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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노벨상]30대 시작 50대 정점,60대 완성…축적의 시간 필요한 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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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노벨상]30대 시작 50대 정점,60대 완성…축적의 시간 필요한 노벨상

2018.09.30 13:00

1901년 이후 노벨과학상 수상자 599명 전수분석

노벨재단 제공
노벨재단 제공

올해도 과학자는 물론 일반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노벨상 발표 시즌이 돌아왔다. 1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2일 물리학상, 3일 화학상 등 과학상 수상자가 잇따라 발표된다. 
 
스웨덴 노벨재단 등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자들은 보통 20대에 박사 학위를 받고 안정적 연구 환경에서 30대 중후반 자신만의 독창적인 연구를 시작해 50대 초반 노벨상 수상의 계기가 되는 연구의 정점을 찍는다. 연구 시작에서 수상까지는 30년이 넘는 기간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노벨상 수상자들의 나이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특히 한 명의 천재보다는 여러 명이 머리를 맞대거나 혹은 서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면 획기적인 성과를 내서 상을 수상한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한국연구재단이 1901년부터 지난해까지 물리·화학·생리의학 등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 599명을 전수 분석한 내용을 담은 ‘노벨과학상 종합분석 보고서’ 내용이다.  노벨상 수상자 이력을 분석한 연구는 해외에서는 가끔 소개된 일이 있지만 국내에서 수상자를 체계적으로 전수 조사해 유형을 밝힌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남이 하지 않은 독창적 주제로 연구하고 논문이 장기간에 걸쳐 많이 인용되는 공통점이 있는 정도만 알려져 왔다. 하지만 수상자들 사이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공통점이 발견된다. 

 

연구재단의 보고서를 보면 최근 10년새 노벨상 수상자들은 평균 37.1세에 훗날 노벨상을 받게 된 연구를 시작했다. 53.1세를 전후로 연구에 정점을 찍고 60대 초반에 주요 학술상을 받고 평균 67.7세에 노벨상을 받았다. 핵심 연구 시작해서 핵심 연구가 끝날 때까지 17.1년이 걸렸고 노벨상을 받을 때까지 14.1년이 걸렸다. 노벨상을 받게 된 연구를 시작한데서 상을 받기까지 31.2년이 걸린 셈이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레이너 바이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만 해도 중력파 검출 연구에 관심을 가진 것도 이런 유형을 따른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자크 뒤보셰 스위스 로잔대 생물물리학과 명예교수와 요아킴 프랑크 미국 컬럼비아대 생화학분자생물학과 교수, 리처드 헨더슨 영국 의학연구위원회 분자생물학연구소 연구원도 30대 중반부터 각자 극저온전자현미경에 필요한 연구에 관심을 쏟았다.

노벨상 수상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 한국연구재단 제공
노벨상 수상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 한국연구재단 제공

하지만 이는 30대 중반 연구를 시작해 40대 연구를 완성하고 50대 연구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수상하던 20세기 평균 패턴보다는 10년 가량 늦다. 전체 노벨상 평균 수상 연령이 57세지만 최근 10년간 수상자 평균 연령이 67.7세로 올라간 것만 봐도 고령화 추세를 가늠할 수 있다.  

 

수상자들은 이밖에도 몇 가지 공통 패턴을 보였다. 그 중 하나가 수상자들 ‘프리 노벨상’으로 불리는 울프상과 생리의학 분야의 권위 있는 상인 래스커상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울프상의 경우  수상자 네 명 중 한 명, 래스커상은 기초의학 부문 수상자 절반이 수년내 노벨상을 실제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미국공학한림원이 주는 찰스 스타크 드레이퍼상을 받은 잭 킬비 전 미국 텍사스A&M대 교수(2000년), 조지 스미스 전 벨연구소 연구원(2009년), 나카무라 슈지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교수(2014년) 등 6명이 노벨물리학상을 받으면서 프리 노벨상의 반열에 합류했다.

 

남들도 참고할 연구한 '연구광들'

 

노벨상 수상자들은 젊었을 때부터 남들에게 읽히는 논문을 많이 쓴 ‘연구광들’이었다. 평생 291.8편의 논문을 쓰고 이들 논문은 평균 115.1회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연구와 관련된 논문은 8편, 이들 논문 한 편당 인용수는 1226.2회에 이른다. 특히 핵심 논문 31%는 수상자가 20~30대 시절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재단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이런 피인용수 기준으로 노벨상 수상자 평균치를 넘거나 3년내에 넘을 것 같은 국내 연구자가 13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국제 학술정보서비스 회사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옛 톰슨 로이터)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연구자 중 노벨상 수상 가능권에 있는 상위 0.1%에 포함된 유룡 KAIST교수와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 등도 포함됐다. 

 

특히 이 가운데 연구자 6명은  피인용수 기준으로 노벨상 수상자와 비슷한 성과를 이미 얻었다. 생리의학 분야에선 이서구 연세대 교수 물리학 분야에선 김필립 하버드대 교수, 정상욱 럿거스대 교수, 이영희 성균관대 교수이고 화학 분야에선 김광수 울산과학기술원(UNIST)교수와 현택환 서울대 교수다. 

 

21세기 노벨과학상 강국 일본의 교훈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배출한 나라는 미국으로 수상자 수만 263명에 이른다. 이는 2차 세계대전 등을 전후로 전 세계로부터 이민자를 받아들인 다민족 정책의 결과다. 그 뒤를 영국(87명), 독일(70명), 프랑스(33명), 일본(22명) 등 11개국이 10명 이상씩 노벨수상자를 배출했다. 노벨상 수상자를 1명 이상 배출한 나라를 포함하면 32개국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룩셈부르크와 파키스탄, 터키도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가까운 나라 일본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0년대 들어 16명의 수상자를 배출하며 미국 다음으로 많은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지난 201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가지타 다카아키 도쿄대 교수를 비롯해 일본 노벨 과학상 수상자 대부분은 초중고교 시절 과학에 영감을 받았고 대학에서 대학원을 진학하면서 본격적인 과학 연구에 뛰어들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학교 교사와 대학 교수의 지도와 역할이 컸다. 특히 일본 노벨 과학상 수상자 16명 중 14명은 모두 30세 이전에 대학과 연구소에서 들어가 일찍부터 안정적인 연구 환경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연구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역시 신진 연구자들이 비교적 젊은 나이에 안정적 환경에서 연구하면서 노벨상 수상으로 연결되는 성과를 낸 것이다. 이런 결과는 국내 현실과는 크게 반대된다. 


하지만 일본 과학계는 최근 과학자의 고령화, 신진 연구자 부족 등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의 과학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한 건 경제 침체를 이유로 R&D 투자를 게을리 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엔고 여파로 R&D 투자를 묶어뒀다. 2000년대 들어 노벨상을 받은 수상자들은 그런 영향을 받지 않은 황금기를 보낸 그 이전 세대다. 한국도 과학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과학 연구의 역동성을 잃어가고 있는 일본과 비슷하다. 

 

최근 들어 노벨 과학상은 과학자 혼자 받는 데서 과학자 2명 또는 세 명이 공동 수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10년간 수상자 90%가 공동 수상을 했고 특히 세 명이 공동 수상하는 경우가 70%에 이른다. 학제간 융합과 국제 교류가 늘면서 여러 명의 학자가 공동 연구를 통해 결과를 내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중력파 연구도 킵 손 칼텍 명예교수 등 세 명이 참여했다. 

 

노벨상을 받은 수상자들은 부부, 형제들도 있지만 상을 받은 스승을 영향을 받아 학문적 대를 이어 수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1972년까지 미국의 노벨상 수상자 92명 중 절반 이상인 48명이 노벨상 수상자 밑에서 연구를 했거나 지도를 받았다.  한 명의 스승 밑에서 다섯 세대에 걸쳐 수상자를 배출한 사례도 있다. 1909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독일 화학자 빌헬름 오스트발트의 경우 대학원생이던 벨터 네른스트가 1923년 화학상을 받은 이후 1960년까지 총 5세대를 거치며 노벨상을 휩쓴 명문 계보를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노벨상 수상자들은 제자들의 연구결과를 전문가에게 홍보하고 제자들은 어떻게 하면 스승처럼 노벨상을 받는지 잘 이해하면서 훗날 노벨상을 받는데 도움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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