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全기자의 영화 속 로봇] 거대 로봇의 원조… 철인 28호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8년 08월 24일 14:12 프린트하기

일본 고베 지역에 설치된 철인 28호 동상. 철인 28호가 국민적으로 얼마나 큰 인기를 얻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일본 고베 지역에 설치된 철인 28호 동상. 철인 28호가 국민적으로 얼마나 큰 인기를 얻고 있는지 알 수 있다. -FeelKobe+

 

“이 로봇은 이름이 뭐야?”
“로봇? 어떻게 이걸 어떻게 로봇이라고 부를 수가 있어. 로봇은 철인 28호 같은 걸 말하는 거야.”

 

애니메이션 애호가들은 겉보기에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 로봇의 구별 방법을 놓고 발끈하는 일이 많다. 대표적인 부류가 일본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건담’ 애호가들인데, 이들은 작품에 등장하는 인간형 전투장비를 로봇이라고 부르지 않고 ‘모빌 슈트’라고 부른다.

 

이 말에 선뜻 동의하기 힘든 부분은 있지만, 의도를 꼼꼼히 풀어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적지 않다. ‘건담’에 등장하는 인간형 전투 기기들은 사람이 탑승하고 직접 조종해야만 움직이는 존재다. 사람이 거대한 근력 강화 장치를 마치 옷처럼 입는 개념이다.(여담이지만 이 작품세계에선 용어의 혼동을 피하고자 사람이 직접 입는 우주복은 ‘노말 슈트’라고 한다). 

 

사실 이 말은 학술적으로도 어느 정도 사실인데, 로봇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기준은 국제공업규격(ISO)에도 정해져 있다. 이 근거에 따르면 자유도가 2개 이상이며 프로그램의 명령에 따라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기계 장치를 로봇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복잡한 기계장치라고 해도 컴퓨터 장치 등을 통해 자율적 움직임을 구현할 수 없으면 로봇이라고 부르지 않는게 정석이다. 이만한 기계장치를 움직이려면 자동화 기술이 쓰이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 행위의 주체가 어디에 있느냐를 고려한 것이다.

 

2005년 개봉한 철인 28호 실사영화 포스터.
2005년 개봉한 철인 28호 실사영화 포스터.

●세계 최초의 거대 로봇

그렇다면 건담 마니아들이 ‘로봇은 철인 28호’라고 말하는 근거는 뭘까. 억지로 가져다 맞추자면 기술적인 이유도 있다. 철인 28호가 무선조종(RC)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철인 28호'는 사람이 직접 탑승하지 않는다. 그리고 휴대용 조종장치로 로봇을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철인 28호는 자율제어 기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로봇으로 부르는데 무리가 없다”고 정리하는 식이다.  참고로 최초의 탑승형 로봇은 마징가Z를 꼽는 경우가 많은데 1972년 처음 방영됐다. 

 

물론 이런 설명을 듣는 대목에서 ‘그럼 마징가Z나 에반게리온은 왜 로봇이라고 불러도 되느냐’고 물어선 안 된다. 더 이상 캐 물으면 화를 낸다(!) 여러 복잡한 이유를 대고 있지만, 사실 건담 애호가들의 이런 심리는 자부심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빌슈트는 흔한 로봇과는 다른 특별한 장치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철인 28호는 보통명사 ‘로봇’을 대변하는 가장 알기 쉬운 존재다.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로봇의 대명사’로, 작품 속 배경도 현대 사회, 혹은 가까운 미래를 바탕에 둔다. 우주시대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건담’과 뚜렷히 비교된다.

 

철인 28호는 수십년 간 그만한 인지도를 쌓았다. 철인 28호가 처음 세상에 등장한 건 1956년이다. 월간 만화잡지 ‘쇼넨’에 연재되기 시작했으니 벌써 62년이 지났다. 흑백 TV 시리즈물로 처음 등장한 것은 1962년이다. 철인 28호 이전에도 몇몇 만화작품 속에 거대한 로봇이 등장하긴 했지만, 주연급 비중을 갖고 작품 속에 등장한 로봇은 철인 28호가 처음이다. 건담은 1979년이니 거의 한 세대를 앞선다.

 

철인 28호의 인기는 이후로도 계속해서 이어진다. TV드라마, TV애니메이션 등으로 연이어 제작되며 큰 인기를 얻었다. 2005년엔 극장용 실사영화 ‘철인 28호(도가시 신 감독)’로 제작된 바 있다. 2007년에 또 다시 극장용 애니메이션 영화 ‘철인 28호 백주의 잔월(이마가와 야스히로 감독)’ 이 개봉되기도 했다.  

 

2005년 개봉한 실사판 철인 28호의 한 장면.
2005년 개봉한 실사판 철인 28호의 한 장면.

 

 

최근 거대한 로봇을 무선으로 조종한다는 개념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1950년대 당시에는 탑승형 로봇이라는 개념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원작자는 분명 '이 거대한 기계장치를 과연 어떻게 조종할까'를 놓고 수없이 고민하다 나름의 해답을 내놓았을 것이다.

 

그 이후에도 철인 28호는 다양한 매체로 애호가들을 찾고 있다. 2008년엔 철인 28호를 주체로 연극이 무대에 올랐고 2010년엔 이 연극을 다시 실사 영상작품으로 만든 ‘28 1/2 망상의 거인(오시이 마모루 감독)’도 제작됐다. 이 정도면 거의 일본의 국민 캐릭터로 불러도 좋지 않을까.

 

●무선조종 슈퍼로봇 형태로 다듬어진 까닭

철인 28호를 볼 때면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외모에 육중한 체구에 친숙함이 느껴진다. 주인공 탐정 소년은 로봇에 대해  관객의 시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에서 ‘스모 선수’를 보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작가가 일부러 이런 사실을 의도한 것일까, 아니면 은연 중에 국민적 성향이 드러난 것인지도 궁금해진다.

 

철인 28호는 소년 탐정이 악당과 싸울 때 사용하는 원격조종 로봇 장치라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2005년 개봉한 영화 철인 28호는 스토리가 다소 각색돼 어린 소년이 아버지가 남긴 로봇을 조종해 악당들로부터 지구를 구한다는 단순한 스토리로 제작됐다. 어린이 독자층의 눈높이에 맞춘 것으로 보이지만, 완성도 면에서 높은 점수는 주기는 힘들었다. 컴퓨터그래픽도 부자연스러운 점이 많다.

 

작품 속 철인 28호의 키는 보통 15~20m 정도로 추정된다. 작품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등장하는데, 대부분 로켓형 추진장치를 등에 달고 다니며, 이것을 이용해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물론 물리적으로 억지가 크다. 이만한 로봇을 하늘로 날아오르게 하려면 몸체보다 더 큰 연료탱크와 초대형 로켓 엔진을 업고 다녀야 하며, 한 번 비행하면 다시 연료를 채워야 한다.

 

하지만 의외로 ‘언젠가 비슷한 로봇이 현실에 등장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탑승형 로봇이 아닌 무선 조종 로봇이라는 점도 의외로 현실적인 설정이다. 사실 많은 만화나 영화에서 무시되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만큼 거대한 로봇에 탑승하고 조종하려면 탑승자에겐 대단히 많은 부작용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거대 로봇이 주는 위치에너지다. 로봇이 한 걸음 걸어다닐 때마다 탑승자는 몇 m씩 하늘로 솟아올랐다 고꾸라지는 충격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레이저광선 등의 비현실적인 무기를 거의 쓰지 않고 육박전으로 승부를 내는 점도 의외로 현실적이다. 이만한 크기의 로봇을 실제로 전투 능력까지 구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겠지만, 이미 두 발로 걷는 대형 로봇들도 일부 등장하고 있는 만큼 언젠가는 비슷한 형태의 로봇은 등장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충분한 가능성이 여겨진다.

 

일본 고베 지역을 찾아가면 실물 크기의 철인 28호 동상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본인에게 얼마나 사랑받는 캐릭터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은 겉모습뿐인 로봇 동상이 관람객들을 맞고 있지만, 언젠간 철인28호의 모습의 한, 로봇이 두 발로 걷고 두 주먹을 휘둘러 보여주는 진짜 ‘로봇’의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2007년 개봉했던 극장판 애니메이션 ‘철인28호 - 백주의 시뮬레이션’,
2007년 개봉했던 극장판 애니메이션 ‘철인28호 - 백주의 시뮬레이션’,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8년 08월 24일 14:12 프린트하기

 

혼자보기 아까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해 보세요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19 + 10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