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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짜면 과학 교실] 은하 철도 지구호의 안내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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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짜면 과학 교실] 은하 철도 지구호의 안내 방송

2018.08.25 17:00

[짬짜면 과학 교실 39] 은하철도 지구호의 안내 방송 '계절의 변화'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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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 지구호의 안내 방송

  윤병무

 

  지구 호에 승차하신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 우리는 태곳적부터 태양을 에도는
  지구 호를 타고 계절 여행 중입니다.
  특히 한반도 객실에 계신 손님 여러분,
  오늘도 선명한 계절 여행하시기 바랍니다.

​  이번 역은 춘분! 춘분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열두 시 방향입니다. 다만,
  정차할 수 없어서 지나가겠습니다.
  한반도에는 곧 꽃들이 피어날 겁니다.
​  객실에서 따뜻한 봄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  이번 역은 하지! 하지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아홉 시 방향입니다. 다만,
  이 역도 정차할 수 없어서 지나가겠습니다.
  한반도에는 곧 무더위가 기승할 겁니다.
​  객실에서 뜨거운 여름을 견디시기 바랍니다.

​  이번 역은 추분! 추분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여섯 시 방향입니다. 다만,
  역시 정차할 수 없어서 지나가겠습니다.
  한반도에는 곧 단풍이 들고 잎이 질 겁니다.
​  객실에서 청명한 가을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  이번 역은 동지! 동지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세 시 방향입니다. 다만,
  여전히 정차할 수 없어서 지나가겠습니다.
  한반도에는 곧 한파가 몰아닥칠 겁니다.
​  객실에서 추운 겨울을 이기시기 바랍니다.

​  은하 철도 지구호는 태양계 순환선입니다.
  해마다 한반도는 춘하추동 역을 지나갑니다.
  계절마다 지구 호엔 태양 높이가 달라져
  낮 시간도 달라지고 기온도 달라집니다.
  태양은 한결같지만 계절은 거듭 바뀝니다.

  지구 호는 일 년마다 태양 주위를 휘돌며 
  24절기를 여행하는 우주 열차입니다.
  지구 호는 오른쪽으로 조금 기울었지만
  그 덕분에 한반도엔 24절기가 있습니다.
  올해도 다양한 절기 여행 하시기 바랍니다.

 

​​초등생을 위한 덧말

 

매일 아침마다 동쪽 하늘에서 떠오른 태양은 한낮에 남쪽 하늘을 지나서 저녁 무렵에는 서쪽 하늘로 기울어요. 태양은 아침과 저녁 무렵에는 하늘에 낮게 떠 있고 한낮에는 높이 떠 있어요. 태양의 높이는 각도로 나타낼 수 있어요. 지표면과 이루는 각을 ‘태양 고도’라고 해요. 고도(高度)의 한자는 높을 고(高), 법도 도(度)예요. 고도는 ‘(태양의) 높은 정도’를 뜻해요. 태양의 고도에 따라 그림자의 길이는 달라져요. 태양 고도가 높아지면 햇빛을 받은 물체의 그림자 길이는 짧아지고, 태양 고도가 낮아지면 햇빛을 받은 물체의 그림자 길이는 길어져요. 

태양 고도가 높아지면 햇빛이 지표면에 비교적 직접 닿아 그 열기가 강해져 지표면의 온도가 높아져요. 반대로 태양 고도가 낮아지면 태양의 빛이 지표면에 비스듬히 닿아 그 열기가 약해져 지표면의 온도가 낮아져요. 태양 고도가 낮은 아침이나 저녁 무렵보다 태양 고도가 높은 한낮에 지표면의 온도가 높은 이유는 그 때문이에요. 지표면의 온도가 높아지면 지표면은 데워져요. 데워진 지표면은 공기의 온도를 높여요. 그래서 한낮의 기온이 아침이나 저녁 무렵보다 높아요. 따라서 지표면과 마찬가지로 태양 고도가 높아지면 기온도 높아지고, 태양 고도가 낮아지면 기온도 낮아져요. 그런데 기온은 지표면이 데워진 다음에야 높아지므로, 하루 중 기온은 태양 고도가 가장 높았을 때보다 보통 한두 시간쯤 지나서 가장 높아져요. ​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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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고도는 태양이 하늘의 어느 위치에 있을 때 가장 높을까요? 적도 아래쪽에 위치한 호주에서 바라볼 때는 태양이 북쪽 하늘에 위치했을 때 태양 고도가 가장 높아요. 반면에 적도 위쪽에 위치한 한반도에서 바라볼 때는 태양이 남쪽 하늘에 위치했을 때 태양 고도가 가장 높아요. 그때를 태양이 남쪽 하늘의 중앙에 와 있다는 뜻에서 태양이 ‘남중’했다고 말해요. 그리고 그때의 태양 고도를 태양의 ‘남중 고도’라고 해요. 남중(南中)의 한자는 남녘 남(南), 가운데 중(中)이에요. ‘남쪽 한가운데’라는 뜻이에요.

우리나라는 여름에는 새벽 5시만 되어도 날이 밝아지는 반면, 겨울에는 아침 7시가 되어도 해가 뜨지 않아 어두컴컴해요. 봄과 가을에는 아침 6시 반경이면 해가 떠요.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걸까요? 계절마다 낮의 길이가 다르기 때문이에요. ‘낮’은 태양이 보이기 시작하여 보이지 않을 때까지를 뜻해요. 그럼 왜 계절마다 낮의 길이가 달라지는 걸까요? 낮의 길이는 태양의 남중 고도에 따라 변해요. 태양의 남중 고도가 높아지면 낮의 길이가 길어지고, 태양의 남중 고도가 낮아지면 낮의 길이도 짧아져요. 그러므로 태양의 남중 고도에 따라서 계절이 바뀌는 거예요.​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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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남중 고도는 왜 바뀌게 되는 걸까요? 그것은 자전축을 중심으로 매일 한 바퀴씩 자전하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일 년에 한 바퀴씩 공전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구의 자전축이 공전 궤도면에 대하여 오른쪽으로 23.5도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이에요. 마치 비스듬히 회전하는 팽이처럼 말이에요. 만약에 지구가 공전하지 않거나, 공전하더라도 지구 자전축이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지 않다면 계절의 변화는 없을 거예요. 다시 말해, 만약에 지구의 자전축이 공전 궤도면에 대하여 수직을 이루고 있다면 지구가 공전하든 공전하지 않든 지구의 남중 고도는 항상 일정하고 낮의 길이도 한결같을 거예요. 따라서 남중 고도가 가장 높을 적도 지역은 항상 여름일 테예요. 그다음으로 남중 고도가 높을, 적도와 북극(남극)의 중간 지역은 항상 봄가을일 테예요. 그리고 남중 고도가 가장 낮을 북극(남극) 지역은 항상 겨울일 거예요.

하지만 지구는 공전 궤도면에 대하여 자전축이 오른쪽으로 23.5도 기울어진 채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어요. 그래서 공전하는 지구의 위치에 따라 태양의 남중 고도와 낮의 길이가 바뀌게 되어요. 그리고 이에 따라서 지구의 계절도 바뀌게 되어요. 한반도를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태양을 중심에 두고 공전하는 지구가 12시 방향에 위치할 때는 춘분(봄)이 되어요. 지구는 자전하는 방향과 마찬가지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공전해요. 그래서 12시 방향에서 이동하여 9시 방향에 지구가 위치할 때는 하지(여름)가 되어요. 계속 시계 반대 방향으로 공전해서 6시 방향에 지구가 위치할 때는 추분(가을)이 되고, 3시 방향에 위치할 때는 동지(겨울)가 되어요. 그리고 지구가 다시 12시 방향에 위치하면 다음번 춘분(봄)이 되는 거예요. 

우리나라의 경우, 태양을 중심에 두고 그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가 12시 방향(춘분)과 6시 방향(추분)에 위치했을 때는 남중 고도가 비슷해요. 그때는 지구의 자전축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든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든 상관없이 태양의 남중 고도가 같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자전축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지구가 9시 방향(하지)에 위치하면 ← ☼의 상태여서 한반도의 남중 고도는 높아지고 낮의 길이는 길어져서 여름이 되어요. 반면에 자전축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지구가 3시 방향(동지)에 위치하면 ☼ → 의 상태여서 한반도의 남중 고도는 낮아지고 낮의 길이는 짧아져서 겨울이 되어요. 한편 적도와 남극 사이에 위치한 호주는 우리나라가 여름일 때는 겨울이 되고, 우리나라가 겨울일 때는 여름이 되어요. 그래서 호주의 크리스마스는 여름이에요.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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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윤병무. 시인. 시집으로 <5분의 추억>과  <고단>이 있으며, 동아사이언스에서 [생활의 시선]과 [때와 곳]을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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