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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외길… 연구년에도 후학 지도 “인재 양성 사명감에 준 상이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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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9월 06일 07:26 프린트하기

“황 교수, 한 우물 파는 건 좋은데 전체의 5% 정도는 반도체 말고 다른 유행 분야를 해보는 건 어때? 그래야 남들처럼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학술지에도 이름을 올리지.”

 

인촌상 과학기술 분야 수상자인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54)는 몇 해 전 총장으로부터 이런 권유를 받았다. 우직하게 반도체, 그것도 가장 ‘정통’이라고 할 수 있는 메모리와 로직(논리회로) 반도체 연구만 30년째 고수하고 있는 황 교수를 안타깝게 여긴 선배의 조언이었다. 반도체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대표적 분야지만, 기업들이 첨단 연구와 제품화까지 온갖 과정을 좌지우지한다. 대학에서 제자 수십 명을 데리고 연구하며 두각을 나타내기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사진 제공 윤신영
-사진 제공 윤신영

하지만 황 교수는 그 말을 들을 수 없었다. “메모리 반도체만 해도 해야 할 연구가 너무 많거든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지금도 뉴로모픽(신경모방) 등 새로운 반도체 소자와 함께, 제가 초창기부터 해오던 D램 연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D램에 아직도 연구할 게 남았냐는 질문에 그는 “모르는 소리”라며 “선폭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등 해야 할 일이 넘쳐난다”고 답했다. 황 교수는 “우물을 파면 아래에 지하수가 보이고, 더 파면 지하수가 거대한 강을 이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며 “반도체도 이와 닮아서, 어렵더라도 누군가는 우직하게 계속 파내려가야 더 큰 세상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악에 받쳐 연구하고 있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대한민국 수출의 약 20%를 담당하는 반도체 분야 석학의 말로는 의외였다. 하지만 가장 밝은 곳에 가장 깊은 그늘도 있다는 말처럼, 적어도 지금 학계에서는 최신 유행하는 분야에 비해 반도체가 주목을 덜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많이 발전한 분야들이 그렇듯, 새로운 연구를 하기가 만만치 않다. 연구를 해도 소위 ‘티’가 덜 난다. 새로운 분야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가 주목 받는 연구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반도체는 어림없다. 오직 우직한 연구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사진 제공 윤신영
-사진 제공 윤신영

황 교수는 이렇게 까다로운 반도체 판에서 무려 545편의 논문을 써 왔다. 11명의 제자 교수 등 후학도 많이 길렀다. 올해가 연구년인데도 국내에 머무르며 일주일에 이틀은 삼성종합기술원에 나가 강의하고, 나머지 시간은 55명의 대학원생을 지도한다. 학계와 산업의 괴리가 커져 ‘전자산업의 쌀’ 반도체의 대가 끊길까 염려돼서다. 그는 “반도체가 멈추면 자동차, 미사일 모두 멈춘다”며 “지금 기업들이 잘해주고 있지만, 대학에서 뒷받침할 인력을 키우지 못하면 반도체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인촌상은 나의 이런 사명감에 준 상으로 믿는다”며 “더욱 우직하게 반도체라는 한 우물을 깊게 파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공적

서울대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를 모두 마친 보기 드문 ‘토종’ 공학자다. 1994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1998년부터 서울대 재료공학부에서 강의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을 견인한 D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소재와 함께, 새로운 메모리 소자인 저항 스위칭 메모리의 작동 원리를 연구해 미래 메모리 소자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2014년 영국왕립학회 펠로로 선정됐고 2014~2015년에는 대한민국 반도체 연구의 산실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지냈다. 2004년 제7회 젊은과학자상 대통령상, 2016년 과학기술진흥 대통령표창, 2018년 제2회 강대원상 등 굵직한 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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