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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뱃살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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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 28일 15:52 프린트하기

GIB 제공
GIB 제공

건강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 그 자체가 아니다. 체지방을 어디에 저장하느냐, 무엇을 먹느냐, 그리고 몸을 얼마나 움직이느냐 하는 문제가 건강과 수명을 결정하는 훨씬 더 중요한 요소다.
- 대니얼 리버먼

 

몸무게와 무관하게, 허리둘레가 길어질수록 심혈관계질환과 당뇨병, 대사증후군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 카리 필롤라

 

 

얼마 전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문구가 틀렸다는 뉴스를 봤다. 도서 판매량을 보면 10월, 11월이 평균보다 6~7% 적고 한여름인 7월, 8월이 6~7% 많다는 것이다. 처음엔 갸웃했지만 생각해보니 그럴 것 같고 또 그래야만 할 것 같다. 사계절 가운데 유일하게 야외 활동을 하기 좋은 가을에 책을 보며 지낸다는 게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안 그래도 움직임이 부족한 현대인들이 가을 한 계절만이라도 ‘동물’의 본분에 충실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가을 내내 책 한 권 안 읽는다는 것도 좀 그렇다. 아직은 ‘독서의 계절’로 불리는 가을을 앞두고 좋은 책 한 권을 소개한다. 미국 하버드대의 인류학자 대니얼 리버먼 교수가 2013년 펴낸 책으로, 5년이 지난 올해 5월 ‘우리 몸 연대기’라는 제목으로 한글판이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의 인류학자 대니얼 리버먼 교수의 ‘우리 몸 연대기’ 한글판이 최근 출간됐다. 그는 책에서 현대인에 만연한 만성질환을 인류 진화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 제공 교보문고
미국 하버드대의 인류학자 대니얼 리버먼 교수의 ‘우리 몸 연대기’ 한글판이 최근 출간됐다. 그는 책에서 현대인에 만연한 만성질환을 인류 진화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 제공 교보문고

 

불일치 질환 만연

 

요즘은 인류학도 빅데이터 과학인 고게놈 분야가 뜨지만(지난주에도 수만 년 전 살았던 여자아이의 뼛조각에서 DNA를 추출해 게놈을 해독한 결과 엄마는 네안데르탈인 아빠는 데니소바인인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됐다), 리버먼 교수는 해부학과 생리학에 기반한 고전적인 인류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다. 그의 연구를 보면 어떤 건 방법이 좀 ‘무식해’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도구를 써 식재료를 가공한 게 인류 진화(턱과 치아, 소화계)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참가자들에게 여러 상태의 염소 고기(가공 안 한 날 것, 칼로 썬 날 것, 으깬 날 것, 구운 것)를 먹게 해 삼킬 때까지 씹은 횟수와 씹을 때 들어가는 힘을 측정해 얻은 소화효율로 ‘증명’하는 식이다.

 

고게놈 연구가 놀랍고 첨단으로 보이지만, 우리 실생활에 적용한다는 관점에서는 리버먼 교수의 연구처럼 우리 몸의 구조나 생리에 대한 지식이 오히려 더 와닿는다. 이를 잘 보여주는 책이 바로 ‘우리 몸 연대기’다.

 

리버먼 교수는 오늘날 만성질환이 만연한 건 우리 몸의 많은 특징들이 인류가 진화한 환경에서는 ‘적응’이었지만, 현대 환경에서는 ‘부적응’이 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이를 ‘불일치 질환(mismatch disease)’이라고 부른다. 리버먼 교수는 대사질환과 퇴행성질환을 노화의 불가피한 측면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해부학과 생리학의 관점에서 인류진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 이를 실생활에 반영한다면 불일치 질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불일치 질환이 만연하면서 건강수명이 정체되거나 줄고 있는 반면 의학의 발달로 기대수명은 여전히 증가세다. 그 결과 유럽인의 경우 2014년 태어난 사람은 2006년에 태어난 사람에 비해 노년에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기간이 2~3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제공 네이처
불일치 질환이 만연하면서 건강수명이 정체되거나 줄고 있는 반면 의학의 발달로 기대수명은 여전히 증가세다. 그 결과 유럽인의 경우 2014년 태어난 사람은 2006년에 태어난 사람에 비해 노년에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기간이 2~3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제공 네이처

필자는 얼마 전 (다른 곳에 실을) 노화와 관련된 에세이를 준비하며 읽은 글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그래프를 본 적이 있다. 즉 유럽인의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데이터로, 2014년 태어난 사람은 2006년생에 비해 기대수명이 남성은 2.3년 여성은 1.6년 더 늘어났다. 그런데 건강수명은 남성은 변함이 없고 여성은 오히려 0.7년 줄었다. 

 

즉 불일치 질환이 갈수록 늘어나 건강수명이 정체되거나 줄어듦에도 약이 좋아지다 보니 기대수명은 오히려 약간 더 늘어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만 봐도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지난해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며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의료비 지출이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않아 의료보험이 파탄 날 지경이라고 한다.

 

‘우리 몸 연대기’는 500쪽이 훌쩍 넘는 두꺼운 책이라 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다행히 단계별 독서를 할 수 있다. 즉 건강관리에 응용할 내용만 알고 싶으면 3부 ‘현재와 미래’만 읽으면 된다(163쪽 분량). 좀 더 여유가 있으면 2부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122쪽 분량), 필자처럼 한가한 사람은 가장 분량이 긴 1부 ‘유인원과 인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된다.

 

 

BMI의 구조적 문제점

 

‘불일치 질환’은 한 마디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먹고 너무 움직이지 않아서’ 생기는 질환이다. 3부의 첫 장(9장) ‘과잉의 악순환’은 ‘너무 많이 먹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즉 우리 몸은 지속적인 과식에 적응돼 있지 않기 때문에 비만이 생기고 그에 따른 당뇨병과 심장병, 암 등 각종 대사질환이 생긴다는 것이다.

 

사실 익숙한 얘기인데 그럼에도 책 곳곳에서 생각해보지 않았던 측면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비만도의 지표인 체질량지수(BMI)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BMI가 문제가 있다는 건 잘 알려져 있지만 필자는 주로 근육과 지방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측면만 봤다. 즉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보니 근육질인 사람도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분류될 수 있고 근육은 적고 지방은 꽤 많은 사람이 보통체중의 범위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런데 리버먼 교수는 ‘기하학’의 관점에서 BMI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몸무게(밀도가 일정하다고 보면 몸의 부피에 비례)는 키(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하므로 제곱으로 놓은 수식 자체가 틀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키가 작은 사람은 실제 과체중이라도 BMI는 보통체중 범위이고 키가 큰 사람은 보통체중이라도 BMI는 과체중 범위가 될 수 있다.

 

리버먼 교수는 기하학의 관점에서 BMI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 GIB 제공
리버먼 교수는 기하학의 관점에서 BMI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 GIB 제공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비만(서구에서는 과체중)의 시작점인 BMI 25를 키에 따라 보면 160cm(1.6m)는 64kg, 170cm는 72.3kg, 180cm는 81kg다. 키 170cm를 기준으로 봤을 때 160cm는 느슨하고 180cm는 빡빡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반면 기하학의 원리를 적용하면 160cm는 60.2kg이고 180cm는 85.8kg로 우리 직관에 더 잘 들어맞는다.

 

리버먼 교수는 아울러 BMI가 “한 사람의 지방에서 얼마가 내장지방이고 얼마가 피하지방인지 고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피하지방은 말 그대로 피부 아래 근육 사이에 있는 지방으로 전신에 퍼져있다. 반면 내장지방은 복근 아래 배 속 장기 주변에 붙어 있는 지방이다. 우리 몸의 지방은 대부분 피하지방이지만 일부는 근육이나 내장 주변에 있다. 

 

따라서 요즘은 비만도를 반영하는 지표로 BMI보다 허리둘레를 쓰는 문헌이 많다. 물론 허리에도 피하지방이 있지만 대체로 내장지방이 많을수록 허리둘레가 길기 마련이다. 다만 개인이나 나이에 따라 복부지방량이 같더라도 내장지방과 피하지방의 상대적인 비율이 꽤 차이가 난다. 물론 CT나 MRI를 찍으면 내장지방의 양을 정확하게 알 수 있지만 비싸고 번거롭다. 이처럼 내장지방의 양에 민감한 이유는 대사질환이 전체 지방의 양보다 내장지방의 양에 더 밀접한 관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비만도를 반영하는 지표로 허리둘레를 쓰는 문헌이 늘고 있다. 허리둘레가 대사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장지방의 양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 ‘건강 및 피트니스 저널’ 제공
최근들어 비만도를 반영하는 지표로 허리둘레를 쓰는 문헌이 늘고 있다. 허리둘레가 대사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내장지방의 양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 ‘건강 및 피트니스 저널’ 제공

 

내장지방이 더 문제인 이유 

 

리버먼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마른 사람조차 비교적 통통하다. 예를 들어 BMI가 18.5로 저체중과 보통체중의 경계인 필자도 체지방 비율이 9%인데(헬스클럽의 체성분측정기에 따르면)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의 평균은 6%다. 우리 기준에 날씬해 보이는 수렵채집인 남성은 평균 10%이고 여성은 20%로 영장류보다 훨씬 더 높다. 에너지를 많이 먹는 큰 뇌를 유지해야 하고 사냥같이 체력을 소진할 활동이나 굶주림에 대비하기 위해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게 진화한 결과다. 여성은 수유 등 육아 때문에 추가로 더 필요하다.

 

수렵채집인이야 체지방을 양껏 저장할 여력이 없어(먹을 게 부족한 때가 수시로 찾아오고 계속 몸을 움직여야 하므로) 이 정도지만, 먹을 게 넘치고 몸을 쓸 일이 없는 현대인 대다수는 체지방의 비율이 더 높다. 그런데 몸에 지방을 계속 저장하다 보면 문제가 생긴다.

 

즉 피하지방조직에 더 이상 지방을 둘 공간이 없으면 내장지방조직에 쌓게 되는데 두 지방조직은 작동양식이 꽤 다르다. 리버먼 교수는 “내장지방은 호르몬에 몇 배나 더 민감해서 대사적으로 더 활동적인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즉 지방을 더 빨리 저장하고 꺼낼 수 있다는 말이다. 내장지방은 지방산의 형태로 내보내는데 간으로 직접 들어가 지방간을 유발하고 혈당조절을 방해한다. 또 염증 유발 신호물질을 다량 분비한다.

 

리버먼 교수는 “지나친 뱃살(올챙이배)은 BMI가 높은 것보다 대사질환을 초래할 위험이 훨씬 크다”고 쓰고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복부비만인 사람의 84%가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 

 

그렇다면 내장지방의 과도한 축적, 즉 복부비만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리버먼 교수는 “확실하고 근본적인 해법은 더 건강한 것을 먹고 운동을 더 많이 하는 것이지만, 이것은 우리 종(種)이 직면한 매우 어려운 도전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복근(abdominal muscle layer)과 피부 사이에 피하지방(subcutaneous fat)이, 복근과 장(intestines) 사이에 내장지방(visceral fat)이 존재한다. 복부비만 정도가 비슷해도 개인에 따라 둘의 비율이 꽤 다를 수 있고 나이가 들수록 내장지방의 비율이 높아진다. - Health Assessment in Nursing 제공 )
복근(abdominal muscle layer)과 피부 사이에 피하지방(subcutaneous fat)이, 복근과 장(intestines) 사이에 내장지방(visceral fat)이 존재한다. 복부비만 정도가 비슷해도 개인에 따라 둘의 비율이 꽤 다를 수 있고 나이가 들수록 내장지방의 비율이 높아진다. - Health Assessment in Nursing 제공

 

대시식단과 지중해식단 추천

 

학술지 ‘건강 및 피트니스 저널’ 9월/10월호에는 ‘식단으로 복부비만에 대처하기’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미국 캘리포니아폴리테크닉주립대 영양학과 카리 필롤라 교수는 논문에서 현재 만연한 복부비만을 식단으로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BMI 기준으로 3분의 1이 과체중이고 3분의 1이 비만이지만(우리 식으로는 3분의 2가 비만!) 대사질환과 관련성이 더 높은 복부비만은 54.2%다(2012년). 이는 12년 전인 2000년 46.4%에 비해 7.8%나 늘어난 수치로, 그 사이 미국인의 평균 허리둘레가 3cm나 더 길어졌다. 참고로 미국의 복부비만 기준은 남성이 허리둘레 102cm 이상, 여성이 88cm 이상이다(우리나라는 남성 90cm 이상, 여성 80cm 이상).

 

그렇다면 식단이 복부비만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필롤라 교수는 “오늘날 잘못된 다이어트 정보가 바이러스처럼 퍼져 있다”며 그럼에도 궁극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건강한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몸에 저장된 에너지(지방)를 줄이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리버먼 교수와 마찬가지로 지름길은 없다는 말이다.

 

필롤라 교수는 논문에서 복부지방을 줄이는데 좋은 식단 두 가지를 추천하고 있다. 대시식단과 지중해식단이다. 

 

 

대시식단(DASH diet)는 고혈압을 예방하고 완화하기 위해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NHLBI)에서 개발한 식단이다. DASH는 ‘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고혈압을 멈추기 위한 식이 접근)’의 머리글자다. 대시식단은 미 시사주간지 US뉴스앤월드리포트의 ‘2018년 최고의 식단’ 1위에 선정됐다.

 

대시식단은 어찌 보면 상식적인 건강식단으로 과일과 채소, 통곡물 비중을 늘렸고 포화지방과 단순당의 섭취를 최소화했다. 즉 비타민과 미네랄, 섬유소(30g 이상)를 충분히 섭취하고 포화지방은 칼로리에서 6% 이내로 제한한다. 트랜스지방은 물론 0이다. 그리고 소금 섭취 역시 자제한다.

 

‘2018년 최고의 식단’ 2위에 선정된 지중해식단은 워낙 많이 알려져 있어서 간단히 말하면 대시식단에서 생선과 식물기름(올리브유)의 비율을 높이고 와인 한 잔이 곁들여진 정도다. 아무튼 딱 봐도 둘 다 건강에 좋은 식단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위의 두 식단을 지속할 경우 혈압 같은 대사 지표만 좋아지는 게 아니라 복부지방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꽤 있다는 점이다. 즉 원래 고혈압(대시식단)이나 심혈관계질환(지중해식단)을 예방 또는 완화하는 게 목적인데 허리둘레가 줄어드는 즐거움도 덤으로 따라온다는 말이다. 내장지방이 줄면 대사질환의 위험성도 낮아지므로 이런 식단이 내장지방을 줄여 대사 지표를 개선했다고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대시식단과 함께 지중해식단이 복부비만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중해식단을 보여주는 피라미드로, 왼쪽 위 와인 한 잔과 아래 활동적인 삶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 ldways Preservation and Exchange Trust 제공
대시식단과 함께 지중해식단이 복부비만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중해식단을 보여주는 피라미드로, 왼쪽 위 와인 한 잔과 아래 활동적인 삶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 ldways Preservation and Exchange Trust 제공 

 

식단에 따라 복부비만 가능성 절반으로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학술지 ‘유럽임상영양학저널’ 온라인판에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실렸다.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제유진 교수팀은 19~64세 성인 8387명을 대상으로 식단과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성의 상관관계를 알아봤다.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이란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 복부비만 등 대사관련 증상이 나타난 상태로 대사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참가자들은 설문을 통해 9개 범주(채소, 콩류, 과일, 통곡(잡곡), 적색육/가공육, 백색육(닭고기, 오리고기), 생선과 땅콩, 유제품, 술)의 112가지 음식에 대해 지난 1년 사이 섭취하는 빈도(“거의 안 먹는다”에서 “하루 세 번”까지)와 양을 표시한다. 연구자들은 ‘변형 지중해식단 점수(modified Mediterranean diet score)’를 만들어 참가자들의 식단이 변형 지중해식단에 얼마나 가까운가를 1점에서 9점으로 분류했다. ‘변형’이란 말을 쓴 건 한식의 경우 성격에 따라 지중해 음식의 범주에 대응시켰기 때문이다.

 

적색육/가공육과 술을 제외한 7개 범주는 섭취량에 따라 반으로 나눠 많이 먹는 쪽은 1점, 적게 먹는 쪽은 0점이다. 적색육/가공육은 섭취량이 기준 상위 4분의 1은 0점, 하위 4분의 3은 1점(한국인은 유럽인에 비해 고기를 덜 먹으므로)이고 술은 알코올 기준 하루 5~15g이면 1점이다(와인 한 잔에 해당한다).

 

점수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눴다. 즉 불량식단(물론 지중해식단의 관점에서)인 1~2점이 1172명(14%), 미흡한 식단인 3~4점이 3036명(36%), 무난한 식단인 5~6점이 3002명(36%), 바람직한 식단인 7~9점이 1177명(14%)이다. 연구자들은 네 그룹의 나이, 성별, 칼로리섭취량, 체질량지수, 운동량, 음주량 등 정보를 분석했다. 그리고 복부비만 여부(허리둘레 측정), 저밀도콜레스테롤, 고중성지방혈증, 고혈당, 수축기혈압 등 대사 지표를 조사했다.

 

나이와 칼로리섭취량 등 다른 변수를 보정해 대사 지표에 미치는 식단의 효과만 봤다. 그 결과 불량식단 그룹과 비교했을 때 대사증후군 위험성은 미흡한 식단, 무난한 식단, 바람직한 식단 그룹에서 각각 12%, 27%, 36% 낮았다. 복부비만 위험성은 차이가 더 커서 각각 42%, 43%, 55%나 낮았다. 다른 지표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였고(정도는 덜하다) 수축기혈압만 별 차이가 없었다. 

 

결국 비슷한 칼로리를 섭취해도 지중해식단과 가까운 음식을 먹을 경우 복부비만이 될 위험성이 낮다는 말이다. 칼로리를 줄여 늘 굶주림에 시달리는 다이어트 대신 식성을 바꾸는 다이어트가 건강에도 좋고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방법 아닐까.

 

 

과감한 정책이 필요한 때

 

리버먼 교수는 책 곳곳에서 유전보다는 환경과 행동이 현대인의 건강에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어린 시절이 중요하다. 비만도 마찬가지여서 “과체중인 아이가 성인이 되어 과체중 또는 비만이 되기 쉬운 가장 큰 이유는 평균 체중인 아이보다 더 많은 지방세포를 만들어 평생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여분의 지방세포들이 대개 간, 신장, 장 같은 기관들 주변에 붙어 있어” 내장지방이 쉽게 쌓인다고 덧붙였다. 

 

리버먼 교수는 미국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들이 이미 잘못된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미국인의 다음 세대는 부모보다 더 오래 살지 못하는 첫 번째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어릴 적 잘못된 생활로 훗날 불일치 질환이 만연해 건강수명은 물론이고 기대수명까지 짧아진다는 말이다. 책(원서)이 출간되고 3년이 지난 2016년 미국인의 기대수명이 78.8세로 2015년의 78.9세보다 줄어들면서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필자가 어릴 때만 해도 굶주리지는 않았지만 먹는 게 부실했다. 1980년대가 돼야 사람들이 고기를 좀 먹었다(맥도널드가 한국에 진출한 게 1988년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성인의 비만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꽤 낮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영양과잉에서 별 차이가 없다. 그 결과 우리나라 남자 아동/청소년 비만율은 26%까지 치솟아 OECD의 평균(25.6%)을 추월하기에 이르렀다. 리버먼 교수의 이론에 따르면 ‘한국인의 다음 세대는 부모보다 더 오래 살지 못하는 첫 번째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지난달 정부는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2018~2022)을 확정해 발표했다. 2022년 비만율(41.5% 추정)을 2016년 수준인 34.8%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먹방 규제’가 부각되면서 논란이 됐고 국가가 국민의 뱃살까지 간섭하느냐는 비난도 일었다.

 

리버먼 교수는 책에서 이런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는 “편안하고자 하는 본능이 더 현명한 판단을 이기는 것이 인간 본성”이라며 “오늘날의 풍요로운 환경에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선택하게끔 인도하는 몸의 지혜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어린이가 유해한 음식에 노출되지 않게 하는 규제는 당연하고 시급하며 특히 “가장 먼저 학교에서 경쟁보다는 건강에 중점을 두는 체육교육이 의무화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어른은 문제가 다르지만(병에 걸릴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담배나 술처럼 어느 선을 넘으면 몸에 해로운 게 확실한 음식은 세금을 매기고 광고를 규제하고 성분표시를 확실하게 하고 담뱃갑에 경고문을 넣듯이, 대형 탄산음료에 ‘지나친 당 섭취는 비만, 당뇨병, 심장병을 초래합니다’ 같은 문구를 넣자는 것이다.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처럼 모처럼 취지가 좋은 정책을 발표했음에도 큰 호응을 얻지 못한 건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이 부족한 것도 한 이유로 보인다. 정책 입안자들이 ‘우리 몸 연대기’를 읽었다면 좀 더 거시적인 안목에서 정책을 설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과정에서 리버먼 교수나 ‘추천의 글’을 쓴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 같은 통찰력이 있는 분들에게 자문을 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6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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