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한반도 수놓는 화려한 단풍, 그 가을 정취가 사라진다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8년 10월 18일 13:00 프린트하기

가을이 되면 빨간색 노란색으로 형형색색 변하는 단풍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전국 각지를 물들이는 화려한 단풍은 이번 주말부터 이달 말까지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후변화에 따라 아름다운 단풍의 양상이 조금은 달라질지 모른다고 합니다. 온도와 강수량 등 기후변화는 많은 종의 생물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가을 단풍의 색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살펴보겠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단풍이 물드는 원리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고 낮 기온도 20℃ 내외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맘때쯤 초록색 나무들이 가을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빨간색, 노란색, 갈색 등 가을 잎은 다양한 색상으로 변화하는데요. 먼저 평소 나뭇잎의 초록색은 엽록소 때문입니다. 

 

모든 식물의 세포에는 광합성을 하는 엽록소와 이를 돕는 보조색소가 있습니다. 가을에 기온이 떨어지면 나무는 잎으로 수분과 영양소가 빠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 입과 가지 사이에 막을 치고 엽록소 생산을 멈춥니다. 엽록소가 줄어들며 녹색이 사라지고 카로틴과 크산토필, 안토시아닌 등의 보조색소가 빛을 발하게 됩니다. 
 
카로틴과 크산토필은 노란 단풍을 만듭니다. 이 색소들은 일년 내내 나뭇잎에 존재하지만 엽록소에 가려져 있다가, 엽록소의 농도가 줄어들면서 점차 노란 색채로 나타납니다. 붉은 색은 안토시아닌 색소 때문입니다. 나무들은 늦여름부터 잎에 있는 당으로 안토시아닌을 생성합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탄닌 색소로 인해 나뭇잎이 갈색으로 변합니다.

 

 나뭇잎의 색소들. 아래에서부터 엽록소. 카로틴, 안토시아닌. - 영국 노팅엄대학교 제공
나뭇잎의 색소들. 아래에서부터 엽록소. 카로틴, 안토시아닌. - 영국 노팅엄대학교 제공

 

따뜻해지는 기온 
   
나무들의 월동준비인 단풍은 추운 날씨와 관련이 큽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추위가 오는 시기가 늦춰진다면 단풍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요? 지구 생태 및 생물지리학 저널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 미국의 생물학 연구팀은 3000에이커(약 12㎢) 규모의 숲에서 18년 간 단풍에 대한 장기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2099년까지 기후 예측을 바탕으로 통계 모델링을 통해 단풍의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가을 단풍이 드는 시기와 누적량이 해당 연도의 기온과 강수량 등의 변화와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혔습니다.  

 

연구팀에 분석에 따르면 단풍의 시기는 지난 18년 간 약 5일 정도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예측 모델에 따르면, 2099년까지 불과 섭씨 1.5~2℃의 온난화가 예상되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 1주일 정도 더 지연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줄어들지 않을 경우 기온은 5.6℃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며, 단풍 시기는 오늘날보다 거의 3주 늦어질 전망입니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생물학자 앤드류 리처드슨은 “날씨 변화에 민감한 나무들은 기후가 따뜻해질수록 단풍이 늦게 들거나, 단풍이 물드는 과정에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초가을 따뜻한 주말에 단풍놀이를 계획하는 일은 화려한 색채의 단풍을 보기 위한 과학적인 생각과 거리가 매우 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단풍 시기가 늦어지면 나무의 성장도 연말까지 연장될 것입니다. 숲에 서식하는 많은 동물은 겨울준비를 위해 잎 색깔의 변화와 먹이의 근원에 민감합니다. 단풍이 지연될 경우 주변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 높아지는 기온으로 인해 곤충, 곰팡이, 박테리아와 같은 해충이 더 많이 퍼질 수도 있습니다. 

 

단풍이 지연될 경우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픽사베이 제공
단풍이 지연될 경우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픽사베이 제공


일조량과 강수량의 변화

 

햇빛도 단풍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안토시아닌은 세포 내에 당이 많을수록 많이 합성됩니다. 나무가 오후에 광합성을 많이 하면 당분 생성량이 늘어 더 많은 양의 안토시아닌이 합성돼 단풍이 선명해집니다. 반면에 기후 온난화로 가을이 오는 시기가 겨울철로 늦춰져서 태양의 천정각이 낮아지거나, 높은 강수량과 미세먼지로 인해 일조량이 줄어들 경우 선명한 단풍을 보기 힘들어집니다. 나무의 광합성 수행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당의 저장량이 낮아져 안토시아닌 합성을 저해하기 때문입니다. 

 

보조색소 중에서도 붉은 빛을 띠는 안토시아닌은 특별합니다. 나무들이 월동 준비에 전력을 다할 시기에 에너지를 사용해가며 안토시아닌을 만드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안토시아닌은 자외선으로부터 식물을 보호하는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어 식물의 광 피해를 줄입니다. 또 다른 식물이나 해충으로부터 생존을 방해받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안토시아닌은 시원한 온도에서 나무는 잎 속에 당분을 유지해 안토시아닌 생성으로 이어지지만, 날씨가 따뜻하면 당분이 식물의 다른 부분으로 이동합니다. 다량의 비료를 사용하거나 오염된 비로 인해 과도한 질소가 토양으로 쏟아질 경우 나무에 당분을 덜 저장시키므로 단풍이 제 색깔을 갖기 힘들어집니다.  

 

안토시아닌으로 붉게 물든 단풍나무 – 픽사베이 제공
안토시아닌으로 붉게 물든 단풍나무 – 픽사베이 제공

 

고지대, 북쪽으로 나무의 이동

 

일부 수목의 경우 너무 따뜻하거나 너무 건조해지면 더 적합한 서식지로 이동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나무가 기후 조건에 따라 직접 움직일 수 없습니다. 적합하지 않은 환경에 자라는 나무들은 점차 수명이 줄고, 더 시원한 지역에서 묘목들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실제로 기온과 강수량의 변화 등으로 인해 단풍이 지는 나무들이 북쪽과 고위도로 이동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미국 산림청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북동부 나무 종의 70%가 이미 북쪽으로 이동하는 변화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북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사탕단풍나무는 미국에서 캐나다 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미국 버몬트 주의 나무들은 저지대에서 고지대로 경사면을 타고 이동하는 흔적이 눈에 띕니다.  

 

미국 애팔래치아주립대의 식물생리학자 하워드 노이필드는 “단풍나무가 산의 정상에 가까워진다면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이 안 좋아질 수 있다”며, “후손들은 우리가 보는 화려한 색채의 단풍을 가까이에서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설명했습니다. 

 

나무들이 더 적합한 서식지를 찾아 북쪽지역이나 고지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 픽사베이 제공
연구에 따르면 단풍나무들은 더 적합한 서식지를 찾아 북쪽지역이나 고지대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픽사베이 제공


※자료출처 및 참고

http://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1610N029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057373#s3 
http://www.bbc.com/earth/story/20140929-why-is-autumn-changing 
https://www.fs.fed.us/nrs/news/review/review-vol11.pdf 

 

※필자소개
이종림. IT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와 과학동아에서 기자로 일했다. TV 예능 ‘용감한 기자들’에 출연했다. 최신 IT기기, 게임, 사진, 음악, 고양이에 관심이 많다.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8년 10월 18일 13:00 프린트하기

 

혼자보기 아까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해 보세요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17 + 6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