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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남자색 여자색 따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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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0일 10:00 프린트하기

고작 색깔 가지고 여성성이나 남성성을 규정하려는 시도들이 참 덧없다 느껴지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색깔과 성별에 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어떤 색깔들은 정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특정 성별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을까? 서로 다른 성별의 사람들은 날 때부터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자신의 성별에 적합한 색깔을 선호할까?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관찰했을 때 여자 아이들은 대체로 분홍을 좋아하고 남자 아이들은 파랑을 좋아하더라는 보고들이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이다.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타고난 대로만 살지 않는다. 숨쉬듯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흡수하고 사회에서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행동들을 학습한다. 색깔에 대한 선호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 태어났을 때부터 여자 아이들은 ‘여자답다’고 여겨지는 분홍색 옷에 분홍색 장난감 같은 자극에 둘러쌓여 살게 된다. 남자 아이들 또한 그렇다. 따라서 성별에 따른 특정 색상 선호가 정말 선천적인지 아니면 사회적으로 학습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많다.

 

부모와 사회의 영향을 하나도 받지 않은 아이들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미 여성답다거나 남성답다는 기준이 정해져있는 사회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구해서는 답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기준과 조금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는 사회의 아이들(Himba 부족)을 대상으로 색상 선호를 연구한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결론은 성별에 따른 특정 색깔 선호는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Taylor et al. 2013).


또 다른 연구에서는 분홍이나 파랑에 대한 선호가 만 2세 이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보고했으며(Jadva et al. 2010) 아이들이 나이가 들수록 더 자신의 성별에 맞다고 여겨지는 색상을 선호하게 된다고 보고했다. 또한 과거에는 지금처럼 여자-분홍, 남자-파랑의 공식이 분명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는 학자들도 있다. 분홍이 남성적이고 파랑이 여성적이라고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고 한다.

 

최근 홍콩 대학의 연구자 수이핑 영(Sui Ping Yeung)은 자신의 연구에서 5세-7세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성별에 따른 색상 선호가 주변의 영향에 의해 얼마나 쉽게 학습되는 것인지를 보여주었다(Yeung & Wong, 2018).


연구자들은 아이들에게 노랑이나 초록색을 보여주며 한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노랑은 여자색이고 초록은 남자색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다른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무엇이 여자색이고 무엇이 남자색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다시 아이들에게 모양은 같지만 색깔만 초록색이거나 노란색으로 다른 장난감을 여러 쌍 보여주고 둘 중 어떤 것을 가지고 놀고 싶은지 물었다.


그 결과 노란색이나 초록색이 여자색이거나 남자색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은 아이들은 성별에 따라 특정 색깔 장난감을 더 좋아하거나 덜 좋아하는 현상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특정 색상이 자신의 성별과 어울린다거나 어울리지 않는다는 정보를 들은 아이들은, 남자아이들의 경우 연구자들이 남자색이라고 했던 초록색 장난감을, 여자아이들의 경우 여자색이라고 했던 노란색 장난감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흥미롭게도 남자색과 여자색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룹에서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특히 ‘남자’아이들이 더 퍼즐을 잘 맞추는 등 이후 성과가 향상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남성성 vs. 여성성의 분류가 그 자체로 남성들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 듯 보인다고 언급했다. 남성적인 것이 여성적인 것보다 우월하게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한 몫 할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성별에 따른 선천적 차이가 존재하느냐는 문제와 별개로, 많은 경우 집단의 특성이 개인의 특성을 규정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A반이 B반 보다 수학 성적이 평균적으로 3점 더 높다고 해서 A반의 모든 학생이 B반의 모든 학생보다 똑똑하다거나 A반 학생들은 전부 날때부터 B반 학생보다 우월했다고 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참고

Jadva, V., Hines, M., & Golombok, S. (2010). Infants’ preferences for toys, colors and shapes: Sex differences and similarities. Archives of Sexual Behavior, 39, 1261–1273.

Taylor, C., Clifford, A., & Franklin, A. (2013). Color preferences are not universal.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42, 1015–1027.

Yeung, S. P., & Wong, W. I. (2018). Gender Labels on Gender-Neutral Colors: Do they Affect Children’s Color Preferences and Play Performance? Sex Roles, 79, 260-272.

 

※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등,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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