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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명 사상자 낸 열차사고 유발한 전자파 간섭…고정관념에 맞선 연구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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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명 사상자 낸 열차사고 유발한 전자파 간섭…고정관념에 맞선 연구로 해결

2018.09.05 20:39
구종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구종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구종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사진)은 전자 장비 간에 일어나는 '전자파 간섭' 을 막는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자다. 전자파 간섭이란 전자기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다른 기기 수신 기능을 막는 현상으로, 최근 사물인터넷(IoT)과 모바일 기기가 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 1991년 5월 일본 시가현에서는 전자파 간섭 영향으로 철도 신호기가 오작동하면서 열차끼리 충돌해 42명이 숨지고 454명이 부상한 사고가 일어났다. 전파를 많이 활용하는 각국의 군에서도 전자파 간섭 문제를 막기 위한 각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자기기가 작아지고 집적화될수록 차폐력이 우수한 신소재 개발의 중요성 역시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전에는 전자파를 차폐하기 위해 전기 전도성이 우수한 은(Ag)·구리(Cu) 입자 등을 전자파 차폐 복합 소재 원료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런 금속 소재는 가공이 어렵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다. 구 책임연구원은 이런 금속을 사용하지 않고도 전자파 간섭을 막는 전이금속 카바이드(MXene) 평면(2D) 나노소재와 이를 이용한 고분자 복합체 소재를 개발했다. 


전이금속 카바이드는 티타늄과 같은 중금속 원자와 탄소 원자로 이뤄진 나노물질로 두께는 1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길이는 1마이크로미터(µm)인 평면 구조다. 기존 나노소재보다 제조공정이 간편하고 낮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으며 전기 전도성도 우수하다.  전이금속 나노소재로 만든 고분자 복합체는 매우 얇지만 우수한 전자파 차폐 특성을 보인다. 전이금속 카바이드가 여러 겹이 쌓인 적층 구조로 되어 있어 필름 내에서 반사가 여러 번 반복되는 이른바 ‘내부 다중반사 효과’가 일어나면서 전자파를 흡수하기 원리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는 구 책임연구원의 전이금속 카바이드 고분자 복합체 원천기술의 우수성을 주목해 소개했고 세계적 전자소재 회사에 기술을 이전하기도 했다.  구 책임연구원은 5일 한국연구재단이 주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9월 수상자에 선정됐다.

 

구 책임연구원은 연구재단을 통해 배포한 보도자료 형식의 소감문에서 “기존 나노소재의 특성과 기능성 한계를 극복한 신개념 나노소재 및 고분자 복합체 물질을 개발했다"며 "전자파 차폐뿐만 아니라 방호용 차폐, 전자파 흡수, 스텔스 기술, 전극 패턴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한 만큼 상용화 연구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학자의 기본 자질은 `인내'와 `성실'”이라며 “부단한 노력이 바탕이 됐을 때 비로소 재미있고 독창적인 연구의 길이 열린다”고 했다. 

 

구 책임연구원은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했고 LG화학에서 연구원으로 할동했다. 2011년부터 KIST 책임연구원과 KU-KIST융합대학원 교수를 맡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새로운 소재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
“현대 과학기술의 트렌드는 신소재 연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현재 꼭 필요하지만 옛 기술로 치부되던 고분자 복합체 전자파 차폐 연구를 진행하면서 기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소재 개발이 필요했다. 부단한 신소재 탐색을 통해 성과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이금속 카바이드는 어떤 물질인가.
“날로 발전하고 있는 고집적 모바일 전자기기들의 효과적인 전자파차폐를 위해서는 가볍고 가공성이 우수하면서도 전기전도도가 우수한 고분자 복합 소재 개발이 필요하다. 전이금속 카바이드 고분자 복합소재는 비귀금속 소재를 이용하지만 은(Ag) 같은 귀금속 소재의 성능을 뛰어넘는 차폐 성능을 보인다. 향후 다양한 분야에 응용연구가 기대된다.”

 

-고분자 복합체를 이용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고분자 복합체를 이용한 다양한 전자소재 응용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전자파 차폐 외에도 배터리 폭발 등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겔 고분자 전해질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 폭발의 주원인인 휘발·발화 특성의 액체 전해질을 보다 안전한 준고체 특성의 겔 전해질로 대체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상용화한다면 더 안전한 배터리를 제작할 수 있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평소 연구실을 운영하는 기본 철학이 있나. 
“학생들에게 `해야 하는 연구'보다 `하고 싶은 연구'를 하자고 자주 이야기한다. 논어에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라는 말이 나온다. 하고 싶은 연구, 즐거운 연구를 위해서는 호기심을 갖고 부단히 재미있는 연구 주제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말 새롭고 재미있는 연구주제는 기존 지식으로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 연구를 하려면 새로운 현상을 주의 깊게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불어 모든 연구와 실험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신소재 연구는 개인의 능력 못지않게 팀플레이가 중요하다. 구성원들이 각자 보유한 능력과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연구실을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좌우명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에디슨의 `천재는 99%의 노력과 1% 영감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을 좋아한다. 내가 하고 있는 연구 분야에 잘 어울리는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의미의 고사성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에 공감한다. 연구와 관련해 굳이 좌우명을 말하자면 ‘좋은 연구주제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연구하기’이다. 대부분의 좋은 연구 주제는 남들과 다른 관점을 가지고 부단히 시도하고 도전할 때 아주 드물게 발견되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성실하게 연구하고자 노력한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성과가 있다면.  
“신소재 분야에서 기존의 고정관념을 파괴하고, 상식을 파괴하는 연구를 수행해 보고 싶다. 그런 연구주제를 찾는 게 쉽지 않지만, 부단히 노력하다 보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과학자를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릴 적 막연히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다. 과학자의 길은 호기심 탐구의 길이다. 하지만 현실은 호기심만으로는 그 길이 허락되지 않는 것 같다. 남들과 다른 새로운 시각을 갖고 호기심 넘치는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실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인내와 성실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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