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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국제기준 충족하고도 임상시험 못하는 이종장기 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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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7일 13:56 프린트하기

16일 개최된 심의회 모습. -사진 제공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16일 개최된 심의회 모습. -사진 제공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국내 연구진이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안전한 ‘이종이식’ 기술을 확보한 가운데, 세계 최초로 국제적 윤리 규격에 맞춘 안전한 임상시험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아직 관련 규제나 소관 부처가 국내에 없어, 법 개정이나 재해석을 거쳐야 하는 등 난관이 예상된다.

 

서울대 의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XRC)은 16일 이종이식 윤리 국제전문가 7명을 초청해 이종이식 기술이 과학적 안전성과 효용성을 갖췄는지 점검하는 심의회를 개최했다. 그 결과 전문가들로부터 세계 최초로 국제 기준을 준수하는 이종이식 임상시험을 개최할 기술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확인하고, 내년 1월 실시를 목표로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이식 임상시험은 1997년과 2005년 스웨덴과 중국에서 각각 시도된 적이 있다. 하지만 다른 장기이식용 면역억제제를 사용해 실시되는 등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뤄졌다. 더구나 국제적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져 윤리적으로 올바른 임상시험이었다고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였고, 현재는 여러 단계의 ‘조건’을 통해 국제적 윤리 규격을 마련한 상태다.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홈페이지.
-사진 제공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홈페이지

XRC는 돼지의 장기를 이용해 사람에게 이식해도 면역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이종장기를 연구해 왔다. 난치병인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이종췌도와, 각막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이종 각막 이식이 중점 연구 대상이다. 

 

박정규 XRC 단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사람에게 감염되는 균이 없는 무균 돼지를 오래 보유해 왔고, WHO의 가이드라인이 밝힌 대로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시험을 거쳤다”며 “기준을 충족하 유일한 연구팀인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심의회에 참석한 리처드 피어슨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세계이종이식학회 윤리위원장)도 “우수한 과학적 결과와 인류를 보호한다는 철학, 실험 윤리를 고찰해, 최초로 임상시험을 국제적 규제에 맞춰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확보한  이종이식  기술은 세계 최초로 국제 가이드라인에 들어맞는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실제 임상시험에 들어가지 못한다. 박 단장은 “임상시험 자체는 지금의 법(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과 규제 하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하지만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국제 규격에 맞는 임상시험을 하려 몇 가지 지켜야 할 조건이 있는데, 그것을 강제할 법이나 규제가 한국에 없어 시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담당자를 문의해도 아직 적절한 담당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이식 환자의 평생 추적조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이식을 받은 환자가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겪지 않는지 평생 추적조사해야 하는데, 현행법에서는 환자에게 이런 조사를 받게 강제할 근거가 없다. 권복규 이대목동병원 연구대상자보호센터장은 “이종이식 대상자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포함시키도록 유권해석을 받는 방법과, 법 자체를 개정하는 방법을 타진 중”이라고 밝혔다. 유권해석이나 법률 개정이 잘 될 경우, 첫 임상시험은 내년 1월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연구단은 첫 임사시험을 안전성을 최우선시해 소규모로 진행할 뜻을 밝혔다. 췌장 이종이식을 주도하고 있는 김광원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해 안전성을 확인한 뒤 대규모 임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첫 임상 환자는 수면 시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저혈당 수반 1형 당뇨 환자 등 시급한 환자를 중심으로 임상시험 대상자를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어슨 교수는 “미국식품의약국(FDA)는 이미 2000년대 초부터 논의를 통해 이종이식 심의회를 구성하는 등 윤리 관련 규제를 마련한 상태”라고 밝혀, 기술을 보유하고 국제적 윤리 가이드라인을 충족할 조건을 갖추고도 규제 때문에 임상시험을 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와 묘한 대조를 이뤘다. 피어슨 교수는 “소관 부서 구성이 문제라면, 관련해 언제든 FDA의 조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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