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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옥중단식·수사압박으로 알츠하이머병 걸릴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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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옥중단식·수사압박으로 알츠하이머병 걸릴 수 있나

2018.08.27 16:02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87)이 27일 오후 2시 30분 전남 광주에서 열린 첫 형사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는 하루 전 날인 26일 입장문을 통해 전 전 대통령이 2013년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재판에 출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병환으로 인지기능이 떨어져 법정에서 제대로 진술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씨는 전 전 대통령이 “옥중 단식으로 인한 후유증, 검찰의 압수수색과 재산 압류 등에 따른 충격으로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정말 단식과 수사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원인이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전두환 전 대통령. - 동아일보DB
전두환 전 대통령. - 동아일보DB

알츠하이머병은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병으로 유전적 요인과 영양 상태, 노화, 스트레스, 생활 습관, 환경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는 ‘신경세포(뉴런)에 아밀로이드베타(Aβ) 단백질이 과다 생성되고 정보 전달에 관여하는 타우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는 병리학적 원인만 알려져 있다. 따라서 발병 원인을 특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어떤 사건이나 사고로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사실은 다수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지난해 8월 독일 괴팅겐대 의료센터 연구진은 생후 3개월경부터 극심한 공포(충격)에 노출된 쥐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기억력 감퇴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유럽분자생물학기구(EMBO) 저널’에 발표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경험한 쥐는 나이가 들수록 뇌에 점점 더 많은 Aβ 단백질이 쌓여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2015년 제임스 로어 미국 샌디에고 캘리포니아대 의대 교수(정신과 전문의)팀은 젊은 나이에 PTSD를 겪은 사람이 나이가 든 뒤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PTSD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 64편을 메타 분석한 결과다. 서상원 성균관대 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전문의)는 “극심한 스트레스나 큰 충격도 알츠하이머병과 연관성이 있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수십 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특정 사건으로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고 할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지은 이화여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도 “PTSD가 알츠하이머병을 악화시킬 순 있어도 유발한다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PTSD 환자들도 기억력 감퇴 등 인지기능 저하 증세를 보이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재활과 치료를 통해 극복하면 인지기능도 다시 회복된다”며 “반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경우 비가역적으로 기억력을 비롯한 인지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PTSD와 알츠하이머병은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 씨 사건 재판부인 광주지방법원은 알츠하이머병은 재판 불출석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전 전 대통력의 참석 여부와 관계없이 이날 재판을 열었다. 일각에서는 고령의 피고인이 재판에서 불리한 입장을 피하기 위해 알츠하이머병 진단서를 불필요하게 앞세운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알츠하이머병이나 신경 쇠약 등으로 법정에 서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또 문제가 된 회고록이 지난해 출간됐다는 점에서 ‘알츠하이머병인데 회고록은 어떻게 썼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해 롯데그룹 경영비리와 관련한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당시 총괄회장)은 그의 의사능력을 두고 재판부와 변호인 측의 엇갈린 의견이 오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신 회장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변호인 측은 공판 절차 정지를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신 회장이 ‘누가 나를 기소했냐’ ‘롯데는 다 내 재산’ 등을 말한 점을 들어 의사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올해 3월 항소심에서도 변호인단은 신 회장의 알츠하이머병과 관련한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며 가급적 신 명예회장이 재판 출석을 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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