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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불개미 살충제 살포 해결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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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9일 11:43 프린트하기

개미전문가 류동표 상지대 교수, 인천항 현장조사 동행 인터뷰
먹이트랩 설치부터 외곽지역 순찰까지
“붉은불개미 발견때마다 살충제 퍼붓는 현실 안타까워”

 

류동표 상지대 산림학과 교수(맨 오른쪽)가 항만과 정부 관계자에게 조사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김진호 기자 twok@donga.com
류동표 상지대 산림학과 교수(맨 오른쪽)가 항만과 정부 관계자에게 조사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김진호 기자 twok@donga.com

 
지난달 28일 오전 9시 구름이 잔뜩 낀 인천항 컨테이너터미널. 제자 두 명과 함께 붉은붉개미 현장조사에 나선 류동표 상지대 산림학과 교수를 만났다. 터미널 곳곳을 세심히 살피던 류 교수는 “더위가 끝난 시기라 개미들의 움직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오늘은 날이 흐려서 개미들의 활동이 유난히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시 뒤 정부 관계자가 합류하자 일행은 버스를 타고 컨테이너 부두 한쪽 끝으로 이동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항만 관계자가 지도를 펼쳤다. 인천항 부두에는 컨테이너들이 약 520m에 걸쳐 길게 놓여있다.

 

조사는 2인 1조, 총 네 조로 나뉘어 진행됐다. 세 조는 컨테이너 한 줄 당 약 10~12개씩 먹이트랩을 놓고 개미의 종류를 살폈다. 류 교수가 포함된 남은 한 조는 항만 외곽 순찰에 나섰다. 류 교수는 “항만의 외곽 둘레 철조망 근처에도 흙더미가 있고 풀이 자라고 있다”며 “사람이 버린 쓰레기가 먹이감이 되어 개미가 생활하기 좋은 환경”이고 말했다. 컨테이너를 타고 들어온 붉은불개미가 곧바로 집을 지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 중 하나란 뜻이다.

 

항만외곽을 돌며 붉은 불개미 서식 여부를 살피고 있다-김진호 기자
항만외곽을 돌며 붉은 불개미 서식 여부를 살피고 있다-김진호 기자

류 교수가 끝이 다소 날카로운 삽을 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붉은불개미 존재를 파악하기 위해 자동차 방지턱을 두드렸다. 틈새에 숨어들진 않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흙더미 앞에선 가만히 자세를 낮춰 주위를 살피다가 개미가 보이자 흙을 파헤쳤다. 혹시 침투한 붉은불개미가 있는지 확인한 것이다. 붉은붉개미는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 열마디개미나 주름개미보다 공격성이 강하다. 붉은불개미가 들어오면 토착 개미가 지은 집을 빼앗는 일이 일어난다.

 

조사팀은 항만 외곽을 돌면서 먼지벌레를 비롯한 많은 곤충들이 죽어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과거 붉은불개미가 발견되자 항만 전구역에 살충제를 뿌린 결과다. 류 교수는 “붉은불개미가 몇 마리가 나왔는지, 여왕개미나 공주개미가 있는지에 따라 없애는 방법을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지만 정부는 무조건 살충제를 뿌리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붉은붉개미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커지자 항만 운영을 중단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 선택은 지역의 환경과 토착 생물들에겐 재앙이나 다름 없는 결과를 낳고 있다.

 

류 교수는 “개미의 생활사를 알면 그 처리 방법과 이동범위도 가늠할 수 있다”며 “그에 맞게 접근하면 다른 생물에게 가는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항만 곳곳에 도포됏던 개미약(빨간 알갱이)의 흔적이 남아있다-김진호 기자
항만 곳곳에 도포됐던 개미약(적갈색 알갱이)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김진호 기자

곤충학자인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도 "발 빠르게 예방적 차원의 조치를 하려는 시도는 이해하지만 부정확한 자료로 과장되게 포장하여 많은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어 까닭 없이 부정적 시각만 불러 일으켰다"고 지적한다.

 

국내에서 붉은불개미가 나온 건 9번이다.  지난 8일 안산의 한 물류창고 컨네이너에서 5700마리가, 10일에는 이 컨테이너가 머물렀던 인천항에서 55마리가 추가로 2번 더 확인됐다. 1~2마리의 개체가 발견된 것이 두 번, 수 십마리 수준은 한 번, 수 백마리에서 수천 마리 이상 개체가 동시에 확인된 것은 여섯 번이다. 이중 두 번은 여왕개미가 확인됐다. 특히 지난달 17일 대구에서 발견됐을 때는 여왕개미는 물론 공주개미도 2마리 확인됐다.

 

붉은불개미를 포함한 개미들이 지은 집안에는 일개미와 군대개미, 암개미, 수개미, 여왕개미가 존재한다. 개미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암컷이다. 일개미나 군대개미가 생식능력이 없을 뿐이다. 암개미는 정자를 담을수 있는 저정낭을 보유해 여왕개미가 될 수 있는 개미다. 공주개미라고도 부른다.
 
여왕개미는 개미 세계에선 눈에 띄게 커서 적에 표적이 되기 쉽다. 최대한 빨리 안전한 흙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왕국을 건설할 생각밖에 없다. 여왕개미는 일을 시킬 일개미를 만들기 위해 흙속에 자리를 잡은 첫 날 부터 10~15개의 알을 낳기 시작한다. 처음에 탄생하는 일개미는 나중에 나오는 것보다 크기가 반정도로 작다. 약 한달이 지나 일개미가 어느 정도 확보되면 이때부터 낳는 알의 수도 늘려간다. 하루 1500개 이상의 알을 낳는다. 여왕개미는 약 9억 개의 정자를 갖고있어 자가 수정을 통해 최대 8~9년동안 매일 알을 낳는다.

 

수 개월이 지나면 암개미와 수개미를 낳기 시작한다. 학계에선 약 7~9개월이 지났을 때는 암개미는 4000~6000마리, 수개미는 그보다 세 배 이상까지 늘어났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개미집 내에 구성원이 충분히 갖춰진 이 시기를 두고 완전한 군체를 형성했다고 말한다. 국내에선 수 개월된 초기 군체가 딱 한번 발견됐다. 나머지는 무더기로 일개미가 들어왔거나 여왕개미가 제대로된 왕국 건설을 시작도 못한 상태였다.

 

군체가 거의 완성될 때가 되면, 암개미와 수개미들은 페로몬을 뿌려 수정을 위한 결혼비행을 실시한다. 이웃집에도 동시에 결혼비행을 알려 근친 상간을 방지한다. 같은 여왕개미에서 나온 수개미의 정자를 받은 암개미는 페로몬을 감지하고 모두 버리지만 다른 개미집 출신의 수개미의 정자를 충분이 얻은 암개미는 새 여왕개미로 거듭난다.

 

류 교수는 “여왕개미가 결혼비행을 한다는 이야기는 잘못된 정보”라며 “수정된 알들로 인해 몸이 무거워 날수도 없을 뿐아니라 수정이 끝나면 뒷발을 이용해 스스로 날개를 떼버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생식능력이 없는 일개미만 발견됐다면 살충제를 살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일개미들의 수명은 약 60일 정도로 그냥 둬도 결국 죽는다.

류동표 교수 연구실에서 설계한 먹이트랩으로 감자튀김, 햄 등이 들어있다. 아래뚫린 구멍으로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 내부 모습을 확인해 투명하게 한것으로 실제로는 어두운 것을 좋아하는 개미의 습성을 적용해 겉면이 검은색이다. -김진호 기자
류동표 교수 연구실에서 설계한 먹이트랩으로 감자튀김, 햄 등이 들어 있다. 아래 쪽에 위치한 구멍으로 개미가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 내부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투명하게 한 것이며, 실제 현장에는 어두운 것을 좋아하는 개미의 습성을 고려해 겉을  검은 색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김진호 기자

여왕개미를 못 찾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왕개미는 날수 없기 때문에 멀리 이동하지 못한다. 류 교수는 “어느 정도 수준의 군체를 형성했거나, 비행을 통해 실제로 번식까지 할 수 있는 공주개미가 나온 게 아닌 이상 살충제를 광범위하게 살포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런 경우 먹이트랩 등을 이용해 시간을 갖고 대응할 수도 있는데 무조건적인 살충제 살포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왕개미가 있더라고 군체를 이뤄 생식능력이 있는 자손을 생산하기까지 수 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대응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조사와 먹이트랩 설치 과정에선 붉은불개미가 발견되지 않았다. 설치한 먹이트랩은 한 나절이나 하루를 기다려 회수한다. 류 교수는 “주변 생물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방법으로 대처할 방법을 강구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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