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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합성석유가 고유가 시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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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3일 14:00 프린트하기

지난주 경제 분야에서 가장 화제가 된 뉴스는 유가 인상에 따른 한정적인 유류세 인하 검토일 것이다. 리터 당 휘발유 가격이 1700원에 육박하면서 서민 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커지자 정부가 6개월(필요하면 연장) 동안 세금을 10% 줄여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30%는 줄여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내년에는 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근 3년 동안 휘발유 가격이 꾸준한 오름세로 리터 당 1700원 돌파가 임박하다. 최근 정부는 한시적인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 네이버 제공
최근 3년 동안 휘발유 가격이 꾸준한 오름세로 리터 당 1700원 돌파가 임박하다. 최근 정부는 한시적인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 네이버 제공

다양한 에너지원이 있지만 석유로 대표되는 액체연료는 석탄 같은 고체연료나 천연가스로는 대체할 수 없거나 어려운 쓰임새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나 비행기 등 이동수단의 연료로 수요가 어마어마한 데다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인구대국인 중국과 인도의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자가용이 급증하고 있고 한국처럼 웬만큼 사는 나라들에서는 소형차에서 중대형차로 넘어가거나 해외여행으로 비행기 탑승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연비향상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고 전기차도 보급되고 있지만 액체연료에 대한 수요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2008년 리먼 사태처럼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가 닥치지 않는 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고유가는 일상이 될 것이다. 참고로 2010년을 전후로 석유 채굴 양이 새로 발견하는 유전으로 추가되는 양을 넘어섰다. 확보된 석유의 매장량이 정말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배터리 혁명이 시간문제라 머지않아 전기차가 휘발유(가솔린)차나 디젤차를 대체할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게 없고 유가도 폭락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런 말을 믿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따라서 화석연료로 언젠가는 고갈될 석유를 대신할 액체연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고 실제 이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이오연료로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이 있다. 실제 브라질 같은 나라는 이미 에탄올이 휘발유를 많이 대체했고 다른 나라들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지만 한계도 있다. 즉 원료작물을 재배해야 하므로 땅과 물이 필요한데, 지금도 식량문제나 환경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바이오연료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다음으로 합성석유가 있다. 석유는 천연물이라 이런 이름을 붙인 건데, 화학적으로 만든 액체연료다. 합성석유는 석탄이나 바이오매스 또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해서 만드는데, 하루 24만 배럴로 미미한 수준(우리나라 하루 수요의 10%)이기는 하지만 상업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촉매’에 합성석유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는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합성석유 개발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1910년대 당시 세계에서 화학이 가장 앞서가던 독일은 전쟁 등 비상사태로 외국에서 석유를 들여올 수 없을 때를 대비해 석탄에서 석유를 만드는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몇 가지 방법을 개발했는데, 특히 1925년 카이저빌헬름연구소의 화학자 프란츠 피셔와 한스 트롭이 개발한 ‘피셔-트롭 공정’이 뛰어났다. 

 

1925년 독일의 화학자 프란츠 피셔(왼쪽)과 한스 트롭(오른쪽)은 석탄에서 액체연료(합성석유)를 만드는 ‘피셔-트롭 공정’을 개발했다.
1925년 독일의 화학자 프란츠 피셔(왼쪽)과 한스 트롭(오른쪽)은 석탄에서 액체연료(합성석유)를 만드는 ‘피셔-트롭 공정’을 개발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은 미국이 참전한 뒤 석유 수입이 막히자 석탄석유화 공장 25곳에서 하루 12만 배럴이 넘는 석유를 만들어 버텼다. 독일이 1920년대 피셔-트롭 공정을 개발하지 않았다면 전쟁은 좀 더 일찍 끝났을 것이다. 전쟁이 끝나 석탄석유화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면서 이 기술은 잊히는 듯했다.

 

그러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악명 높은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실시하면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자 화학회사 사솔(Sasol)이 피셔-트롭 공정을 개선해 1982년부터 하루 15만 배럴의 합성석유를 생산해 대응했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석탄석유화는 크게 두 단계로 이뤄져 있다. 먼저 석탄을 700도가 넘는 고온에서 반응시켜 일산화탄소(CO)와 수소분자(H2)로 바꾸는 가스(기체)화 공정이다. 다음으로 일산화탄소와 수소분자를 원료로 석유를 만드는 과정으로 바로 피셔-트롭 공정이다. 피셔와 트롭은 150~300도의 온도와 수십 기압의 압력에서 금속촉매를 써서 기체분자로 액체 탄화수소(오일)와 고체 탄화수소(왁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일산화탄소와 수소분자에서 탄화수소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연쇄반응이다. 즉 일산화탄소의 탄소에 수소원자 두 개가 달라붙으면서 동시에 탄소 산소의 결합이 끊어지고 그 자리에 일산화탄소의 탄소가 결합하면서 탄소 두 개짜리 분자가 된다. 여기에 또 수소분자와 일산화탄소가 붙으며 탄소 세 개가 되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사슬이 길어진다. 이때 코발트나 철 같은 금속촉매가 존재해야 반응이 시작되고 속도를 낼 수 있다.

 

전통적인 피셔-트롭 공정의 산물은 탄소사슬이 긴 왁스를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액체연료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주는 공정이 필요하다. 이때 실리콘산화물이나 알루미늄산화물을 촉매로 쓴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액체연료를 용도에 맞게 분리한다. 

 

액체연료는 탄화수소분자의 분포에 따라 휘발유와 제트유(항공기 연료), 디젤유로 나뉜다. 즉 휘발유는 탄소 5~11개로 이뤄진 분자 혼합물이고 제트유는 탄소 8~16개, 디젤유는 탄소 10~20개로 이뤄져 있다. 디젤유가 휘발유보다 유동성이 적고 점도가 큰 이유다.

 

석탄에서 액체연료를 만들더라도 일단 기체로 바꿔 황화합물 같은 불순물을 제거한 뒤 피셔-트롭 공정을 진행하기 때문에 액체연료에는 불순물이 거의 없다. 왼쪽이 합성 디젤유이고 오른쪽은 원유에서 분별증류로 얻은 진짜 디젤유다. - 위키피디아 제공
석탄에서 액체연료를 만들더라도 일단 기체로 바꿔 황화합물 같은 불순물을 제거한 뒤 피셔-트롭 공정을 진행하기 때문에 액체연료에는 불순물이 거의 없다. 왼쪽이 합성 디젤유이고 오른쪽은 원유에서 분별증류로 얻은 진짜 디젤유다. - 위키피디아 제공

 

기존 이론 한계치 가볍게 뛰어넘은 선택성

 

2000년대 들어 화학자들은 두 단계로 이뤄진 전통 피셔-트롭 공정 대신 한 번에 기체분자에서 액체연료를 만드는 공정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최근 수년 사이 코발트 촉매를 나노입자 형태로 만들어 다공성 물질인 제올라이트 촉매에 올려놓은 ‘이작용기촉매(bifunctional catalysis’가 개발됐다.

 

카타르 라스라판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합성석유 공장 전경이다. 피셔-트롭 공정으로 천연가스에서 하루 14만 배럴의 액체연료를 생산하고 있다. - 위키피디아 제공
카타르 라스라판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합성석유 공장 전경이다. 피셔-트롭 공정으로 천연가스에서 하루 14만 배럴의 액체연료를 생산하고 있다. - 위키피디아 제공

그런데 이번에 일본 토야마대와 쓰쿠바대, 중국 샤먼대 공동연구자들이 제올라이트의 구조와 조성을 바꿔 한 번에 액체연료를 만드는 건 물론 원하는 조성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수년 사이 코발트 나노입자와 메조다공성 지올라이트를 이용한 이작용기 촉매를 써서 기존 피셔-트롭 공정보다 효율적으로 액체연료를 만드는 연구가 활발하다. 코발트/지올라이트(Na) 촉매로 일산화탄소와 수소분자를 디젤유를 만든 2015년 연구결과를 요약한 그림이다. 최근 연구자들은 지올라이트 조성을 바꿔가며 원하는 액체연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 앙게반테 케미 제공
수년 사이 코발트 나노입자와 메조다공성 지올라이트를 이용한 이작용기 촉매를 써서 기존 피셔-트롭 공정보다 효율적으로 액체연료를 만드는 연구가 활발하다. 코발트/지올라이트(Na) 촉매로 일산화탄소와 수소분자를 디젤유를 만든 2015년 연구결과를 요약한 그림이다. 최근 연구자들은 지올라이트 조성을 바꿔가며 원하는 액체연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 앙게반테 케미 제공

제올라이트(zeolite)는 알루미늄과 실리콘 산화물로 다공성을 띠고 있어 촉매로 널리 쓰이고 있다. 피셔-트롭 공정에서 만들어진 왁스 같은 긴 탄화수소분자가 제올라이트 표면에 흡착하면 중간의 탄소-탄소 결합이 끊어지면서 길이가 짧은 두 분자로 바뀐다.

 

그런데 제올라이트 골격에서 수소원자 자리를 세륨(Ce)으로 바꿔 촉매활성을 조절하자 조성의 74%가 휘발유인 액체연료가 나왔다. 이는 피셔-트롭 공정으로 얻은 액체연료에서 휘발유 함량이 48%를 넘을 수 없다는 기존 이론을 가볍게 뛰어넘는 수치다. 

 

수소원자 자리를 란타넘(La)으로 바꿔 촉매활성을 조절하자 조성의 72%가 제트유인 액체연료가 나왔다. 피셔-트롭 공정으로 얻은 액체연료에서 제트유 함량이 41%를 넘을 수 없다는 기존 이론을 넘어서는 수치다.  

 

끝으로 수소원자 자리를 칼륨(K)으로 바꿔 촉매활성을 조절하자 조성의 58%가 디젤유인 액체연료가 나왔다. 역시 피셔-트롭 공정으로 얻은 액체연료에서 디젤유 함량이 40%를 넘을 수 없다는 기존 이론이 틀렸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제올라이트가 촉매 활성 유지가 관건

 

워낙 놀라운 결과이다 보니 학술지 ‘네이처’는 9월 20일자 사설에서 이 결과를 다뤘다. 기존 피셔-트롭 공정은 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는 넘어야 경쟁력이 있지만(많은 회사들이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공장을 짓는데 망설이는 이유다) 새로운 공정이 상용화된다면 단가가 뚝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해결해야 한 문제는 있다. 무엇보다도 제올라이트가 촉매가 활성을 빨리 잃어버리는 물질이라 상용화 설비에서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대형 플랜트일 경우 적어도 100톤은 있어야 하므로 제올라이트 촉매 생산 단가를 얼마나 끌어내릴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문득 10년 전인 2008년 중동 유전 발견 100주년을 맞아 ‘과학동아’ 5월호에 ‘석유, 이제는 만드는 시대’라는 제목의 특집을 진행한 기억이 났다. 특집의 2파트가 합성석유 얘기로 필자가 취재해 썼다. 당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합성석유연구단에서 하루 생산량 0.1배럴(16리터) 규모의 소규모 설비로 실험하고 있었는데, 전통적인 피셔-트롭 공정에 기반한 것이었다.

 

당시 대전에 하루 생산량 15배럴급 설비를 지을 예정이라고 했고 성공하면 300배럴급 설비를 만들고, 이게 성공하면 최종적으로 5만 배럴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어떻게 됐나 궁금해 검색을 해봤지만 2008년 이후로는 관련 기사가 안 보였다. 이상하다 싶어 연구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조직도를 봤는데 합성석유연구단이 없다. 그사이 조직개편이 있었나 보다.

 

요즘 한국은 신재생에너지와 배터리에 관심과 지원을 집중하고 있는 것 같은데, 원전을 버린 상태에서 합성석유 연구까지 접었다면 에너지를 많이 쓰는 에너지 빈국으로서 좀 안이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웃 나라들은 훨훨 날아가는 데 우리나라의 에너지 연구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6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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