 경찰청 팀에서 군 복무를 하며 많은 경험을 쌓아 지금의 초대형 포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가 젊은이들이 기초를 다질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줘야 한다는 메시지가 열정의 그라운드 속에도 담겨 있는 셈이다.

 

 

*출처 : 과학동아 8월호 ‘[Culture] '승리요청'되려면 강속구로 승부하라

 

※ 필자소개
정우성. KAIST 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보스턴대를 거쳐 POSTECH 산업경영공학과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복잡계를 전공했으며, 자연법칙으로 다양한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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