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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운의 곤충記]생태계 망나니 '붉은불개미'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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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7일 14:06 프린트하기

작년 추석 이후 며칠 전까지 2년 여 동안 온 나라를 들썩이며 많은 사람들의 신경을 건드리는 주인공은 붉은불개미(Red Imported Fire Ant)였다. 하찮은 벌레라고 가볍게 여겼던 곤충 한 종이 전 국민을 이렇게 하나의 주제로 몰입시킬 수 있다니 위력이 대단하다. 하지만 제한된 정보만을 근거로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서슴없이 언론에 풀어놓고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최근의 사태는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현상들이다. 외래종인 붉은불개미에 대한 올바른 생물학적 접근으로 걱정을 줄일 수 있다. 

 

붉은불개미(여왕개미와 일개미)
붉은불개미(여왕개미와 일개미)

대부분의 생물들은 새로운 서식처나 자원들을 찾아나서는 고생을 하지 않고 되도록 주어진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법을 배운다. 생명을 건 이동(Migration)은 현재 살고 있는 서식처에 토착하고 있는 질병을 피하거나 지역을 달리하여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여 대를 이어 번식하기 위함이다. 캐나다와 미국 동부에 살던 모나크 나비가 큰 무리를 지어 멕시코까지 이동하는 사례나 유럽에서 지중해를 건너고 북아프리카와 사하라 사막을 거쳐 열대 아프리카로 가는 장거리 이동을 하는 작은멋쟁이나비는 대표적인 곤충의 대이동이다. 

 

모나크나비, 작은멋쟁이나비
모나크나비, 작은멋쟁이나비

짝짓기 할 때 잠간 사용하는 투명하고 연약한 날개를 지닌 붉은불개미에게 산맥은 너무 높고 바다는 너무 넓다. 최소한 모나크나비, 작은멋쟁이나비 정도의 큰 날개 짓이어야만 이동이 가능한 일이므로 정든 곳을 떠나 우리나라로 옮겨 온 붉은불개미에게 이동은 이들 나비처럼 생존 전략이 아니었다. 완전히 다른 기후와 식생에서 살다 인적, 물적 교류로 우리나라에 툭 떨어져 느닷없이 외래종이라는 멍에를 쓴 것이다. 

 

점점 뜨거워지고 평평해지는, 하나로 연결 된 지구에서 외래종 문제는 전 지구적인 고민으로 생물의 이동을 막을 방법은 없으며 수그러들기 어렵다.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물자가 오가는 무역이나 인간의 교류가 만만치 않은데 어찌 우리 몸에 붙어 오질 않을 것이며 어떻게 컨테이너에 달려오지 않을 수 있나? 

 

외래곤충(꽃매미, 등검은말벌)
외래곤충(꽃매미, 등검은말벌)
외래곤충(신부날개매미충, 매미나방, 갈색여치)
외래곤충(신부날개매미충, 매미나방, 갈색여치)

북미 대륙에서 한해 평균 8만명이 쏘여 100여명이 사망’한다는 문구로 붉은불개미에 대한 혐오가 시작되었던 것 같다. 사람을 죽이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파괴자로 갑작스레 집중 공격 대상이 되었다. 뒤늦게 “일본 환경성에 게시된 자료를 활용한 것이었는데 일본에서도 이 자료를 내린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아무런 죄책감 없이 남 이야기 하듯 지나가버린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변명이 들끓는 여론을 잠재울 수 없었다. 발 빠르게 예방적 차원의 조치를 하려는 시도는 이해하지만 부정확한 자료로 과장되게 포장하여 많은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어 까닭 없이 부정적 시각만 불러 일으켰다. 전문성을 갖춰야 할 관계 기관의 허술한 대처로 사태를 키운 게 첫 번째 잘못이었다.
 

한국홍가슴개미의 큰턱(SEM)
한국홍가슴개미의 큰턱(SEM)

처음 발표 된 기사에 살을 붙여 붉은불개미와 전쟁을 하자는 태세로 바깥에서 온 침략자, 살충제인 DDT보다 2~3배 독한 솔레놉신이라 불리는 독성으로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살인개미란 이름을 붙였고, 사람뿐 아니라 가전제품이나 전선도 씹어 먹는 습성을 이야기하며 악명을 퍼뜨렸다. 그러나 붉은불개미가 주로 사는 곳은 온도, 습도 등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견딜 수 있는 산이나 숲의 땅 밑이어서 인간과 충돌할 일이 거의 없다. 풀숲에서 갑자기 마주칠 때 자신의 집과 새끼를 지키기 위해 공격성을 보이지만 굳이 인간과 일삼아 싸우지는 않는다. 게다가 독성도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보통 개미들이 갖고 있는 포름산처럼 쏘이면 아프고 가려운 정도의 독성이라는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 거대한 크기의 장수말벌부터 국내산 벌목 곤충의 독성에 비하면 붉은불개미의 위험 정도는 새 발의 피다. 

 

벌과 개미 비교
벌과 개미 비교

붉은불개미는 성격이 포악하고 천적이 없어 토착종을 몰아내고 농작물을 훼손하는 등 기존 생태계를 해칠 것’이라는 기사도 계속 증폭되고 있다. 생태계를 점령한 점령군 같은 불청객처럼 보이는 붉은불개미이지만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작동하고 있는 생태계 내의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에서 보면 결코 독주를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도마뱀, 두꺼비, 새부터 개미귀신(Antlion) 개미집귀뚜라미(Ant-loving Cricket)라 불리는 곤충까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잡아먹으려는 포식자와 개미살이맵시벌같은 기생자까지 천적은 바글바글하다. 비록 도입 초기에는 그들의 존재를 잘 몰라 머뭇거리다가 차차 먹이로 인식하면 좋은 먹잇감이 될 것이다. 그 유명한 황소개구리나 블루길을 잡아먹는 물장군이 나타나고 꽃매미나 매미나방을 박새나 잠자리, 파리매, 침노린재가 포식하고 고치벌이 기생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된다. 그들의 생태를 전혀 모른 채 불과 8차례에 불과한 출현으로 이런 잣대를 들이대는 건 너무 섣부르다. 

 

개미귀신
개미귀신
개미집귀뚜라미
개미집귀뚜라미
개미살이맵시벌
개미살이맵시벌
물장군의 외래종인 블루길 황소개구리 포식 장면

이 모든 오해를 덮을 수 있는 근거로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의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을 거론하지만 사실 IUCN은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서식지와 멸종위기종을 선정하고 보호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악성 침입 외래종 지정은 각 국에서 제출한 샘플을 지정하고, 알아서 준비하라는 권고문의 성격이며 절대적 기준을 정한 것이 아니다. 그 자료조차도 최신화하지 않은 20여 년 전 자료로 등검은말벌, 꽃매미 등 인체나 농업에 치명적인 외래종들은 전혀 반영이 되지 않았다. 사실 지구 환경문제를 다루기 위한 유엔전문기구는 유엔환경계획(UNEP)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IUCN 세계 100대 침입 외래종(육상 곤충)
IUCN 세계 100대 침입 외래종(육상 곤충)

인간에 의해 억지로 도입되어 갑작스럽게 살인 개미로 몰아붙여 혐오와 증오의 대상이 되었지만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 교역물품이 다양해지고 아열대 작물의 재배가 확대되면서 곤충 유입경로가 다변화되고, 지구온난화로 갑작스레 들어온 곤충이 잘 적응할 수 있는 기후로 한반도의 환경이 바뀌고 있다.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생태 변화로 훨씬 많은 아열대성 곤충이 유입될 것이고 그럴 때마다 문제를 유발하겠지만 이들이 폭발하지 않도록 천적들이 외래종을 제압할 수 있는 온전한 환경을 보전하는 길이 같이 사는 방법이다. 

 

경계색인 붉은색과 시뻘건 불을 합쳐 정말로 핫(hot)한 붉은불개미로 이름을 만들었으니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두려운 존재지만 자연 속에서는 그저 한 종류의 곤충이다. 외래종이라며 그들을 깡그리 없애려 하거나, 한 마리의 벌레도 없는 세상을 이상향이라 생각하는 일은 옳지 않다. 지구 전체 약 70% 생물체인 곤충을 다 죽이면 인간은 무얼 먹고 살 수 있으며 그 많은 쓰레기를 누가 처리하나? 실상 그 피해는 온전히 사람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붉은불개미가  뒤틀려 있는 자연과의 관계를 조화롭게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 참고문헌

- Talavera, G. et al. (2018). Round-trip across the Sahara: Afrotropical Painted Lady butterflies recolonize the Mediterranean in early spring. Biology letters, 14(6), 20180274.

- Soorae, P. S. (2016). Global Reintroduction Perspectives: 2018. Case studies from around the globe. by: IUCN/SSC Reintroduction Specialist Group & Environment Agency-Abu Dhabi.

- Lowe, S, et al. (2000). 100 of the world's worst invasive alien species: a selection from the global invasive species database (Vol. 12). Auckland: Invasive Species Specialist Group.

- 이강운(2018). 곤충도 고향 찾아 장거리 이동한다, 대를 이어. <한겨레 물바람숲>
(http://ecotopia.hani.co.kr/?act=dispMediaContent&mid=media&search_target=title_content&search_keyword=%EC%9D%B4%EA%B0%95%EC%9A%B4&document_srl=472682)

 

 

※ 필자소개
이강운 곤충학자 (holoce@hecri.re.kr)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사)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이며 국립인천대학교 매개곤충 융복합센터 학술연구 교수. 과학동아 Knowledge 칼럼 ‘애벌레의 비밀’을 연재했다. 2015년 ‘한국의 나방 애벌레 도감Ⅰ Caterpillars of Moths in Korea Ⅰ’(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2016년 캐터필러 Ι, 2017년 캐터필러Ⅱ(도서출판홀로세)를 지었다.

 

 

※편집자주. 곤충은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지구에 왔고, 지금도 우리보다 더 많은 수가 지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라진 뒤에도 곤충은 여전히 지구를 지키겠지요. 하지만 도시의 삶에 익숙해진 우리의 눈과 마음에서 곤충은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곤충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생명의 신비에서도 멀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 곁을 지키는 곤충들의 한살이와 생태를 담은 글과 사진을 준비했습니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해 주는 작은 알림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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