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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과학] RNA 간섭 약물 첫 FDA 시판 허가, 그 원리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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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 17일 16:29 프린트하기

앨나이람 파마슈티클 제공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은 RNA 간섭치치료제로,  제품명은 온파트로다. -앨나이람 파마슈티클 제공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10일(현지시각) 제약회사 앨나이람 파마슈티클이 희귀 유전병인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 치료제로 개발한 ‘파티시란(Patisiran, 제품명은 온파트로)’에 판매 승인을 내렸습니다. 이 약에 전 세계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바로 RNA 간섭(Interference) 기술을 적용한 약물이 처음으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은 유전 변이로 인해 간에서 생성되는 단백질인 트랜스티레틴이 분해되지 않고 여러 조직에 축적돼 말초신경병증을 일으키는 병입니다. 세계적으로 약 5만명의 환자가 이 병을 앓고 있으며, 발병하면 대부분 수년 내 사망합니다.

 

그럼 도대체 RNA 간섭 현상은 무엇이고, 이를 이용한 약물이 어떻게 질병을 막는 것일까요?

 

사실 과학에서 '간섭'이라는 말을 들으면 물리학에서의 쓰임새가 먼저 떠오르는데요. 물리학과 유전학 분야에서 쓰는 간섭이란 용어를 우선 구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물리에서 간섭은 빛이나 물결의 파동적 성질에서 나타나는데요, 두 개의 빛 입자 또는 물결파가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다 서로 만나 합쳐지는 현상입니다. 둘의 위상이 같으면 보강간섭이, 위상이 다르면 상쇄간섭이 관찰됩니다.

 

 

빅터-University of Massachusetts, 위키백과 제공
RNA 간섭현상을 발견한 빅터 암브로스 메사추세츠의대 교수(왼쪽)와 앤드루 파이어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
-University of Massachusetts, 위키백과 제공

 

 

생물학에서 말하는 RNA 간섭은 위상학적 간섭과는 전혀 다릅니다. RNA 간섭이라 불리는 현상을 처음 목격한 건 1993년 당시 하버드대 소속(현재는 매사추세츠 의대 교수) 빅터 암브로스 박사였어요. 그는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의 유전자 복제 과정에서 22개의 염기로 이뤄진 짧은 RNA들이 작용하면 예쁜꼬마선충의 성장이 억제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간섭이라 표현하진 않았고요. 단지 길이가 짧은 이른바 '마이크로 RNA'(이하 miRNA)가 생체에서 어떤 작용을 할 수 있는지 처음으로 엿본 연구 결과였습니다.

 

5년이 지난 1998년, 카네기연구소의 앤드루 파이어 박사(현재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와 빅터 암브로스 박사는 인위적으로 만든 짧은 RNA 염기 가닥들이 실제로 특정 유전자가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을 밝혀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습니다. 그때 이런 현상을 RNA 간섭이라 명명한 것입니다.

 

단백질 생성 과정을 볼까요? 핵의 유전물질 DNA는 RNA가 있어야 단백질을 만들 수 있습니다. DNA 이중나선의 유전 염기서열 정보를 복사한 채 핵을 빠져 나온 전령 RNA(이하 mRNA)가 세포 밖의 단백질 합성공장인 리보솜에 들어갑니다. 이어 운반(t)RNA가 mRNA의 염기서열에 맞는 아미노산을 가져와 이어 붙이면 생명활동에 필요한 복잡한 단백질이 생성됩니다. 결국 빅터 박사 등이 밝힌 RNA 간섭은 위상학적인 개념과는 별개이며, 짧은 RNA 염기서열들이 단백질 합성이 시작되지 못하게 mRNA를 막아서는 현상을 뜻하는 것입니다.

 

말그대로 20년 만인 2018년 8월, 이런 현상을 이용한 약물이 처음으로 시중에 판매될 길이 열렸습니다. 많은 연구진과 제약회사들은 RNA 간섭현상을 유도하기 위해 짧은 RNA 염기가닥을 병을 발병시키는 세포의 유전자로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해 왔습니다. 생체 내 각종 분해효소와 면역반응으로부터 짧은 RNA 염기가닥을 안전하게 보호할 약물전달시스템이 필요했습니다. 앨나이람 파마슈티컬즈는 음전하를 띠는 짧은 RNA 염기가닥을 양전하를 띠는 지질나노분자로 이중으로 감싸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짧은 RNA 염기가닥을 간세포로 이동시켜 트랜스티레틴 단백질을 만드는 mRNA가 작동하지 못하게 간섭을 일으키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이번에 허가된 파티시란 약물을 3주 간격으로 1년간 투약하는데 치료비가 우리 돈으로 약 4억원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부담이 되는 가격인 만큼 소수의 환자를 위한 제도적인 방안도 마련돼야할 것 같습니다. 또 국내외 여러 회사에서 수 십 종류의 RNA간섭 약물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니, 향후 다양한 희귀질환 치료약물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부작용 없는 안전한 약물들이 개발돼 나오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 편집자주: 일상에서 또는 여행지에서 우리가 서 있는 바로 그 지점. ‘여기’에 숨어 있는 지구와 우주, 생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봅니다. 매주 금요일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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