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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이로운 단백질공장을 만들다…효소·항체설계자 3인에 노벨화학상(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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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이로운 단백질공장을 만들다…효소·항체설계자 3인에 노벨화학상(재종합)

2018.10.03 21:09
프랜시스 아놀드·조지 스미스·그레고리 윈터- 노벨위원회
프랜시스 아놀드·조지 스미스·그레고리 윈터- 노벨위원회

올해 노벨 화학상은 생체 내 단백질인 효소와 항체를 공학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한 세 명의 생화학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화학상 선정위원회는 3일 프랜시스 아놀드(62)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교수, 조지 스미스(77) 미국 미주리대 교수, 그레고리 윈터(67) 영국 분자생물학연구소 연구원 3명을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올해의 화학 수상자들은 진화를 통제하는 효소의 유도진화와 인류의 화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하는 항체와 단백질을 개발하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살아있는 생물을 화학적 공법으로 변화시켜 사람이 원하는 물질을 얻는 기술을 개척한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효소가 어떤 기능을 갖도록 진화하는 데는 자연상태라면 매우 긴 시간이 걸리지만 세 사람이 제시한 방식은 짧은 시간에 인간에게 필요한 기능을 가진 효소나 항체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진화의 힘'을 인간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놀드 교수는 원하는 성질을 갖는 효소를 만드는 ‘유도 진화’라는 개념을 창안했다. 원래 진화는 자연에 존재하는 개념으로,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해 자손을 많이 남기는 개체가 살아남아 번성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아놀드 교수는 DNA에 인위적으로 무작위 변이를 일으킨 뒤, 이 DNA를 박테리아에 넣어 무작위 변이 단백질(효소)을 생산하게 했다. 효소는 체내에서 일종의 열쇠와 같은 역할을 하는 단백질로, 딱 맞는 자물쇠를 만나면 스스로 열쇠를 돌려 원하는 생체 반응을 유도한다.

 

아놀드 교수는 이렇게 만들어진 변이 효소들을 자물쇠가 가득 담긴 일종의 ‘체’에 통과시켜 원하는 기능을 하는 효소만 걸러냈다. 이렇게 만든 효소만 모은 뒤 다시 변이를 만들어 체에 통과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면, 점점 더 원하는 기능을 갖는 효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스미스 명예교수와 윈터 교수는 이렇게 만든 효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유용한 기술을 개발했다. 박테리아에 기생하는 바이러스인 ‘파지’에서 단단한 단백질 껍데기 부분만 분리한 뒤, DNA 조각을 넣는다. 이렇게 만든 파지는 마치 ‘캡슐’처럼 DNA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용기가 되는데, 이 단백질 표면에 마치 ‘간판’처럼 원하는 항체나 효소를 전시(디스플레이)시킬 수 있다. 이후 이 간판만을 알아보는 단백질을 이용해 원하는 성질을 갖는 파지를 골라내면 효율적으로 원하는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다.

 

이들의 수상 업적은 신약을 개발하거나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데 널리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인체 유래 항체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정교한 항체 치료제 아달리무맙을 1990년대에 개발했다. 이 약은 2002년 상용화돼 류머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아달리무맙’으로 만들어진 류머티스관절염 치료제 ‘휴미라’는 현재 전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으로 유명하다.  그 외에 낭창 등의 자가면역질환과, 알차하이머 치매를 치료하기 위한 항체 치료제 등을 이 방식으로 개발 중이다.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선정한 노벨위원회에서 현장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화학상 선정위원회 위원들이 3일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아놀드 교수는 1956년생 미국 미츠버그 태생으로 9년 만에 탄생한 여성 노벨화학상 수상자다. 마리 퀴리(1911년 수상), 아다 요나트(2009년 수상) 등에 이어 5번째 수상자가 됐다. 스미스 교수는 1941년 생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이다. 윈터 연구원은 1951년생 영국 레스터에서 태어났다.

 

한편 한해에 두 명 이상 과학 분야 여성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 것은 역대 두 번째다. 앞서 2일 도나 스트리클런드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가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는 2009년, 화학상 수상자로 아다 요나스 이스라엘 바이즈만연구소 교수가, 생리의학상 수상자에 엘리자베스 블랙번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캐롤 그레이더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가 선정된 이후 9년 만이다.

 

세 사람은 상금 900만 스웨덴 크로네(약 11억2400만원)이 수여된다. 두 개 주제로 수상한 만큼 아놀드 교수가 반을 갖고 나머지 두 사람이 반반씩 나눠갖게 된다. 시상식은 알프레트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경제학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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