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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작은 선행이 나쁜 행동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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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9월 29일 11:00 프린트하기

 

GIB 제공
GIB 제공

운동을 시작했지만 좀처럼 건강해지지 않았던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 있다. 운동을 한 만큼 군것질과 음주가 함께 늘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몸에 좋은 걸 하나 하면 좋지 않은 걸 하나 해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낳은 결과다.  안타깝게도 이런 현상은 다른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일례로 흡연자들에게 몸에 좋은 음식을 먹게 했더니 이후 담배를 더 많이 피게 되더라는 연구가 있다(Chiou et al., 2011). 좋은 걸 하나 했으니 나쁜 걸 하나 해도 괜찮다고 특별히 허가를 받은 것처럼 생각한다는 점에서 ‘허용 효과(licensing effect)’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착한 행동을 했으니 이제 나쁜 행동을 해도 될까? 


건강과 관련된 행동 뿐 아니라 허용 효과는 일상 생활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히 ‘도덕’ 행동과 관련해서 흔히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예컨데 사람들에게 자신이 한 ‘선행’에 대해서 떠올려보라고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도움 행동을 덜 보이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속임수를 쓰거나 게임에서 더 많은 보상을 가져가려고 하는 등 이기적이고 비도덕적인 행동을 더 많이 보이게 된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흑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거나 흑인 지원자를 뽑는 등 마이너리티에게 관대한 행동을 하고 난 후에는 정작 옆의 흑인과 거리를 두고 떨어져 앉거나 백인을 위한 정책에 더 찬성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Mann & Kawakami, 2012; Monin & Miller, 2001). 선행을 하나 했고 나는 이미 도덕적인 사람임이 밝혀졌으니 조금 ‘덜’ 도덕적인 행동을 해도 괜찮다고 여긴다 해서 ‘도덕적 허용 효과(moral licensing effect)’라고 불린다. 


사회심리 및 성격 과학지(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의외로 ‘유기농 음식’을 소비하는 것이 도덕적 허용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한다(Eskine, 2013). 연구자들은 유기농 식품이 대체로 ‘윤리적 소비’로 비춰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기농 음식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윤리적으로 우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 결과 본인은 선행을 줄이는 반면 다른 사람의 잘못에는 엄한 잣대를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유기농 마크가 붙은 음식 사진, 일반적으로 선호되는 음식(comfort food) 사진, 마지막으로 아무 음식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서 뇌물을 주거나 도둑질을 하거나 공공 기물을 훼손하는 등의 사람들에 대해 이들이 얼마나 비도덕적인지에 대해 물었다. 또한 실험이 끝난 후 도움이 급히 필요한 연구자가 있는데 몇 분 정도 시간을 내줄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다른 음식들보다 유기농 음식의 사진을 본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이나 아무 음식 사진을 본 사람들에 비해 봉사 시간을 적게 말했고 타인의 잘못은 더 크게 비난하는 경향을 보였다. 

 

선행 총량 보존 법칙


좋은 걸 접하고 좋은 사람이 되었다면 계속해서 좋은 행동을 하면 좋을텐데 왜 우리는 마치 선행에 ‘총량’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걸까? 


학자들은 성격이나 가치관의 일관성과 도덕 행동은 조금 다른 양상을 띈다고 본다(Blanken et al., 2015). 예컨데 외향적인 사람이 계속해서 일관되게 외향적인 행동을 하거나 특정 정치 성향의 사람이 계속해서 그 정치 성향을 고수하는 것에 비해 도덕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에는 좀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도덕적인 사람이 되는 데에는 자신의 이익이나 편안함에 반하는 ‘희생’이 요구 될 때가 많고, 따라서 선행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선행을 할 때의 이득과 비용을 저울질 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최소한의 선행’으로 ‘최대한의 도덕적 정체성’을 얻으려 하게 되고, 따라서 이미 도덕적인 행동을 해서 ‘나는 착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나면 추가적인 선행이 불필요해진다는 것이 학자들의 설명이다. 


많은 사람들의 도덕적 목표란 ‘대체로 선한 사람’이 되는 것이지 ‘항상’, ‘무조건’ 선한 사람이 되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언제나 모두에게 선한 사람은 호구가 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도 이것이 현실적인 목표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내가 스스로 나를 도덕적 인간이라고 느끼는 것과, 실제로 내가 그런 사람인지는 별개라는 점이다. 하루에 하나씩이면 모를까 어쩌다 특별한 선행을 했다고 해서 선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작은 선행 하나로 너무 큰 도덕적 우월감을 얻는 일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선행을 곱씹다가 생긴 큰 허용효과로 인해 나쁜 행동을 한 두개에서 여러개 하는 것도 가능하니 말이다. 가능하다면 총량이 정해지지 않은 선행을 목표로 삼아봐야겠다.  
 

 

참고

Blanken, I., van de Ven, N., & Zeelenberg, M. (2015). A meta-analytic review of moral licensing.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41, 540-558.

Chiou, W. B., Wan, C. S., Wu, W. H., & Lee, K. T. (2011). A randomized experiment to examine unintended consequences of dietary supplement use among daily smokers: taking supplements reduces self‐regulation of smoking. Addiction106, 2221-2228.

Eskine, K. J. (2013). Wholesome foods and wholesome morals? Organic foods reduce prosocial behavior and harshen moral judgments.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4, 251-254.

Mann, N. H., & Kawakami, K. (2012). The long, steep path to equality: Progressing on egalitarian goals.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41, 187-197.

Monin, B., & Miller, D. T. (2001). Moral credentials and the expression of prejudi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1, 33-43.

 

※ 필자소개
지뇽뇽.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등,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현재는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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