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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첫 인상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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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7일 10:00 프린트하기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는 건 참 중요하다. 최근 사람을 쉽게 믿었다가 조금 속 쓰린 일을 경험한 나로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뼈아프게 느껴진다. 아무나 믿고 마음을 줬다가 몸과 마음이 털리는 일이 흔히 발생하기 때문에 이 사람이 과연 믿을만 한 괜찮은 사람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판단, 대인 지각은 신중하게 일어나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이 대인 지각 과정이 번갯불에 콩 볶듯 일어난다는 것이다. 아주 짧은 시간에 겉으로 보이는 특성만을 스캔한 후 이 사람은 좋거나 나쁜 사람이라고 섣부른 결론을 내린다. 이후 차차 만나면서 첫 인상과 다른 점이 발견된다면 그제서야 ‘수정’하는 식이다. 


열길 물 속보다 알기 어렵다는 사람을 한 명 한 명 다 신중하게 수많은 시간을 들여서 판단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감’으로 때려맞춰 별로라는 판단이 들면 더 이상 관계를 발전시키지 않고 다른 좋은 사람을 찾아 나서는 것이 효율면에서는 더 좋은 것이 사실이다. ‘첫인상’이라고  하는, 타인에 대한 빠른 판단은 도대체 얼마나 빨리 일어나는 걸까?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자 재닌 윌리스(Janine Willis)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주고 각각 얼마나 매력적인지, 호감이 가는지, 믿을만한지, 유능한지, 공격적일 거 같은지에 대해 물었다.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사진을 0.1초만 보여주었고 다른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0.5초 또 다른 그룹에는 1초 동안, 마지막 그룹에는 시간 제한 없이 사진을 보여주었다. 


0.1초라는 시간은 매우 짧으므로 그 안에 어떻게 인상을 형성하겠나 싶지만 놀랍게도 0.1초 안에도 사람들은 낯선이에 대한 첫인상을 꽤 탄탄하게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0.1초, 0.5초, 1초 세 그룹 사람들이 각 사진의 사람에 대해 판단한 내용이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을 0.1초만 보여줘도 시간을 무제한으로 준 그룹과 거의 비슷한 내용의 인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얼굴이 기억 안 날 정도로 짦은 시간에 노출된 적은 정보로도 이 사람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호감이 가고 믿을만하고 유능하고 공격적일 거 같은지를 꽤 일관성 있게 추론해낸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은 각 사진의 신체적 매력도와 독립적으로 일어났다. 잘생겼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사람일 것이라거나 못 생겼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사람일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에도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다양한 특성들을 유추해 냈다는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은 주어진 시간이 0.1초, 0.5초, 1초로 늘어날수록, 판단의 내용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판단에 대한 ‘자신감’은 점점 커졌다. 충분한 시간을 가진다고 해서 완전히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미숙한 판단에 대한 자신감은 더 커진다는 것이다. 또한 시간이 늘어날수록 전체적으로 사람을 ‘살짝’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대체로 나이브한 낙관주의를 가지고 있다. 별다른 근거 없이 자기 삶에는 나쁜 일보다는 좋은 일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만나는 사람 또한 나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사람을 가장 좋게 판단하는 것 또한 어떤 사람인지 사실 잘 모르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일 것이라는 낙관주의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사람을 얼마나 빨리, 일관적으로 판단하느냐와 그 판단이 ‘정확’한 것인가는 별개라는 점이다. 0.1초만 봐도 첫인상을 형성하고 더 긴 시간 동안 봐도 첫인상은 별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지 첫인상이라는 것이 정확하다는 발견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0.1초 만에 그 작은 정보들로 만들어지는 첫인상이라는 것에 크게 기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관찰했다는 확신이 들더라도 여전히 처음에 형성된 이미지에 크게 기대고 있을 확률이 높으니 말이다. 

 

Willis, J., & Todorov, A. (2006). First impressions: Making up your mind after a 100-ms exposure to a face. Psychological Science17, 592-598.

 

※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을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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