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과학자가 해설하는 노벨상]인간에 이로운 맞춤형 단백질 만들다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8년 10월 04일 19:23 프린트하기

이상엽 특훈교수. KAIST 제공.
이상엽 특훈교수. KAIST 제공.

올해 노벨화학상은 인간이 원하는 기능과 성능을 가진 단백질을 빠르게 만들고 찾아내는 기술에 주어졌다.

 

단백질은 세포내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누에 실크나 거미의 실크 단백질과 같은 구조단백질, 세포 내 반응을 촉진하거나 떨어뜨리는 효소, 면역에 관여하는 항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살아있는 생명체에선 필수적인 구성 요소이다.

 

DNA로부터 RNA가 만들어지고 그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생물학의 기본 원리로부터 DNA서열에 변화가 생기면 단백질 서열도 달라지는 것은 오래 전부터 잘 알려져 있다. 실제 살아있는 생명체는 DNA에 변이(혹은 복제시 오류)를 통해 다양한 변형된 단백질들을 만들고 이런 변이 단백질들을 가진 세포나 그 세포들로 구성된 개체들 중 주어진 환경에서 더 잘 살아남는 개체들로 진화해왔다. 


1970년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등장하면서 인간 유전자를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에서 발현시켜 단백질을 대량생산하는 방법이 제시됐고 1990년대 들어 세포의 대사네트워크 전체를 재설계해 유용한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대사공학으로 발전했다. 대사공학에선 효소를 잘 만들어 세포 내에서 적정량으로 발현하도록 해주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전에는 대사공학에서 사용하는 효소들을 자연계에서 찾아 활용했다. 하지만 우리가 유용 연료, 고분자, 용매, 의약품으로 사용하는 화학물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데 효소의 성능이나 기능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았다. 올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두 가지 기술들, 즉 ‘유도진화(directed evolution)’과 ‘파지 디스플레이(phage display)’기술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올해 수상자 중 한 명인 프랜시스 아널드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가 유도진화 기술을 개발한 시점은 윌렘 핌 스테머(Willem Pim Stemmer) 박사(2013년 작고)가 DNA 셔플링(DNA shuffling)이라는 기술을 개발한 시점과 공교롭게 비슷하다. 이들 두 기술은 단백질 유도진화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기술 모두 단백질을 만드는 청사진을 제공하는 DNA 서열을 실험실에서 빠르게, 많은 종류로 변이를 시킨 후 발현시켜 수많은 종류의 단백질 라이브러리를 만들고, 그 중에서 원하는 기능을 가진 단백질을 빠르게 검색하는 기술이다. 자연 진화를 통해 얻는 단백질 종류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단백질을 빠르게 만들어 낼 수 있어 원하는 단백질을 찾아낼 확률이 높다.

 

특히 이 기술은 단백질의 특정 부위만을 집중적으로 변이를 줘서 찾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등 더욱 다양한 기술로 발전했다. ‘유도진화’는 필자와 같이 대사공학 연구를 하는 사람뿐 아니라 단백질을 다루는 대부분의 과학자에게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이 됐다. 생체시스템이나 그 일부를 활용하여 화학물질이나 의약품 등 유용물질들을 바이오 기반으로 만들 때 핵심적으로 쓰이는 기술인 것이다.

 

올해 노벨 화학상의 또 다른 주인공인 조지 스미스 미국 미주리대 교수와 그레고리 윈터 경(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이 개발한 '파지 디스플레이'기술에서 파지(박테리오파지 약자)는 동식물세포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처럼 박테리아를 감염시킨다. 파지는 자기 복제를 위해 바이러스처럼 숙주세포가 필요한데 바로 이 숙주세포가 박테리아인 것이다.  최근 유전체 편집 도구로서 각광을 받고 있는 크리스퍼(CRISPR)기술은 박테리아가 파지의 감염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작동시키는 시스템 중 하나다.

 

파지의 DNA에 의해 코딩되는 유전자 중에는 파지의 표면단백질을 만드는 것들도 있다. 이 표면단백질 유전자에 우리가 원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서열을 함께 연결해서 발현시키면 파지는 그 유전자가 뭔지도 모른채 발현하며, 이렇게 만들어진 재조합단백질이 파지의 표면에 나타난다. 예를 들어 항체 일부 중 항원을 인식하는 부위를 코딩하는 유전자를 함께 연결하여 발현시키면 그 항체의 일부가 파지 표면에 발현이 되는 것이다. 이 항체 유전자 서열을 ‘유도진화’ 경우처럼 많은 종류로 변이를 주어 발현시키면 다양한 항원인식 항체 부위를 라이브러리 형태로 생성할 수 있고 이들을 빠르게 검사해서 원하는 항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이 기술을 써서 만들어진 항체의약품인 아달리무맙(상표명 휴미라)은 류마티스 관절염 같은 면역질환을 치료하는 블록버스터 생물의약품으로서 큰 획을 그었다. 파지 디스플레이 기술은 그후 필자도 연구를 해온 세포표면발현(cell surface display)기술 등으로 변신하며 ‘유도진화’기술과 더불어 대사공학을 포함한 생명공학 전반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기술을 오랜 기간 활용해 온 필자로서는 감회가 남다르다. 유도진화 기술을 개발한 프랜시스 아널드 교수가 국제학회와 여러 자문위원회에서 자주 만나는 친구라는 점도 그렇지만 필자와 같은 화학공학자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발표가 나는 순간 대사공학이라는 훨씬 더 복잡한 전략을 개발하고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내기 위해 밤낮없이 연구하는 제자들 생각이 제일 먼저 났다. 그리고 머리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나의 사랑하는 제자들, 나중에 너희들 중에서 노벨 화학상 수상자가 나올 것만 같다.”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연구원장

leesy@kaist.ac.kr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8년 10월 04일 19:23 프린트하기

 

혼자보기 아까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해 보세요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7 + 4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