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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지속가능한 행복을 위해 '엉뚱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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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3일 11:00 프린트하기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행복을 성취할 수 있을까? -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행복을 성취할 수 있을까? -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그 후로 영원히 행복했답니다”라는 말처럼 하나의 행복한 일로 이후 평생 행복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들은 행복에 금새 익숙해지고 만다. 처음에는 정말 좋아보였던 물건도 사서 며칠 쓰고 나면 그저그렇게 느껴지고 오래 노력해서 원하던 학교나 직장에 가도 기쁨은 잠시뿐 어느새 새로운 과제들과 지겨운 업무, 지긋지긋한 인간관계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렇게 “이거 하나면 되면!” 이후 삶이 쭉 피고 아주 행복해질 거라고 하는 예상은 자주 어긋나고 만다.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너무나 좋았던 일이 금새 익숙한/별 거 아닌/시시한 일이 된다. 거기다 괜히 ‘기대치’만 더 높아져서 더 큰 무엇을 바라게 된다. 이번에는 이것만 가지면, 그 다음에는 저것만 가지면 정말로 행복해질 것 같지만 그런 현상은 잘 관찰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더 많이 애쓰지만 점점 만족이 어려운 상태가 되어 행복은 늘 제자리인 현상을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라고 부른다(Diener et al., 2006). 더 큰 행복을 찾아 끊임없이 걷지만 결과는 늘 제자리라는 뜻이다. 


이렇게 더 많이 가짐으로써 행복도를 증가시키는 시도가 대체로 헛되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많은 연구자들이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행복을 성취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가졌다. 얼만큼을 가지느냐보다도 가진 것에 금방 익숙해져버리는 것이 문제라면, 익숙함을 되돌리는 방법은 없을까? 예컨데 아이에게 장난감을 한가득 사다주어도 금방 질려버리는 것이 문제라면, 동일한 장난감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가지고 놀게 하는 등 노는 ‘방법’을 다양하게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Hsee et al., 2008)?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Riverside)의 심리학자 소냐 류보머스키(Sonja Lyubomirsky)는 저서 에서 ‘작은 일탈’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예컨데 매일매일 같은 길로만 다니고 있다면 어느 날은 가보지 않은 다른 길로 가본다든가 매일 비슷한 음식을 먹고 있다면 어느 날은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새로운 음식을 시도해보라는 것이다. 또는 지금껏 들어보지 않은 새로운 장르의 음악 들어보기, 수년간 매일 지나다녔지만 한 번도 들어가보지 않은 가게에 들어가보기 등 매일의 일상에서 조금만 변화를 줘도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을 훨씬 새롭고 흥미롭게 느끼며 특별한 일 없이도 잘 새로운 행복을 추수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익숙한대로, 또는 유행에 따라 별 생각 없이 판에 박힌 일상을 살기 쉽기 때문에 일부러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최근 긍정심리학지에 실린 한 연구(Conner et al., 2018)에 의하면 딱히 특별하지 않아도, 조금 기발하거나 엉뚱한 창의적인 행동 역시 우리의 행복도를 끌어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약 2주 간 매일매일 사람들에게 그 날의 행복도와 그 날 얼마나 엉뚱하거나 기발한 생각 또는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전 날 창의적인 행동을 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다음 날에도 더 높은 행복도를 보이는 경향이 나타났다. 창의적인 행동을 했을 때 그 다음 날 자신의 삶이 흥미롭고 의미있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또한 함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은 엉뚱함이 가져다 주는 행복이 생각보다 크고 오래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미래를 상상해서 그림을 그리는 등 새롭고 엉뚱한 상상을 자극하는 과제들이 너무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바람은 현실적이어서 아침에 침대에 누워 있는 채로 씻겨주고 이빨 닦아 주고 밥 먹여주고 학교 의자까지 자동으로 태워다 주는 로보트 같은 것만 줄창 그렸었다. 당시 학교 숙제였던 일기에도 우리 동네에 나쁜 사람들이 쳐들어 온다면 어떻게 방어할 것인지 상상해서 각종 트랩을 심어놓을 장소를 지도로 그린다던가.. 어떤 만화를 봤고 만화에서 뭐가 제일 재밌었고 같은 이야기만 줄창 써놨었다. 하루는 딸기 우유, 초코 우유는 있는데 왜 레몬 우유는 없냐며 레모나를 우유에 부어서 전자렌지에 돌렸다가 알 수 없는 덩어리(아마 치즈)가 둥둥 떠있는 이상한 액체를 만들고 엄청 신기해했던 기억도 있다. 아직도 기억이 나다니 정말 즐거웠던 모양이다. 어느새 시간이 지나 지금은 엉뚱함이 많이 줄어든 것 같지만 다시금 엉뚱함을 추구해봐야겠다. 

 

 

참고

Conner, T. S., DeYoung, C. G., & Silvia, P. J. (2018). Everyday creative activity as a path to flourishing. The 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13, 181-189.

Diener, E., Lucas, R.E., & Scollon, C.N. (2006). Beyond the hedonic treadmill: Revising the adaptation theory of well-being. American Psychologist, 61, 305–314.

Hsee, C. K., Hastie, R., & Chen, J. (2008). Hedonomics: Bridging decision research with happiness research.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3, 224-243.

 

※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등,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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