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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정밀 수술로봇 '닥터 허준' 전임상 최종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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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정밀 수술로봇 '닥터 허준' 전임상 최종 성공

2018.10.24 15:48
24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시신 대상 마지막 전임상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신동아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원격 수술 로봇 ′닥터 허준′으로 카데바에 카테터 시술을 시험하고 있다. - 사진 제공 KIST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신동아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원격 수술 로봇 '닥터 허준'으로 카데바에 카테터 시술을 시험하고 있다. - 사진 제공 KIST

“아래에 디스크, 위에 신경이 보이네요. 주변을 둘러싼 지방 조직도 보이고.”

 

24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임상의학연구센터. 신동아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의대 해부학 실습용 시신(카데바)의 허리 부분 안에 긴 관 형태의 의료 기기 ‘케테터’를 넣으며 말했다. 디스크 부위를 살펴보던 중이었다. 카테터는 디스크나 협착증 등 염증에 의해 손상된 신경에 약물을 주입하는 의료기기로, 끝에 카메라가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보통 의사가 환자의 바로 옆에 서서 척추 끝 꼬리뼈 부위에 카테터 끝을 손으로 밀어 넣은 뒤 다른 손으로 스위치를 작동시켜 조종한다.

 

하지만 신 교수는 환자가 누워 있는 수술대 옆에 없었다. 3m 정도 떨어진 의자에 앉아 화면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대신 신 교수는 책가방 만한 장치에 매달린 긴 펜 모양의 도구를 손에 쥐고 있었다. 쥔 손 모양도 펜 같았다. 신 교수가 펜 모양 도구 끝을 앞으로 밀자 수술대 위 카테터가 앞으로 전진했다. ‘ㅅ’자를 쓰듯 왼쪽 아래로 도구 끝을 옮기자 카테터도 고개를 같은 방향으로 돌렸다. 모니터에는 카테터 끝 카메라가 보고 있는 디스크 근처 모습이 환하게 보였다. 신 교수가 “꼭 게임을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 기기는 디스크 등 미세한 영역 수술에 특화된 수술로봇시스템 ‘닥터 허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과 세브란스병원, 한국기술교육대와 인지, 엔티로봇, 메디쎄이 등 로봇, 의료기기 기업이 2013년부터 공동 개발했다. 이 날 연구진은 5년 동안 개발한 닥터 허준을 처음으로 실제 인체 시신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강성철 KIST 의료로봇연구단장은 “2016년과 2017년 각각 1, 2차례씩 동물(돼지)를 대상으로 전임상시험을 해 안전성과 성능을 확인했다”며 “마지막 전임상으로 비록 카데바지만 인체에 적용해 실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신동아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원격 수술 로봇 ′닥터 허준′으로 카데바에 카테터 시술을 시험하고 있다. - 윤신영 기자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신동아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원격 수술 로봇 '닥터 허준'으로 카데바(왼쪽 아래)에 카테터 시술을 시험하고 있다. - 윤신영 기자

연구진이 개발한 카테터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성능을 향상시킨 카테터 자체다. 지름이 3mm로 가늘다. 눈으로 보니 쫄면 면발 정도 돼 보였다. 그런데 이 끝에 고성능 수중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카메라를 개발한 반도체기업 인지의 신인섭 소장은 “수중 시야각이 140도로 기존 카메라의 두 배”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모니터에 보이는 화면은 바로 앞 외에 주변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여기에 미세한 광섬유가 추가돼 조명도 비출 수 있다. 신 소장은 “추가로 레이저 시술기나 의료용 미세 집게 겸 가위를 넣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카테터는 고성능 수중 카메라 등을 넣은 카테터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가는 카테터다.

 

다른 두 부위는 카테터를 원격조정하는 로봇팔과 조종장치다. 로봇팔은 상용 로봇팔을 썼다. 가격이 싸서다. 이런 평범한 로봇팔로 정밀할 수술을 할 수 있게 한 것이 원격 조종장치다. 가상의 촉감을 제공하는 헵틱 기술을 써서 카테터를 이동시킬 때 멀리 떨어진 의사가 손을 정밀하게 조작할 수 있게 했다. 신 교수는 “손으로 카테터를 조작하면 미세하게 조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닥터 허준을 쓰면, 예를 들어 카테터 1mm를 움직이기 위해 손을 1cm 움직이는 식으로 섬세하게 조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복을 입은 김천우 KIST 의료로봇연구단 선임연구원이 이번에는 카테터에 집게를 장착했다. 신 교수가 카테터를 이리저리 탐색하다 제거하고 싶은 수술 부위를 지목했다. 김 선임연구원이 집게를 조작해 환부를 단번에 잘라내자 바라보던 연구진이 탄성을 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강 단장은 “환부를 2~3mm만 가른 뒤 카테터를 넣어 수술도 할 수 있다”며 “환자의 고통과 상처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경 손상 위험 때문에 전신마취가 불가능한 디스크 환자를 수술할 때 고통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신동아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원격 수술 로봇 ′닥터 허준′으로 카데바에 카테터 시술을 시험하고 있다. - 윤신영 기자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신동아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원격 수술 로봇 '닥터 허준'으로 카데바에 카테터 시술을 시험하고 있다. - 윤신영 기자

연구팀은 이 기술이 의료진의 건강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몸 안에서 카테터를 조작하기 위해서는 X선 촬영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몸 안쪽을 살피며 시술해야 한다. 아무리 방사선 방호복을 걸쳐도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신 교수는 “하루 5~6건씩 수술을 하는데 아무래도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방사선 영향이 거의 사라지는 3m 밖에서 시술하면 이런 염려가 없어진다.

 

강성철 단장은 “의료진과 환자 모두를 위해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앞으로 카테터 굵기를 좀더 가늘게 해 황반변성 등 눈의 이상이나 뇌, 이비인후과 수술에 응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연구팀은 카테터 상용화를 위해 전기전자안정성 시험과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강 단장은 “내년 초에는 인허가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차차 나머지 장치와 시스템 전반도 인허가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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