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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해설하는 노벨상]21세기 면역학 키워드 '면역항암제' 노벨상까지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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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해설하는 노벨상]21세기 면역학 키워드 '면역항암제' 노벨상까지 받다

2018.10.02 12:00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암환자들은 자신의 건강과 새로운 암 치료법에 관심이 많다. 그런 암환자들로부터 요즘 가장 관심을 받는 키워드가 바로 '면역항암제'이다. 그런데 바로 이 면역항암제 개발의 근간이 된 발견을 한 두 면역학자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에 선정됐다.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암센터 제임스 앨리슨 교수와 일본 교토대 의대 혼조 다스쿠 명예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암세포에 대한 면역 반응에서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T세포는 원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제거하는데 특화된 세포로, 암세포의 제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T세포가 암세포를 ‘나’라고 인식하지 않고 ‘남’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암세포에서 일어난 돌연변이 때문이다. 암환자에서는 암세포에 대항하는 T세포의 기능이 매우 떨어진다. 그래서 암세포에 대항하는 T세포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방법을 개발한다면 이는 훌륭한 항암치료 방법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30-40년간 많은 면역학자들이 항암 면역요법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 동안 그다지 성공적인 항암 면역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T세포의 기본 특성을 연구하다가 효과적인 면역항암제 개발의 근간을 찾는 두 학자가 바로 앨리슨 교수와 혼조 교수다. T세포 연구의 초기에는 주로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T세포가 활성화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CTLA-4와 PD-1이라는 단백질이 발견되고 그 특성이 규명됐다. 이들은 T세포가 가지는 단백질이지만 T세포의 기능을 오히려 억제하는 기능을 가진다. T세포의 기능이 너무 과하게 활성화되어 오히려 우리 몸을 상하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 T세포는 이런 기능억제 단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CTLA-4와 PD-1 단백질을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T세포가 활성화된 뒤 너무 과하지 않게 막아주는 ‘관문’의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뒤이은 연구들에서 놀라운 사실들이 추가로 밝혀졌다. 암환자에서 발견되는 암세포에 대항하는 T세포의 표면에는 두 단백질이 매우 많이 늘어나 있는데 바로 이것이 암세포에 대항하는 T세포의 기능이 현저히 약화되는 이유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의 발견은 곧바로 신약개발로 이어졌다. CTLA-4나 PD-1이 T세포 기능을 약화하는 주요 원인이라면, 항체를 이용해 그 기능을 차단함으로써 암세포에 대항하는 T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렇게 anti-CTLA-4 및 anti-PD-1이라는 항체신약 개발이 시작됐다.  이런 과정에서 앨리슨 교수는 CTLA-4 단백질의 기능과 특성을 규명하고 anti-CTLA-4의 개발을 주도했다. 혼조 교수는 PD-1을 발견해 anti-PD-1 개발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에 노벨상을 받게 된 것이다.

 

항체신약의 효과는 기대이상이었다. 먼저 개발된 이필리루맙(여보이)라는 신약은 2010년 개발된 anti-CTLA-4로서 악성흑색종 환자에서 치료효과를 입증했다. 뒤이어 2012년에는 anti-PD-1 항체신약이 니볼루맙(옵디보) 및 펨브롤리주맙(키트루다)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됐다. 이들 항체 신약은 처음에는 악성흑색종이나 폐암(비소세포 폐암)에서 치료효과가 입증됐다. 하지만 점점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암 종류가 늘면서 지금은 특정 유형의 대장암, 간암, 위암, 신장암 등의 암환자들도 사용하고 있다.

(좌) 제임스 P. 앨리슨 미국 텍사스주립대 면역학과 교수, (우)혼조 타스쿠 교토대 교수
(좌) 제임스 P. 앨리슨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암센터 면역학과 교수, (우)혼조 다스쿠 교토대 명에교수

무엇보다 anti-PD-1과 같은 면역항암제는 한 종류의 암에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암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CTLA-4와 PD-1과 같은 ‘면역관문' 기능을 떨어뜨려 약효를 나타낸다는 의미에서 이런 면역항암제들을 ‘면역관문 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왜 이전에는 T세포를 활성화시켜 보려는 항암 면역요법 개발들이 실패로 끝났을까. 또  과연 면역관문 억제제는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질까. 항암 면역요법 개발을 자동차로 비유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멈춰선 자동차가 있는데, 앞으로 나아가게 하려고 엑셀레이터를 계속 강하게 밟아도 차가 안 나가는 이유를 자세히 보니 무언가가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는 브레이크만 살짝 놔줘도 자동차가 앞으로 나가는데 항암 면역치료 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말기 암 판정을 받은 환자 가운데 면역관문 억제제 치료를 받고 오래 살아남은 사례가 하나둘 의료현장에서 보고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면역관문 억제제는 기존의 항암제들이 보이는 심각한 부작용이 훨씬 적게 나타난다는 장점까지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면역관문 억제제는 항암치료의 만능 해결사일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앞에서 언급한 말기 암환자들의 장기 생존 효과는 대략 20%의 환자에게서만 나타난다. 또 최근에는 면역관문 억제제 치료를 받은 일부의 암환자들에서 오히려 암의 성장이 더 빨라지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많은 의과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면역관문 억제제의 효능을 극대화해서 궁극적으로는 말기 암환자도 완치시킬 수 있을까'하는 질문에 답을 찾고자 밤낮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세계적인 제약사들도 새로운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해 임상 의사들과 함께 기존의 항암 치료법들을 어떻게 병합하고 이용해야 항암치료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골몰하여 연구하고 있다.

 

기초과학이나 기초의학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많은 사람들은 이를 외면하고 당장의 먹거리나 당장 돈이 되는 신약 개발만을 요구하곤 한다. 하지만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어떻게 기초 의과학의 연구가 신약 개발로 이어져 환자들의 목숨을 구하게 되는지를 매우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 와중에 제약산업이 발전한 것은 덤으로 얻어진 성과이다.  20~30년이 걸렸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그리 긴 시간도 아니다. 한국의 과학자들에게도 충분한 관심과 지원을 쏟아주면서 20년을 기다려 달라고 말씀드린다면 지나친 요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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