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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생체시계' 가진 생쥐로 파킨슨병 원인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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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생체시계' 가진 생쥐로 파킨슨병 원인 밝힌다

2018.10.20 09:00
우리 몸의 일주기리듬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제 의학에도 지식을 활용하고자 연구 중이다. - 사진 GIB 제공
우리 몸의 일주기리듬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제 의학에도 지식을 활용하고자 연구 중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일주기 리듬’은 기초연구였지만, 이제는 의학과 결합하고 있습니다.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에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혼마 켄이치 일본 홋카이도대 뇌과학연구교육센터 명예교수는 19일 서울 서초구 대한민국학술원 대강당에서 개최된 학술대회 ‘분자세포생물학의 최근 동향’에서 기초과학으로 시작된 일주기리듬 연구가 이제는 분야를 넒히고 있다며 말했다. 혼마 교수는 아시아의 대표적 일주기리듬 연구자로, 아버지 혼마 사토 홋카이도대 의대 명예교수의 뒤를 이어 2대째 이 주제를 탐구하고 있다. 학술대회 진행을 맡은 김경진 한국뇌연구원장은 "아버지 혼마 교수는 독일에서 일주기리듬을 학문으로 정립하던 초창기에 유학했던, 이 분야의 선구자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혼마 교수는 이날 오후 자신의 연구 주제 중 하나인 인간 일주기리듬 특유의 ‘불일치 현상’에 대해 강의했다. 일주기리듬은 원래 우리 몸에 각 조직마다 일종의 생체시계가 있고, 이 시계가 제각각 나름의 ‘변화 주기’을 갖는다는 이론이다. 이 가설을 입증하는 실제 유전자들이 초파리를 이용해 1980~1990년대에 여럿 발견됐고, 이를 발견하는 데 공헌한 학자 세 명은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강의 중인 혼마 켄이치 홋카이도대 명예교수. -사진 제공 윤신영
혼마 켄이치 홋카이도대 명예교수가 19일 서울 서초구 대한민국학술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윤신영 기자

혼마 교수는 조금 다른 연구를 하고 있다. 그는 “인간은 모델 동물인 초파리나 쥐 등과 다른 고유한 특성을 네 가지 갖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게 '잠을 오래 자고 오래 깨어 있는' 특성이다. 동물은 수면과 각성(깨어남)이 수시로 반복되는데, 사람은 수면시간은 수면시간끼리, 각성은 각성시간끼지 모여 있어 몇 시간이고 자거나 깨어 있는 게 가능하다. 혼마 교수는 “사람만이 한 번에 6~8시간 깨지 않고 잘 수 있다”고 말했다.

 

‘내부 탈(脫)동기’라는 현상도 있다. 수면중 체온이 변하는 주기와 수면주기, 신경호르몬이 분비되는 주기가 각기 다른 특성이다. 특히 빛이 없는 환경에서 체온과 혈장 속 멜라토닌 호르몬(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의 주기가 길어진다. 마지막으로, 인간은 일주기리듬을 강제로 늘려 하루를 48시간으로 생활하게 할 수 있다. 


혼마 교수는 특히 수면 주기와 체온, 멜라토닌 주기가 다른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이 현상이 별도의 원인에 의해 일주기리듬이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가설을 세웠다. 마치 하루 길이가 다른 시계 두 개를 거실에 걸어 둔 집과 같다. 서울과 화성의 시계를 거실에 걸어두고, 잠은 지구 기준으로 자고 몸의 체온은 화성 시간을 기준으로 바꾸는 것과 같다. 혼마 교수는 이 두 개의 시계 중 하나는 시교차상핵(SCN)에 있고, 다른 하나는 이곳과 상관이 없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혼마 교수는 여기서 다시 한번 연구 방향을 틀었다. 쥐에게 뇌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도파민의 재흡수를 억제해 흥분을 유도하는 화학물질인 메스암페타민(MAP)을 투여하면, 사람과 비슷한 주기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수면 시간이 길어지고, 48시간 일주기도 나타나게 할 수 있었다. 혼마 교수는 “이를 이용하면, 쥐를 사람과 비슷한 일주기 상태를 지니게 만들어 각종 의학 연구를 할 수 있는 모델 동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파칸슨병이나 조현병 등 각성과 관련이 있는 병 치료에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발견한 새로운 일주기리듬 조절 방법을 강의중인 최준호 KAIST 명예교수. -사진 제공 KAIST
자신이 발견한 새로운 일주기리듬 조절 방법을 강의중인 최준호 KAIST 명예교수. - 윤신영 기자

혼마 교수의 뒤를 이어 강의한 최준호 KAIST 명예교수는 초파리로 일주기리듬을 연구한 학자다. 그는 DNA에서 유전자를 읽는 단계(전사) 말고, 읽어낸 유전 정보(mRNA)를 단백질로 변환하는 과정(번역)에서 일주기리듬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힌 과학자다. 그는 이 과정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TYF와 ATX2을 초파리에서 발견했다. 최 교수는 “이 가운데 ATX2를 만드는 유전자는 사람도 가지고 있다”며 “(스티븐 호킹 박사 등이 걸렸던 신경퇴행성 근육 질환인) 루게릭병이나 파킨슨병 등과 관련이 있는 만큼 사람에게도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일주기리듬에 관한 두 전문가의 강의 외에, 기억이 뇌 속 어디에 어떻게 저장되는지를 실제 신경세포 사이 접점(시냅스) 분자 수준에서 연구해 올해 처음 밝힌 강봉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기억 관련 뇌과학의 선구자 중 한 명인 팀 블리스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 교수, 유방암의 새로운 타깃을 연구 중인 정진하 서울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 등이 강연을 했다. 피터 그루스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대(OIST) 총장은 ‘우리는 과학 없는 세상에서 생존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토론 중인 참석자들. -사진 제공 윤신영
19일 서울 서초구 대한민국학술원에서 열린 ‘분자세포생물학의 최근 동향’ 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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